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by 김지하

2022년 5월 8일, 1970년대 대표적인 참여시인이자 민주운동가인 김지하 씨가 별세하였습니다.
1960년부터 유신의 몰락까지 20년 가까이 시대를 대표하는 저항시인으로 활동하고 고초를 겪은 인물이었으나 1990년대 이후 이런저런 논란으로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전체주의에 가깝던 1970년대에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내걸고 투쟁하던 한 세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안타깝기도 하면서 하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에 일어난 일이라 역사란 참으로 드라마틱한 것이구나 하는 탄식도 하게 됩니다.
오늘은 김지하 시인과 김지하의 대표작 '타는 목마름으로'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김지하 시인

 

김지하 • 金地下

김지하 시인은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1960년 4·19 혁명부터 학생운동을 하였다고 합니다.

1964년 박정희 정권의 한일회담에 반대하는 전 국민적인 저항운동인 6·3 항쟁에 참여하였다가 체포되어 복역하면서 군부독재와의 끈질긴 악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재벌, 국회의원, 고위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다섯도적떼로 칭하며 을사오적과 같이 취급한 그 유명한 '오적五賊'이라는 풍자시를 1970년에 발표하면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974년 유신 독제체제를 비난하는 민주화 세력을 탄압하기 위한 용공 정치공작 사건인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되어 사형까지 선고받았으나 대부분의 사건 관련자와 같이 석방되었습니다.

왼쪽부터 김지하 시인, 부완혁 사상계 대표, 김승균 〃 편집장, 김용성 민주전선 출판국장, '오적'이 실린 사상계 5월호(출처 국가인권위원회)© 뉴스1
왼쪽부터 김지하 시인, 부완혁 사상계 대표, 김승균 편집장, 김용성 민주전선 출판국장, '오적'이 실린 사상계 5월호 (출처: 뉴스1)

 

김지하 시인은 유신정권의 몰락 이후로는 뚜렷한 사상적, 정치적 행보를 보이진 않았지만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시와 민중가요로 독재에 저항하는 지식인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1990년대 초반 학생운동이 격화되면서 학생들의 분신과 투신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던 때 조선일보를 통해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칼럼을 발표하면서 진보세력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주는 프레임의 단초를 제공하면서 민주진보세력과 등을 지고 대립하는 관계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공개지지 선언하였고, 2014년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하는 글들이 알려지면서 김지하 시인에 대한 평가는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 비난 글은 본인이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하면서 법적 조치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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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진 대표성과 상징성이 워낙 컸었기 때문에 '죽음의 굿판' 칼럼이나 '박근혜 지지' 등에 충격을 받은 민주진보세력의 인사들과 시민들은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었고, 그로 인해 다시 함께할 수는 없었지만 말년에는 촛불 혁명과 미투 운동 등 사회현상에 대해서 같은 인식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이념과 세력의 구속에서 벗어나 오로지 스스로의 의지와 이유로 사회 진보를 이야기한 자유인이 아니었나 생각되기도 합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현재는 민중가요로 더 많이 알려진 이 시는 1975년 발표된 김지하의 참여시입니다.

민중가요로서의 '타는 목마름으로'는 1980년대와 90년대 초기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이 활발했던 시기 모든 현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불리던 노래였으며, 심지어 1994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초대가수 김광석이 방송에서 부르기도 할 정도로 대중적인 곡이었습니다.

김광석, 안치환, 노찾사 등이 음반으로 불렀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 유세현장에서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2022년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목놓아 불러야 할 정도의 상황은 아닌 듯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비민주와 불합리와 부조리가 사회의 전반에 '암약'하고 있습니다.

'암약'하고 있는 오물을 끄집어 내려는 노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시 이 노래가 나라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날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과연 민주주의가 최선인가라는 의문에 해답을 얻진 못하였으나 그 또한 역사의 교훈이라 생각하며 오랜만에 노래를 들어보았습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詩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서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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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 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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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목마름으로

                        가사 버전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도 너를 잊은 지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살아오는 저 푸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나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치 떨리는 노여움에
서툰 백묵 글씨로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타는 목마름으로 – 안치환

 

타는 목마름으로 – 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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