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00대 명반 1위 – 유재하가 특별한 이유

칼럼이나 기사 등을 보면 음악적으로 뛰어난 몇몇 거장들의 앨범을 소개할 때마다 나오는 문구가 대한민국 100대 명반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대한민국 100대 명반의 가장 앞자리에 있는 가수가 있습니다.

스물다섯의 나이에 발표한 데뷔 앨범이 유작이 되어버린 요절한 천재가수 유재하에 대해서, 그리고 유재하가 그렇게 높이 평가받는 이유에 대해서 찾아 보았습니다.

 

유재하

 

I. 대한민국 100대 명반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시리즈 (유재하)
가슴네트워크 기획, 선정 '한국 대중음악의 현재' 시리즈 3편 (2008~2009)

 

대한민국 100대 명반이라는 조사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에서 큰 의미가 있는 100개의 앨범을 선정하여 발표하는 프로젝트인데 1998년 '서브'라는 잡지에서 주로 포크와 록음악 앨범 중심으로 선정하는 작업을 최초로 시작했습니다.
그후로 9년이 흐른 2007년 '서브'의 편집장이 설립한 '가슴네트워크'에서 공백 기간 동안 우리나라에 소개된 다양한 장르의 음반을 포함하여 확대한 프로젝트를 두 번째로 진행하였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2018년 멜론, 한겨레, 그리고 음악 전문 출판사인 태림스코어에서 전체 기획을 총괄하고 평론가 47인이 참가하는 선정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선정에 참여한 전문가 47인은 대중음악 평론가, 음악 칼럼니스트, 음악 사이트 콘텐츠 총괄 또는 대표자, 음악 관련 매체 편집장, 음반회사 대표 등 음악 관련 산업계·평론계에서 활동하는 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체 세 차례의 선정 작업 심사위원들이 모두 동일하지 않았지만 상위의 음반은 비슷한 범주 내에서 예상 가능한 것들이었으며, 일부 새로운 장르와 의외의 앨범이 선정되었을 수도 있지만 포크와 록음악에 편중된 경향성을 보였습니다.
대상 앨범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투표방식이었다고 하니 개성이 강하다거나 평론가 개인의 호불호가 엇갈리는 앨범은 배제될 확률이 컸으며, 예전부터 명반이라는 공감대가 유지되어 온 앨범이 관성적으로 선정되는, 조금은 결과가 뻔한 프로젝트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추천글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by 김지하

음반 산업 현장 종사자들이 포함되었다고는 하지만 가장 큰 기준은 앨범의 작품성이어서 대중성은 무시된다고 봄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 어떤 앨범보다 많은 사랑을 받은 트로트 장르 앨범이 전무하고, 듀스나 서태지와 아이들보다 인디밴드의 앨범이 더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하는 등 명반의 정의를 음악성에 한정시킨 프로젝트입니다.

평균 10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2028년쯤 다음 선정 작업이 예상되는데 지금의 트로트 열풍이나 K-POP 보이밴드·걸그룹 앨범이 외면받을 것인지, 전향적인 평가를 받을 것인지 사뭇 궁금한 대목입니다.

 

 

II. 유재하

유재하 사진모음

유재하는 1962년 안동 하회마을의 서애 유성룡의 14대 손으로 명문가 유복한 집안의 7형제 중 3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서울 대일고, 한양대 작곡학과를 졸업한 클래식 음악도였습니다.
대학시절 담당교수가 모차르트 악보를 표절했다고 오해했을 정도로 뛰어난 작곡 실력을 가졌고, 바이올린·첼로·피아노·기타·키보드 연주에 능통한 Multi-Instrumentalist였습니다.

한양대 재학 중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서 키보디스트로 활동을 시작하였으나 학교의 허락을 얻지 못해 탈퇴하였습니다.
졸업 후 김현식의 봄·여름·가을·겨울에서 잠시 활동하였다가 1987년 그동안 써놨던 곡들을 모아 앨범을 발매하였는데 고작 스물다섯의 나이에 모든 곡의 작사·작곡·편곡·프로듀싱까지 혼자 다 하는 먼치킨급 능력을 보여준 천재입니다.

솔로 1집에 수록된 곡 외에 이문세의 '그대와 영원히', 한영애의 '비애' 등을 작곡하였으며, 솔로 1집 앨범에 수록된 9곡의 신곡 중 대부분이 한양대 재학 시절 만들어진 곡이라고 합니다.

유재하는 1집 발표 직후인 11월 1일 새벽에 술에 취한 친구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마주 오던 택시와 정면충돌하면서 사망하였습니다.

당시로선 보기 힘들었던 음대 출신 대중음악계 후배라서 많은 현역 가수들이 그를 아꼈다고 합니다.
게다가 대학 시절부터 당대 최고의 연주자들이 모여있던 '위대한 탄생', '봄·여름·가을·겨울'에서 활동하였을 만큼 현장에서 연주력·작사·작곡 능력 등을 인정받았습니다.

