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는 왜 금지곡이 되었을까 (feat. 조선일보, 동아일보, 방응모, 방일영문화재단)

오늘은 '그 노래는 왜 금지곡이 되었을까 (이영훈 지음)'라는 책을 소개하고 더불어 조선일보와 방응모, 그리고 방일영 문화재단에 대해 아주 간단히 적어보았습니다.

 

그 노래는 왜 금지곡이 되었을까
그 노래는 왜 금지곡이 되었을까 책 표지

 

I. 책의 정보

  • 그 노래는 왜 금지곡이 되었을까? :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금지곡의 항변
  • 저자 : 이영훈
  • 출판 : 휴앤스토리, 2021년 8월 10일
  • 분량 : 359쪽 (참고문헌 포함)

누구나 책을 사거나 빌릴 때 먼저 확인하는 부분이 있으실 겁니다.
저 같은 경우는 출판사도 보고, 아는 작가라 허더라도 다시 한 번 프로필을 확인하고, 책 뒷면의 추천글도 읽어봅니다.
당연히 목차를 기준으로 내용도 살펴봅니다. 표지 디자인 같은 모양새는 따지질 않는 것 같습니다.
내용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그다음에 작가, 출판사의 순서로 확인하는 것같습니다.
동일한 명제에 대한 해석도, 결론을 이끄는 방법론에서도, 작가와 출판사의 성향에 따라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동네 도서관 신간 코너에 꽂혀있는 책의 목차가 편하게 끊어 읽기에도 좋고, 내용도 부담 없고 가벼울 것 같아 집어 들었습니다.
목차를 확인해보니 기대했던 대로 금지곡 분류기준을 카테고리로 삼고 각 카테고리별로 몇 곡의 금지곡을 선정하여 그 곡에 얽힌 에피소드라든가 뒷이야기를 흥미롭게 기술해 놓은 책이었습니다.
근데 간단히 구글링 해보니 책의 내용보다 더 재밌는 생각이 들어서 빌려왔습니다.

먼저 책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정보'가'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II. 조선일보라는 집안

방일영
방일영 (사진 : 연합뉴스)

이 책은 조선일보 2대 회장인 '방일영'이 동생 '방우영'과 함께 1993년 만든 비영리 공익법인인 '방일영 문화재단'의 저술‧출판 지원을 받아 출판된 책입니다.

'방일영 문화재단'은 전‧현직 언론인과 언론학자를 대상으로 지원대상자를 선정하여 1년 이내 출간을 전제로 1인당 70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저술‧출판 지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2022년 상반기 모집 공고)

추천글   역대 최고의 한국영화 베스트 31 (31 Best Korean Movies) by TimeOut

방일영은 박정희가 ‘기생의 머리를 가장 많이 얹어 준 사람’ ‘오입 대장’이라고 부르며 ‘밤의 대통령’이라고 칭했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어찌 되었든 한 세상을 참 마음대로 살다 간 사람인가봅니다.

원래 방일영은 조선일보 초대회장인 방응모의 직계비속이 아닙니다. 방일영의 아버지 방재윤은 방응모의 형인 방응곤의 아들이었는데 아들이 없었던 방응모의 양자로 들어간 것입니다. 그러므로 원래 방일영과 방일영의 동생 방우영은 방응모의 양손자가 되는 것입니다.

 

 

III. 조선일보라는 회사의 뿌리깊은 역사

여기서 조선일보의 역사를 아주 간단히 훑고 지나가 보겠습니다.

원래 1920년에 친일 경제단체인 '대정 실업 친목회'가 창간한 조선일보는 사주들과는 다른 일선 기자들의 저항으로 인해 일제에게 30여 차례 기사 압수 처분을 당하는 등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으면서 1년 만에 친일 거두 '송병준'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기자들의 저항은 여전했고 그로 인해 돈벌이가 되지 않자 송병준은 1924년 9월 독립운동가 '신석우'에게 또다시 팔아버리게 되고, 비로소 지금의 조선일보가 '민족 정론'이라고 자랑스럽게 떠드는 시기를 맞습니다.
공산주의자도 논설 기자로 채용하는 등 이념에 구애받지 않는 과감한 행동, 민족신문으로서 신간회를 지원하고 독립운동∙사회활동∙계몽운동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일제에게 제대로 탄압받는 시기를 겪게 됩니다.
그렇게 일제의 탄압과 검열로 인한 자금난으로 어려운 상황을 이어나가던 조선일보는 1933년 마침내 '방응모'에게 인수되면서 오늘날의 조선일보가 되기위한 전기를 맞습니다.

방응모는 당시 동아일보 정주지국을 시원하게 말아먹은 후 교동광산에 투자했다가 금맥을 발견하며 순식간에 조선의 광산왕이 된 상태였습니다. 신문팔다 망하고 친구덕에 광산에 투자해서 떼돈 번 졸부였다는 말입니다.
아무튼 방응모가 조선일보를 인수한 그날 이후로 이전까지 항일 민족지 성향이었던 조선일보는 한순간에 친일신문으로 바뀌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같이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두 '회사'는 레벨이 다릅니다.
말 그대로 Another Level이며, 조선일보는 진정한 Next Level입니다.

동아일보의 창립자 김성수 역시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분류되지만 태평양전쟁 말기 즈음에 변절하기 전까지는 독립자금도 꽤 많이 후원한 독립운동 지원 역할도 하였고, 창씨개명을 끝내 거부한 소극적인 반일 행위도 하였습니다만, 방응모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골수 매국노이며 반민족 행위만 한 자입니다.

