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개봉해서 한국 관객 745만 명을 달성하고, 홍콩, 베트남,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5개국에서 리메이크된 영화 '써니'는 심은경, 강소라, 민효린 그리고 박진주 등 여러 명의 배우를 스타덤에 올리기도 하면서 아직까지 우리 기억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참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마지막 장면인 디스코풍으로 편곡된 신나는 팝송 'Sunny'에 맞춰 춤을 추는 중년의 써니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1965년 처음 발표된 이래 수많은 아티스트가 450개가 넘는 커버곡을 발표된 올타임 히트 넘버 써니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I. Bobby Hebb, Sunny를 쓰다
Sunny를 작곡한 '바비 헵'의 본명은 'Robert Von Hebb 로버트 본 헵'으로 1938년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 태어난 미국의 R&B 가수이자, 작곡가, 연주자였습니다.
양친이 맹인 음악가였던 바비 헵은 여섯 살 많은 형인 '해롤드 헵'과 함께 3살 때부터 무대에서 춤과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형제는 컨트리 음반 제작자인 '오웬 브래들리'가 진행하는 TV쇼에 출연하고, 당시 인기가 많았던 컨트리 가수 '로이 에이커프'의 밴드에서 연주를 하는 등 다수의 팀에서 연주자와 백업 보컬로 활동을 했습니다.
1963년 바비의 나이 스물다섯이었을 때, 형인 해롤드가 내슈빌의 나이트클럽 외부에서 발생한 칼부림에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바비가 이 일을 계기로 만든 노래가 '써니'라고 말하지만, 정작 본인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같은 해, 바비는 낙관적인 가사와 함께 항상 밝은 면을 바라봐야 한다는 노래 '써니'를 작곡하게 됩니다.
그런데 희망적인 가사와는 달리 곡의 선율은 단조로 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연주자들이 커버한, 가사가 배제된 연주곡을 들어보면 원곡과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본인은 부정하였지만, 살해당한 형을 기억하는 가사와 함께 바비 헵의 슬픔이 그대로 담겨있는 선율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II. 첫 번째 발매
써니는 정작 바비의 노래로 처음 발매되지 않았습니다.
이 곡은 '일본의 코니 프랜시스'라고 불리던 '히로타 미에코'가 '빌리 테일러 트리오'의 반주에 맞춰 발매한 'Miko in New York'이라는 앨범에 포함되어 1965년 처음으로 발매됩니다.
히로타 미에코는 Miko라는 별명을 가진 1960년대 일본의 가수입니다.
써니를 최초로 부른 가수이기도 하지만,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에 출연한 최초의 일본인 가수이기도 합니다.
팝의 여왕이라는 칭호와 함께, 홍백가합전에 여덟 번이나 출연하였으며, 2020년 73세의 나이로 사망한 후 그해 말 제62회 일본 레코드 대상에서 특별 공로상 수상자 8인 중의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Mieko Hirota – Sunny (Oct. 20, 1965)
히로타 미에코가 부른 써니 오리지널 버전입니다.
III. Bobby Hebb, Sunny를 부르다
1966년, 바비 헵은 뉴욕의 벨 사운드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버전을 싱글로 발매하게 됩니다.
전 년에 발매한 Miko의 버전과 달리 이 곡은 바로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냈고, 1966년 8월 말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2위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Bobby Hebb – Sunny (1966)
곡을 쓴 바비 헵이 1966년 4월 발매한 싱글 버전입니다. 영국 차트 12위, 미국 차트에서 2위까지 올라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Bobby Hebb – Sunny '76 (1976)
1976년 바비 헵은 Sunny '76라는 제목으로 디스코 리믹스 버전을 발표합니다. 이 곡은 빌보드 R&B 차트 94위에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같은 해 발표한 보니 엠의 버전에 비해 많이 모자란 느낌이 드는 곡입니다.
IV. Boney M. 의 Sunny
1976년, 독일의 밴드 보니 엠은 그들의 데뷔 앨범 'Take the Heat of Me'을 발매하게 됩니다.
