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과 심야토론, 그리고 다양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비유와 촌철살인의 위트로 진보 진영의 대표 논객으로 활약하던 노회찬 전 의원이 세상을 등진 지도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꼬마정당이긴 하지만 한 정당을 대표했던 정치인 중에,
사실이든 아니든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 중에,
스스로 명을 달리 한 유명인 중에, 그리고 저 정도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 중에,
노회찬 전 의원만큼 많은 이들이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는 정치인은 없으리라 단언합니다.
오랜 시간 그와 함께 진보 정치의 길을 걸었던 강상구 작가가 정리한 노회찬 전 의원의 참 좋은 말, 뜻있는 말, 힘이 되는 말을 모아놓은 책이 있어 소개합니다.
'언제나, 노회찬 어록'이라는 책입니다.
I. 언제나, 노회찬 어록
- 제목 : 언제나, 노회찬 어록
- 부제 : 우리를 행복하게 한 그의 말들
- 지은이 : 강상구
- 펴낸곳 : 루아크
- 발행일 : 2019년 10월 10일 종이책 발행, 2019년 11월 05일 전자책 발행
책을 지은 강상구 작가는 진보정당 활동가이자 작가이고 강연자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공법학을 전공하고 노회찬 전 의원의 발탁으로 민주노동당 중앙당 당직자로 뽑히면서 진보정치를 시작하였고, 이후 진보신당, 노동당, 정의당에 이르기까지 진보정당의 당직자로 꾸준히 활동하였습니다.
정의당에서 대변인 그리고 교육연수원장을 역임하였고 제19대 대선에는 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노회찬 전 의원이 진보신당 공동대표일 때 당의 기획실장으로 근무하면서 함께 선거현장에서 뛰어다니기도 했었고, 심상정 대선 후보 상임 선대위원장이던 노의원에게 홍보본부장 역할이 미진하다고 지적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진보 정치 경력 내내 노회찬 전 의원과 동고동락했던 동지로서, 노의원이 세상을 뜨고 난 후, 새벽마다 물 한 잔 마시고는 노회찬 의원의 유튜브 영상을 찾고, '노회찬 어록'으로 검색되는 기사를 읽었으며, 여러 책과 트위터, 블로그에 쓴 이야기 그리고 정의당 홈페이지에 남긴 글까지 살피며 1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모아두었던 노의원의 흔적들에서 400여 개의 말을 골라 정리하여 책으로 펴낸 것이 바로 '언제나, 노회찬 어록'입니다.
책의 제목에 '언제나'라는 말을 붙인 것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노회찬의 말을 들으면 통쾌했다.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풀렸고 시원했다.
삶이 팍팍해도 웃을 수 있게 만드는 힘, 그것이 노회찬의 힘이었다.
노회찬은 없지만 그가 했던 말들을 다시 보며 통쾌하게 웃자. 언제나 그는 우리 마음속에 있을 테니."
책은 총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장의 소제목과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장: 옆집 아저씨 노회찬
노회찬 의원의 인간적 면모와 관련된 말. 평범한 생활인 노회찬, 정치인 노회찬의 기쁨과 슬픔, 고민과 각오
2장: 투명인간의 친구 노회찬
언제나 가난한 서민과 차별받는 시민을 먼저 생각한 노회찬 의원의 철학이 담긴 말들
3장: 국민 사이다 노회찬
권력을 풍자하면서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었던 촌철살인의 진수들
4장: 개혁 전도사 노회찬
정치·경제·사법개혁을 비롯해 복지, 평화, 성평등을 위한 노회찬 의원의 노력이 담긴 말들
5장: 비전 제시자 노회찬
노회찬 의원의 진보정치에 대한 애정, 제1 야당 교체와 적폐 청산의 의지, 정의당에 대한 기대와 대한민국을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꿈이 담긴 말들
역대 대통령들 중 어록집이 발간된 대통령은 박정희·김대중·노무현 대통령 3명뿐입니다.
어록집이라는 것은 그만큼 흥행에 자신이 있을 만큼 충분한 지지세력이 존재해야 발간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작가가 책으로 엮어 소개할 만큼 자랑스럽고 떳떳한 말과 이력이 있어야 만들어질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이 책 역시 정치인 노회찬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담긴 말 자체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판갈이 발언, 새누리당 외계인 발언 등 노회찬 전 의원의 말에 대해 많이 알려진 것들은 대부분 권력을 비판하는 '국민 사이다 노회찬'에 들어갈 법한 말들입니다.
