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바니츠의 햄릿 (그리고 이 작품을 문화적 기념비로 만든 모든 것) by Dietrich Schwanitz

오늘 소개할 책은 독일의 석학 디트리히 슈바니츠(Dietrich Schwanitz)가 쓴 '슈바니츠의 햄릿 그리고 이 작품을 문화적 기념비로 만든 모든 것'이라는 책입니다.

유럽인에게 성경만큼이나 큰 영향을 미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책입니다.

 

슈바니츠의 햄릿
슈바니츠의 햄릿 – 그리고 이 작품을 문화적 기념비로 만든 모든 것

 

1. 책 정보

  • 제목 : 슈바니츠의 햄릿 – 그리고 이 작품을 문화적 기념비로 만든 모든 것
  • 원제 : Shakespeares Hamlet und alles was ihn fur uns zum kulturellen gedachtn
  • 저자 : 디트리히 슈바니츠 Dietrich Schwanitz, 박규호 옮김
  • 출판 : 들녘, 2008년 3월 17일

 

2. Dietrich Schwanitz 디트리히 슈바니츠

 

Dietrich Schwanitz (출처 : Spiegel)
Dietrich Schwanitz (출처 : Spiegel)

독일의 인문학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문학자인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1940년 4월 23일, 독일 북부 루르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뮌스터, 런던, 필라델피아, 프라이부르크 대학 등에서 문학•역사•철학을 두루 공부하였고, 1971년 프라이부르크의 알베르트 루트비히 대학교에서 '조지 버나드 쇼'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1978년 함부르크 대학의 영어학 종신교수가 된 후 1997년 건강 문제로 조기 은퇴할 땎지 재직했습니다.

그는 1995년 독일에서 집필한 캠퍼스 소설인 Der Campus가 큰 인기를 얻으며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에는 소설 보다는 들녘에서 출판한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시리즈' 중에서 「남자: 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 「교양: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등이 더 많이 알려져있습니다.

슈바니츠는 2004년 12월 64세라는 많지 않은 나이에 병사하였습니다. 사후에 그가 헌팅턴병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 알려졌다고 합니다.
헌팅턴병은 흔히 무도병이라고도 알려진 질환으로 대게 35세에서 44세 사이에 시작되어 서서히 진행하는 이상 운동증(무도증, 보행 이상, 발음 장애, 음식물 삼키기 어려움)과 성격 변화 그리고 치매 증상을 보이는 유전성 뇌질환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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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책의 특징

들녘에서 출간한 '교양'과 '남자'를 먼저 읽어 '디트리히 슈바니츠'라는 작가의 글 솜씨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기분 좋게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라는 너무 많이 알려진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에 대한 다른 시선을 기대하고 읽기 시작한 문고판 사이즈의 200여 쪽의 짧은 글은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개운하게 책을 덮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이 책은 기존에 선보였던 여타의 햄릿에 대한 해설서와 분석서와 같이 햄릿의 선택과 고뇌에 대해 철학적•역사적 분석을 시도하지 않습니다.
단편적이고 소소한 많은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표현들을 나열해 주고, 독자들에게 쉽고 평이한 언어로 해설해 주면서 햄릿을 소설이 아니라 대본으로 읽으며 극을 상상하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극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덴마크 왕궁 망루의 초병의 외침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도록 묘사해 주고, 이 장면에서 독자가 궁금해 할 수 있는 역사적•철학적 의문을 쉽게 설명해 주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극의 마지막 장면인 햄릿의 명예회복을 알리는 조포를 쏘는 장면까지 햄릿을 '보지 않은' 사람도 편하고 쉽게 햄릿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계속됩니다.

 

 

4. 책 속에서

책의 내용 중 이 책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을 발췌인용합니다.

아래는 햄릿의 공연이 있는 날. 17세기 런던의 극장 풍경을 설명해 주는 글입니다.

어느 오후 템스강 남쪽 자락에 있는 글로브 극장이 사람들로 가득 찬다. 3층으로 된 갤러리에는 상류층 사람들이 미소 띤 얼굴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앉아있다. 이곳에는 사회의 모든 신분 계층이 다 모여있다. 무엇 때문에? 여기서 뭘 하려고?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은 다른 세계로 이끌려간다. 하지만 그 세계도 그들이 사는 세상과 비슷하다…
– 26쪽 중에서

공연 중간중간의 작은 장면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고 철학적 이해를 돕는 글들이 재미를 더해줍니다.

햄릿은 책을 읽으며 등장한다. 책은 멜랑콜리에 빠진 사람에게 특히 잘 어울리는 액세서리다. ~~ 중략 ~~ 그런데 이때 햄릿은 무슨 책을 읽고 있었을까? 혹시 몽테뉴의 「수상록」이 아닐까? 당시에 크게 유행했던 이 책은 햄릿의 태도와 많은 부분 일치하는 철학을 담고 있다. 폴란드의 비평가 얀 코트 Jan Kott 같은 이는 현대의 햄릿이라면 틀림없이 사르트르를 읽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사르트르도 햄릿처럼 자신이 연기할 역할을 찾느라 고심한 철학자였다고 말했다. 어쩌면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65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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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감상평

현대 유럽인들에게 있어 셰익스피어의 글이 가지는 무게는 고대인들에게의 그리스 신화가 가지는 그것과 마찬가지라고들 합니다.
특히 슈바니츠의 모국인 독일인들에게 셰익스피어는 근대문학의 요람으로, 18세기 독일문학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존재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셰익스피어의 문학은 영국뿐만이 아니라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문화적 기억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서양문화의 대들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문학작품이 위대하다 배우며 자라왔지만 정작 셰익스피어는 소설가가 아니라 극작가이며, 그 시절 셰익스피어의 원작은 소설이 아니라 연극의 대본임을 떠올리지 못합니다.

햄릿의 주인공인 덴마크 왕자 햄릿이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라는 작품을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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