반려공구 (공구와 함께 만든 자유롭고 단단한 일상) – 모호연

오늘 소개할 책은 방송작가 출신의 에세이스트 모호연 작가의 '반려공구'라는 '에세이'입니다.
은평구에 살며 시와 에세이를 쓰는 여성 작가로서 톱, 타카 등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21가지의 공구를 사용하며 삶의 자신감을 얻은 이야기입니다.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고 공구를 사용한다는 것은 일상의 불편을 참고 견디던 삶에서 벗어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전한다는 것입니다.

 

반려공구
반려공구 (공구와 함께 만든 자유롭고 단단한 일상) – 모호연

 

I. 책의 정보

  • 제목 : 반려공구
  • 부제 : 공구와 함께 만든 자유롭고 단단한 일상
  • 저자 : 모호연
  • 출판 : 라이프앤페이지, 2022년 8월 16일 초판 발행
  • 분량 : 231쪽

※ 공구 工具 : 일을 할 때 쓰는 연장을 통틀어 이르는 말

 

 

II. 반려공구

원래 이 책은 공구를 좋아라 하는 보통의 중년 남성으로서 도서관 서가에서 책 제목만 보고는 아무런 고민 없이 대출하고 집으로 들고 온 책입니다. 작가명도 확인하지 않고, 목차도 읽지 않고 들고 온 터라 막연히 공구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에 기대를 가득 안고 첫 장을 넘겼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공구를 많이 다뤄본 적 없는 여성이 가진 섬세한 시각으로 공구의 디테일한 용도와 사용법을 정리한 에세이입니다.

분량으로 따져보자면 공구에 관한 이야기 90%에 공구를 사용하는 나의 생각 10%를 더한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컬러 사진자료가 가득하고 숫자와 도량형이 난무하는 딱딱한 매뉴얼이 아니라 어떤 순서로, 어떤 자세로, 무엇에 유의해서 공구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책이라 꽤 신선하면서 쉽게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책은 2개의 파트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파트는 드라이버, 망치, 톱, 자와 같이 일상적으로 구비되어 있는 공구부터 전동 드릴과 수동 샌딩기 등의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일상에 효용이 큰 공구를 다루고 있습니다.
두 번째 파트는 <도구와 공구의 경계에서>라는 주제로 타카, 시계 공구, 가위, 커터, 플라이어, 펜치, 글루건, 재봉틀 그리고 손(手)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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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공구(工具)라 함은 "물건을 만들거나 고치는 데에 쓰는 기구나 동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을 말합니다. 그리고 도구(道具)의 사전적 의미는 "일을 할 때 쓰는 연장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두 번째 파트에서 소개되는 공구들은 공구의 사용범위를 벗어난 범용적인 도구를 말한다 하겠습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공구를 만난 후 문제를 회피하고 미루던 생각에서 벗어나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만큼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 말하는 것입니다.
책을 펴낸 출판사 '라이프앤페이지'가 펴낸 대부분의 책들도 그러하고 이 책의 주요 독자층도 역시 작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여성층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무인도에서 불을 피우는 방법을 정리한 책과 같은 의미로 1인 가구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생존 도구로 이 책을 추천합니다.

무엇보다 공구를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무척 신선하면서 재미있습니다.

 

III. 모호연 작가

 

작가 모호연
작가 모호연

소개 1982년 광주에서 태어난 모호연 작가는 법학을 전공하고 방송국 시사프로그램 작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줄곧 프리랜서로 살아왔다고 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이다(2da)와 함께 일상적인 예술 창작을 위한 '소사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뉴스레터 '일간 매일마감' 제작에 참여하여 에세이와 시, 동화 등의 다양한 글을 연재하였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반려물건」, 「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가 있습니다.

작가가 참여하는 '소사 프로젝트'는 현재 유튜브 채널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그리기, 카드 만들기, 자연관찰, 블렛저널 등 모두 58개의 영상이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IV. 책의 목차와 내용 발췌

 

1) 내용 발췌

나는 항상 나 자신을 '의지가 약하고 호기심이 없는 사람'으로 분류해 왔다. 그러나 만들기를 하면서 점점 자신에 대해 다른 인상을 갖게 되었고, 그것은 무척이나 새롭고도 놀라운 발견이었다. '발전'이 아니라 '발견'이라 하는 이유는 그 모든 실행과 성과가 결국 나 자신에게 이미 존재하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미처 모르고 있던, 내 안에 조용히 내재되어 있던 삶에 대한 의지와 호기심. 이 두 가지는 삶을 움직이는 에너지로 작용하여 나를 이끌고 갔다. – P21 / 전동 드라이버

 

렌치(Wrench)와 스패너(Spanner)는 분류상 같은 공구다. 이 사실을 모를 때는 '뭔가 다른 게 있겠지', '내가 모르는 전문가들만의 비밀이 있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단지 미국에서는 렌치로 통용되고, 영국에서는 스패너라고 부르는 것뿐이다. 그러니 멍키 스패너를 멍키 렌치라고 불러도 틀린 것이 아니다. 어차피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그 공구의 쓸모다. – P44 / 렌치

 

모든 소재를 다룰 수 있는 절대적인 기계, 절대적인 방법이란 없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그러니 온전함에 대한 동경을 버리고, 기꺼이 깎일 작정을 하는 것이다. 적절한 때, 적절한 용도로 쓰이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 P82 / 드릴 비트와 앙카

 

세상의 많은 일은 시도하기 전이 가장 어렵고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어쩌면 나도 글루건처럼 아주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일을 해낼 순 없어도 재치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실패해도 또 다른 방법을 찾는 그런 사람. 붙으면 좋지만 안 붙으면 어쩔 수 없지. 떨어지면 어때, 어디 붙이면 되는걸. 걱정과 고민을 내려놓고 나에게도 다시 기회를 준다. 글루건에게 그랬던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기회를 놓치지 않을 여러 번의 시도와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 P199 / 글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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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목차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공구 옆의 한 줄 문장이 꽤나 많은 생각을 요구하는 듯합니다.

Part 1. 시작합니다, 공구생활
  • 전동 드라이버 – 오랜 상상에 마침표를 찍는 일
  • 수동 드라이버 – 과정을 즐기는 마음
  • 드라이버 비트와 나사못 – 취미는 나사 수집입니다만
  • 렌치 – 커다란 무게를 견디는 육각형의 신비
  • 자 – 허술한 측정 공구의 미덕
  • 전동 드릴 – 지독하게 안 풀리는 나사도 있는 법
  • 사포와 수동 샌딩기 –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 망치 – 실패할 기회 만들기
  • 톱 – 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는 기쁨

 

Part 2. 도구와 공구의 경계에서

타카 – 공구의 법칙: 있으면 쓰게 된다

  • 시계 공구 – 멈춘 손목시계를 찾아서
  • 가위(들) – 저마다의 쓸모
  • 커터 – 나보다 상대를 믿어야 할 때
  • 플라이어 – 어쩌면 한국인의 공구
  • 펜치 – 급할 때 튀어나오는 그 이름
  • 실리콘과 실리콘건 – 실리콘 만능의 시대에 부쳐
  • 글루건 – 대충 때우는 것도 재능이다
  • 접착제 – 좌절 없는 실패에 대하여
  • 재봉틀 – 기꺼운 고독의 시간
  • 왼손과 오른손 – 당신의 손가락은 몇 센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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