클래식과 재즈를 대중가요에 녹여내고, 대중가요 최초로 브릿지 개념을 사용한 곡을 만들어내고, 대한민국 발라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 단 하나의 앨범을 내고 스물다섯의 천재 뮤지션은 그렇게 짧은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추천글   빌리 오션과 여왕들 (Caribbean Queen • European Queen • African Queen)

 

 

III. 유재하가 특별한 이유

 

유재하는 현재 음악평론가나 동료 음악인들 사이에서는 비운의 천재, 전설로 평가받으며, 일부 젊은 음악인들에게는 신화 같은 존재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음악 잘하는 사람, 실력있는 음악인, 새로운 음악으로 대중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연 사람이라는 인식. 그리고 유재하 가요제 출신들이 현재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들이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됩니다.

1) 유재하에 대한 평론가, 음악인들의 평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 2018년 대중음악 명반 1위: 세월이 흐를수록 가치가 더 올라가는 마스터피스
  • 박진영: 대한민국 음악은 유재하의 전과 후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 김동률: 유재하의 죽음으로 한국 발라드 계열 음악은 100년 정도 퇴보되었다.
  • 이적: 작사·작곡·음악을 대하는 자세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가수 중 하나가 유재하다.
  • 유영석: 유재하에 대해서 놀라움, 질투, 존경을 한 번에 느낀다.
  • 윤종신: 이 사람의 노래를 듣고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마음속의 라이벌로 그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특히나 작사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
  • 김형석: (유재하 1집 앨범을 듣고) 벼락을 맞은 듯 전율이 느껴졌다.
  • 임진모: 유재하는 작사·작곡뿐만 아니라 편곡까지 스스로 하며 음악적 자주를 실현한 아티스트였다.
  • 박정현: 유재하의 음악을 듣고 단지 기교가 전부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2) 다음으로 수많은 평론에서 설명되어있는 유재하 1집 '사랑하기 때문에'에 대한 평가입니다.

  • 조바꿈을 통한 악곡의 변화주기, 클래식과 재즈 요소를 접목하는 음악적 지향점을 세워 기존 우리 가요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색깔을 지닌 음악.
  • '뽕끼'로 표현되는 기성세대의 발라드와의 작별을 고한 것은 이 음반이 효시.
  • 당시에는 거의 없었던 변조나 독특한 코드 진행 등을 이용해 당시 가요의 수준을 팝 이상의 것으로 끌어올린 장본인
  • 쉽게 합쳐지기 어려운 메이저 코드와 마이너 코드를 섞어가며 사용, 탁월한 작곡 실력으로 어색하게 들려야 할 코드 진행을 대중이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 대부분의 악기 연주를 혼자 담당했다는 연주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1980년대 음악이 21세기에 여전히 대중들에게 유효할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 클래식 혹은 재즈에 기반을 둔 세련된 화성 구성
  • 여러 차례의 녹음(오버더빙)을 거쳐 두텁게 쌓아 만든 보컬 하모니는 폭발적인 가창력 없이도 감히 완벽한 소리를 들려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곡, 연주뿐만 아니라 편곡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미래지향적인 제작 방식.
  • '사랑하기 때문에'를 당대의 수작쯤에서 멈춰 세우지 않고 시대의 걸작으로까지 견인한 가장 강력한 동인은 편곡자로서 유재하의 능력이다. ~ 예컨대, 기타 솔로가 마치 의무처럼 삽입되던 시대에 기타 연주를 완전히 배제해버린 '가리워진 길'이나 재즈의 연주 구조와 클래식의 악기 구성을 통해 통속 가요로 오인될 만한 선율에 차별성을 부여한 '우울한 편지'는 그에 대한 증거와 다름 아니다. 모던한 발라드의 어법을 완성형으로 제시한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과 '그대 내 품에', 그리고 타이틀 트랙 '사랑하기 때문에'는 말할 것도 없다.
  • 혹자는 이 앨범을 가리켜 한국 대중음악사상 최초로 한 사람의 가수가 작사와 작곡과 편곡을 '혼자서' 완수해낸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나는 유재하가 그 모든 것을 '제대로' 성취해냈다는 측면에 더 큰 비중을 주고 싶다.
  • 반복을 거듭하며 들어도 고급스럽게 들리는 뛰어난 편곡 실력
  • 가요의 편곡에 클래식 악기를 끌고 들어와 보여준 지금까지도 그 수준을 쉽게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탁월한 오케스트라적 편곡 기법으로 바이올린 첼로 등의 현악기와 클라리넷, 플루트, 오보에 등의 관악기까지 노래에 사용하였다.
추천글   가루전쟁 : 설탕, 소금, 후추, 밀, 커피, 초콜릿을 둘러싼 세계의 공방

시대를 앞서간 천재의 마스터피스 몇 곡을 링크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지난날

 

우울한 편지

 

※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