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일, 아파트, 응원가 그리고 시티팝

온 국민이 다 아는 응원가가 몇 곡 있습니다.
특정 학교나 팀에서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종목, 모든 팀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응원가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노래가 바로 윤수일의 '아파트'입니다.
오늘은 '아파트'라는 주거형태에 관한 내용은 제외하고 그냥 윤수일의 '아파트'라는 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윤수일밴드 2집 커버 (아파트)

 

I. 윤수일

윤수일은 1955년 울산 인근의 장생포에서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윤수일의 친부는 6·25에 참전한 주한미군 공군 조종사 출신으로 윤수일의 출생 전 미국으로 귀국하여 시험비행 도중 사고로 사망하였다고합니다.
한국에 남아있던 어머니는 홀로 윤수일을 키우다 재혼을 하게 되면서 윤수일은 윤 씨 성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불행한 출생에 비해 훌륭한 새아버지 아래에서 평탄한 성장기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 시절의 여느 다문화 가정 출신들에 비해 순탄한 학창시절을 지낸 것 같습니다.

윤수일은 공부에도 재능이 있어서 정주영이 설립한 울산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였으나 혼혈인으로서의 한계가 명확한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예체능계로 진로를 정하였다고 합니다.

당연히 음악쪽에도 꽤나 재능이 있었는지 1976년 신중현 사단의 혼혈인 중심의 록 밴드 '골든 그레이프스'에 보컬로 합류하면서 프로의 세계로 발을 내디디게됩니다.

이후 1977년 그룹사운드 경연대회에서 작곡가 안치행의 눈에 띄어 음반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1978년, 팀명을 '윤수일과 솜사탕'으로 바꾸고 1집을 내놓았는데 록 넘버 위주의 앨범 9곡 중에서 단 하나뿐인 트로트곡 '사랑만은 않겠어요'가 크게 히트하면서 밴드는 큰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록 밴드의 정체성이 희미해지고 트로트곡으로 활동을 하게 되면서 결국 밴드는 해체의 길을 가게 되고 윤수일은 솔로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윤수일은 1980년까지 1집과 비슷한 분위기의 곡으로 솔로 활동을 하다가 1981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윤수일 밴드'를 결성하고 록을 전면에 내세운 1집을 발표하면서 그야말로 엄청난 히트곡을 쏟아내기 시작하였습니다.
빼어나 외모에 노래만 부르던 가수가 아니라 작곡 능력도 탁월해서 '떠나지 마, 제2의 고향, 아파트, 황홀한 고백, 아름다워, 환상의 섬' 등 락부터 댄스, 시티팝, 발라드까지 거의 모든 곡을 직접 작사·작곡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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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인에 대한 편견이 상당하던 시기임에도 윤수일은 178cm의 훤칠한 키에 감미로운 목소리, 그리고 이국적이고 잘생긴 얼굴과 함께 뛰어난 작사·작곡 능력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었고, 마침내 1980년대 최정상급 가수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1990년대 들면서 예전만 못하지만 특별한 부침 없이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던 중, 2002년 무렵 다단계 사기에 연루되어 벌금 500만 원 형을 선고받고 한동안 활동을 정지해야 했었습니다.
이 사건은 2008년 항소심까지 가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아 결백이 증명되었지만 본인은 몸무게가 10kg이나 빠지고 탈모가 오는 등 후유증이 있었다고 합니다.
2008년 무죄 판결 이후 활동을 재개하여 2014년 12월 마지막 정규앨범을 발매하였고 최근까지 방송이나 공연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윤수일은 지금까지 솔로 앨범 5장, 윤수일밴드로 24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하였습니다.

 

 

II. 아파트 APT

아파트는 1982년 윤수일 밴드 2집의 수록곡으로 윤수일이 작사, 작곡한 노래입니다.

1980년대 초는 목동아파트 단지가 개발되면서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아파트가 중산층까지 흡수하게 되었고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형태로 자리잡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아파트에 대한 시민들의 긍정적인 인식과 더불어 이 곡은 발매 당시에도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떠난 연인을 잊지 못해 찾아간 연인의 아파트를 배회하며 부르는 넋두리 같은 구슬픈 가사이지만 강렬한 전주와 쉬운 멜로디, 신나는 리듬으로 1980년대 대학가와 경기장에서 응원가로 사용된 대표적인 노래가 되었습니다.

'으쌰라 으쌰'라는 흥겨운 여음구와 함께 현재 국내 모든 프로야구단에서 응원가로 사용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 응원단의 공식 응원곡이라고 합니다만, 사실 그냥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경기, 모임, 행사에서 불리는 국민가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윤수일 – 아파트(1983)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

그리운 마음에 전화를 걸면 아름다운 너의 목소리

언제나 내게 언제나 내게 속삭이던 너의 목소리

흘러가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구름처럼

머물지 못해 떠나가버린 너를 못 잊어

오늘도 바보처럼 미련 때문에 다시 또 찾아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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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아무도 없는 쓸쓸한 너의 아파트

 

 

III. 윤수일’s Discography

윤수일 밴드 – 제2의 고향

 

윤수일과 도시의 천사 – 황홀한 고백 (1986)

 

윤수일 – 아름다워 (1983)

 

윤수일 밴드 – 환상의 섬 (1985)

 

 

※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