이 책에는 정치 외 따뜻하고 감성적이며 똑똑한 동네 아저씨, 친구로서의 노회찬이 말하는 것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더불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의 날 선 비판의 말도 새롭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한두 문장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발언이 나온 배경과 현장의 분위기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줘서 더 통쾌하고 감동적인 책이기도 합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차례차례 읽지 않아도 좋은 책이고, 보고 싶은 사람의 흔적이라서 더 좋은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노회찬 의원 헌정음반] 소연가(석남꽃)
II. 책에서
전쟁을 겪은 소년은 이미 소년이 아니다
- 2011년 8월 30일.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인터뷰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의 선택인지 당장 알 수 없을 때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라.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 큰 조카 노선덕 씨가 유족 추도사에서, 노회찬 의원이 생전 자신에게 해주었다며 전한 말
정유라가 돈도 실력이라고 말했을 때 수많은 사람이 분노한 것은 그것이 거짓이어서가 아니라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철부지의 철없는 주장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치부에 대한 조롱이었기 때문입니다.
- 2017년 2월 9일 원내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
'수십 년간 땀 흘려서 농사를 지으면서 우리 사회에 기여한 점을 감안하여 감형한다'거나 '산업재해와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땀 흘려 일하면서 이 나라 산업을 이만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공로가 있는 노동자이므로 감형을 한다', 이런 예를 본 적이 없습니다.
- 2004년 10월 14일 국정감사
방금 전화 인터뷰를 하는데, 광화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세우자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네요. 어이없는 주장이지만 조건부 찬성이라 답했습니다. 어떤 조건이냐 묻길래 광화문 지하 100미터에 묻는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 2016년 11월 3일, 트위터
중국집 앞을 지나가면서 "돈이 있다면 짜장면 먹는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한다면) 이 얘기는 먹고 싶다는 거 아니냐 (이겁니다). 그런데 내가 먼저 언제 먹는다고 얘기했냐, 그냥 돈이 있다면, 돈이 있는 조건하에서 검토가 가능하다고 얘기했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예요)
- 2017년 4월 4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박근혜 씨 탄핵 직후 사면 가능성을 언급하는 말을 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사면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한 해석
정치 현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기 때문에 구부러진 막대기를 펴기 위해 당분간 반대편으로 더 구부려야 합니다.
- 2004년 5월 27일, <신동아> 인터뷰
유권자 10퍼센트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로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미국 법률에 의해 한글로 인쇄된 미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카운티의 투표용지입니다. 어떤 분은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면 모두 8번 기표해야 하기 때문에 고령자들이 힘들어서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데, 미국 유권자는 26번 기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미국 유권자와 한국 유권자가 갖는 권력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 2018년 2월 6일, 원내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
전원책: 하루에 15명 이용하는 역에 직원이 17명입니다. (중략) 문제 있지 않습니까?
노회찬: 철로 보수하는 사람들이에요. 불 안 난다고 소방관들 월급 안 줍니까? 달걀 안 나온다고 닭한테 모이 안 줘요?
- 2014년 1월 1일, '뉴스 9' 특집 토론
좌파, 좌파 하지 좀 마세요. 진짜 좌파 정당은 가만히 있는데 좌파가 아닌 사람들끼리 왜 그러십니까. 짝퉁을 명품이라고 하면 허위사실 유포예요.
- 2004년 11월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좌파 논쟁을 벌이자 한 말
제가 좋아하는 표현으로 말하자면, 실패로 끝난 게 아니고 실패하고 있는 중이죠. 계속해서.
- '노유진의 정치카페·1등과 꼴찌의 성적표도 바뀝니까', 유시민 작가가 제3당의 정치세력 구축이 계속 실패로 끝났다고 말하자.
그리고,
대학 서열과 학력 차별이 없고 누구나 원하는 만큼 교육받을 수 있는 나라, 지방에서 태어나도 그곳에서 교육받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데 아무 불편함이 없는 나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나라, 인터넷 접속이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시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
- 2010년 1월, <<진보의 재탄생>> '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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