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이야기 – 연재를 시작하며

커피이야기 – 연재를 시작하며

제가 처음 커피를 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겨울, 친구들과 독서실에서 밤새 공부하자며 모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요즘처럼 카페가 흔하던 시대도 아니고, 학생들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곳이 흔하던 시기도 아니어서 요즘 아이들보다는 분명히 한참이나 늦은 나이에 접한 것이겠지요.

그로부터 수십년이 흐르면서 참 여러 종류의, 여러 방식의, 여러가지 맛의 커피를 접하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궁극의 커피맛을 추구하는 절대 미각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다른 이들보다 예민한 취향을 가진 것도 아니니 스스로의 기억과 경험과 기분에 따라 쉽게 흔들리는 가벼운 '입맛'을 가진 미맹에 가까운 일반인으로서, 그동안 경험한 커피의 맛을 기준으로 커피 이야기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미리 정리하자면 앞으로 연재하게 될 글의 주제는 캡슐커피입니다.

 

연재 시작 이것이 커피

 

커피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제가 처음 커피를 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독서실에서 였습니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었기에 독서실 입구에 놓여있는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새벽까지 공부하자며 모두 금지약물을 먹는 느낌으로 카페인을 들이마셨습니다. 커피는 청소년에게 권장되는 음료가 아니었기 때문에 뭔가 금기를 깨는 것 같은 일탈의 쾌감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추운 겨울밤에 마시는 따뜻한 음료는 숙면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만 깨달았지만 그때부터 커피를 참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입에 대기 전이었기에 자판기 커피의 그 달콤 쌉싸름함은 그날부터 제 미각을 사로잡았습니다.

커피자판기와 여대생들

대학에 들어가 카페라는 곳을 처음 들어가 봤습니다.

학교 자판기나 집에서 마시던 믹스커피와는 다른 아메리카노라는 쓰기만 한 음료를 마셔보았습니다.

시커먼 친구 놈들과 들어가면 마른하늘에 내려치는 날벼락에 급사할 거라 믿었고, 반드시 여자 친구들과만 들어가야 했습니다.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은 공황장애까지 오게 만들 정도로 많은 메뉴들 사이에서 항상 아메리카노만 마셨습니다. 허세나 객기 때문이라든가, 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냥 제일 싼 음료였기 때문에 아메리카노만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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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커피만 탕비실에 제공되는 회사로 입사하면 사비로 커피메이커를 사서 팀 식구들과 물처럼 나눠마셨고, 어느 순간부터인가는 물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고승의 몸에서 피어나는 깨달음의 정화처럼 언젠가 내 속에서 커피 원두가 사리처럼 나올 수도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커피맛을 모릅니다.

소위 말하는 미맹味盲입니다.

타고난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어릴 적부터 일반적인 기준보다 후각이 뒤처졌기 때문인지 맛을 느끼는 깊이가 상대적으로 얕습니다. 그러니까 다양한 맛을 입체적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능력이 없습니다. 단언컨데 부족한 것이 아니라 없습니다.

크게 5가지 맛, 즉 신맛(산酸), 쓴맛(고苦), 단맛(감甘), 매운맛(신辛), 짠맛(함鹹)도 약하게 느끼는 편인 데다 그 뒤에 따라오는 깊은 맛이 있다는데 느껴본 기억이 없습니다.

어릴 적 느꼈던 달콤 쌉싸름함은 제겐 좀 충격적인 미각의 혁명이었단 얘기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참 다양한 먹거리를 접하고 조금은 진화한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여전히 미식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맛 표현을 하는 것을 보면 인상파 그림처럼 한 부분만 구체화되고 나머지는 이해의 시간이 필요하며 그 시간도 조금은 더딘 편입니다. 그래도 예전엔 추상화 수준이었는데 많이 개선된 편이란 느낌도 있습니다.

 

커피가 궁금해졌습니다.

커피를 즐겨 마시고, 마끼아또부터 에스프레소까지 가리지 않는 편이지만 정작 커피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은 없는 편입니다.

지인이 노후에 써보겠다며 내일배움카드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을 때에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빨간색_모카포트
빨간색_모카포트

어느 날 문득, 내가 지금 먹는 커피가 맛있는 커피인건가 하는 궁금함이 생겼습니다.

매일 커피를 마시지만 요즘은 카페에서 사 먹기보다는 핸드드립으로 내려먹거나 모카포트로 뽑아먹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원래 포장지 뒷면의 레시피대로 먹는 것이 가장 객관적인 지표를 기준으로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라면이 그렇고, 커피 믹스가 그렇겠습니다.

에스프레소 커피도 그런 레시피가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드립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무수히 많은 조언과 절차들, 모카포트, 사이폰, 프렌치프레스 등 다양한 추출방법들, 그리고 품종과 산지별 원두의 특성과 새로운 맛을 창조하기 위한 블렌딩과 로스팅 기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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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것들은 모두 가장 이상적인 맛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들일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그러한 노력의 기술적 결정체가 캡슐 커피 시스템이 아닌가 생각하였습니다.

드립 커피는 물・필터・온도・시간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고, 에스프레소 머신도 바리스타의 역량에 따라 그 맛이 크게 좌우될 거라 생각됩니다. 모카포트나 기타 다른 모든 추출법도 사람의 손으로 배합되어 추출되는 방식이라면 균일한 맛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캡슐커피가 가장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서 맛있는 커피라고 결론 내리고, 이 글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연재의 목적

큐리그_캡슐커피머신

미각이 예민하여 내 입맛에 꼭 맞는 맛을 찾고자 하는 커피 애호가에게 맞는 글은 아닐겁니다.

커피에 관한 심도 깊고 전문적인 지식과 새로운 정보를 기술할 능력도 없는 것 같습니다.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아주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지식을 얕고 넓게 기술할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연재될 글은 홈카페의 대세로 굳어져가고 있는 캡슐 커피 시스템이 제조사의 다양한 실험과정을 통해 도출한 최적의 맛을 담보하는 음용법이라 결론 내리고, 어떤 커피머신과 어떤 커피 캡슐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것인지를 정리해보는 글이 되겠습니다.

 

돌체구스토_커피캡슐박스즉, 주관적 취향과 의지가 개입될 수 있는 맛은 제조사의 연구 결과물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로 하고, 각 커피 캡슐 제조의 기술, 머신의 성능, 머신 제조사의 역사와 규모, 사후 서비스 등 객관적 자료와 신뢰할 수 있는 지표를 기준으로 최적의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리할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연재는 가능하면 1일 1포스팅을 목표로 노력하겠습니다.

뒤로 갈수록 내용이 복잡하고 자료 찾기가 어려울 것 같지만 최대한 맞춰보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연재될 커피 이야기도 기대해주시고요, 오늘도 길고 재미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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