독일의 프로듀서 'Frank Farian 프랭크 파리안'의 기획으로 결성된 자메이카 출신 흑인들의 밴드인 보니 엠은 이 데뷔 앨범으로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키게 되는데, 특히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Daddy Cool, Sunny, No Woman No Cry, Baby Do You Wanna Bump 등의 히트곡이 수록된 이 앨범에서 가장 성공한 곡은 Daddy Cool이었지만, 유럽에서는 Sunny가 가장 인기가 있었습니다.
Boney M. – Sunny (1976)
드디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디스코 버전의 써니가 공개된 것입니다.
1976년 보니 엠의 데뷔 앨범의 A면 세 번째 곡으로,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대한민국에서 1위를 차지하였고, 스위스 2위, 영국 3위, 노르웨이와 아일랜드에서는 4위를 차지한 글로벌 히트곡입니다. 그러나 가장 큰 시장인 미국 빌보드에서는 20위 안에도 들지 못했습니다.
써니는 Secondhandsongs.com 기준 연주곡과 보컬 버전을 포함하여 450개가 넘는 커버곡이 등록되어 있으며, 미국 공연 권리 단체인 Broadcast Music, Inc (BMI)가 2014년 선정한 'Top 100 Songs Of The Century 세기의 노래 100선'에서 25위에 오른 곡이기도 합니다.
V. 가사 • Lyr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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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어제까지 나의 인생은 비(Rain)였어요. 써니, 당신이 미소 지어 주어서 나의 괴로움은 고쳐졌어요. 어두운 날들은 가고, 환히 빛나는 날들이 왔어요. 나의 써니는 성실을 담아 빛나 주지요. 성실한 써니,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써니, 사랑의 선물 고마워요. 당신은 내게 모든 것을 주었어요. 지금의 나는 하늘에라도 오르는 듯한 기분이지요. 성실한 써니,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써니, 진실을 가르쳐 주어 고마워요. 써니, 사실의 A에서 Z까지(모두)를 가르쳐 주어 고마워요. 나의 인생은 바람에 마구 불린 모래처럼 흐트러졌어요. 성실한 써니,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써니, 당신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 고마워요. 써니, 인생의 매력을 나타낸 희망의 번뜩임 고마워요. 당신은 내 생명의 불꽃의 빛. 당신은 나의 스위트하고 완벽한 소원 그 자체. 성실하고도 멋진 써니,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가사 출처 : 이야기 팝송 여행 & 이야기 샹송칸초네 여행 / 삼호뮤직 |
VI. 기타 커버 버전들
기타 들어볼 만한 커버 버전들을 소개합니다.
Georgie – Fame (1966)
영국의 R&B, 재즈 가수인 조지 페임이 1966년 발표한 버전입니다.
백인으로서 처음 이 노래를 불렀으며, 이 노래는 영국 차트에서 13위까지 올라간 히트곡입니다.
Cher – Sunny (1966)
미국의 가수 바로 그 'Cher 셰어'의 세 번째 앨범 Chér에 수록된 버전입니다.
셰어는 1965년 데뷔 앨범을 발표하고 다음 해에 2개의 스튜디오 앨범을 발매하는데, 1966년 발매된 3집의 A면 첫 번째 곡이 Sunny 였습니다. 셰어는 이 노래로 영국 차트에서 32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Joe Jewell Quartet – Sunny (Inst. 2006)
미국의 기타리스트 '조셉 주얼'이 이끄는 '조 주얼 쿼텟'의 연주곡입니다.
써니는 보컬 버전도 당연히 좋지만, 연주곡 버전이 훨씬 다양한 편곡을 자랑합니다.
특히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원곡의 가사가 배제된, 다양한 장르로 변형된 단조 선율만 듣다 보면 원곡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색다르면서 새롭습니다.
Traum:a – Sunny (Jan. 17, 2014)
독일의 DJ Traum:a가 2014년 발표한 싱글곡입니다. 많은 다른 커버들과 다르게 일렉트로닉으로 편곡한 것이 색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