추천글   조선 사람들의 동행 - 조선 역사의 아름다운 동반자들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동아일보는 유명한 백지광고로 유신에 저항하기도 했지만 조선일보는 유신찬양 시리즈를 연재하였습니다.
지금의 동아일보를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조선일보와 같이 취급당하면 동아일보 직원들은 참 많이 억울할 일입니다.

아무튼 조선일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 책의 저자 이영훈은 출판 시점 현재 채널A 심의실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신문기자로 20여 년간 근무하다 채널A 보도본부 메인뉴스 편집 데스크, 디지털뉴스부장을 지냈고, 쾌도난마, 직언직설, 뉴스top10 등의 시사프로그램 제작 데스크로 일한 현직 언론인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 책은 현직 동아일보 '직원'이 조선일보 후원금 조금 얻어쓰고 만든 책입니다.

 

 

IV. 그 노래는 왜 금지곡이 되었을까?

이 책은 금지곡 분류의 기준에 따른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왜색, 연좌제, 정치적 이유, 그리고 기타 이해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기준으로 삼고 각 분류별 대표 금지곡 몇 곡을 소개하는 형식의 책입니다.

주된 내용인 금지곡 소개 부분에는 곡 소개, 가수 이야기, 이런저런 후일담, 에피소드 등을 적어놓았습니다.
전체적으로 금지곡과 관련된 배경이라든가 심도 깊은 주제탐구는 배제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연예 칼럼 같은 책입니다.

각 카테고리와 분류별 금지곡의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왜색’이라는 낙인을 찍다

  • ‘3대 히트곡’ 금지곡 족쇄 채우다 동백아가씨, 이미자
  • 패티김이 부른 노래가 ‘왜색’이라고? 무정한 밤배, 패티김
  • ‘가황’도 피하지 못한 왜색의 덫 바보 같은 사나이, 나훈아
  • 방송 금지곡 story, 방송 금지곡 1호 ‘기로의 황혼’
  • 곡조가 일본풍? 애매했던 기준 해풍, 하춘화
  • 방송 금지곡 story, 댄서의 서글픈 애환 ‘댄서의 순정’
  • ‘왜색’ 그 후, ‘엔카의 여왕’ 되다 나는 바보야, 김연자

 

2. 노래가 왠지 ‘삐딱’하다

  • ‘반말’한다고 금지곡 됐다? 왜 불러, 송창식
  • 이유 같지 않은 이유, ‘책임 전가’ 그건 너, 이장희
  • 방송 금지곡 story, “경아” 신성일 대사 때문에…
  • 창법은 미숙하고 가사는 저속하다? 미인, 신중현
  • 방송 금지곡 story, ‘아발라바히기야’ 가사가 미신 유발?
  • ‘거짓말’에 뜨끔했던 유신정권 거짓말이야, 김추자
  • 야간 통행금지 시간을 위반했다? 0시의 이별, 배호
  • 연애가 ‘0번지’면 노래가 퇴폐? 연애 0번지, 남진
  • 방송 금지곡 story, 노래가 너무 ‘치졸’하다고?
  • ‘두 뺨은 화끈화끈’ 야하다고 금지? 꽃봉투, 문주란
  • “하나가 되는 게 뭐냐, 가사 바꿔!” 제3한강교, 혜은이
추천글   Sailing, Have you Ever seen the Rain by Rod Stewart

3. 작사가의 월북, 노래에도 ‘연좌제’

  • 그는 여러 개의 이름을 가졌다 낙화유수, 남인수
  • ‘처녀림 작사’는 살아남았는데… 오빠는 풍각쟁이, 박향림

 

4. 가슴으로 부르는 ‘시대의 상흔’

  • 여순사건, 역사의 아픔을 노래하다 여수야화, 남인수
  • 방송 금지곡 story, 앨범 사진 ‘장발’을 문제 삼았다
  • 3·15의거, 김주열을 위한 진혼곡 남원 땅에 잠들었네, 손인호
  • 현역 군인의 사기를 저하한다고? 늙은 군인의 노래, 김민기
  • 방송 금지곡 story, ‘왜 이렇게 노래 못 불러’가 금지 이유
  • 금지 이유, 알고 보니 ‘남면 도동’ 독도는 우리 땅, 정광태
  • 방송 금지곡 story, 퀸 ‘보헤미안 랩소디’가 금지곡?

 

5. ‘사전심의 철폐’ 투쟁의 깃발

  • “나를 잡아가라” 심의를 거부하다 아, 대한민국…, 정태춘
  • “뭐, 고치라고?” 가사를 아예 빼다 시대유감, 서태지와 아이들

 

포탈의 책 소개 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는 목차로 이 책은 다 읽으신 겁니다.
나머지는 노래와 가수를 둘러싼 가십이나 곡과 상관없는 가수의 다른 이야기들 같은 것들입니다.
이 책이 어떤 정치색을 띠고 있거나 정보를 왜곡하는 오류를 범하지는 않습니다.
꽤 재미있는 책이 맞습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책은 정보'가' 있는 책입니다.
그런데 그 정보가 그다지 가치 있다거나 희소한 정보는 아닙니다.
목차만으로 그 정보의 제공이 끝나는, 딱 그 정도의 정보'만' 있는 책이었습니다.

그 정도의 책을 보기위해 채널A 직원과 조선일보 후원금이 들어간 작업물에 손을 대고 싶지는 않습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