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독재 시절, '사전 심의 제도'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가사에 특정 단어나 표현이 누군가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노래를 만든 사람이 월북 음악인이라고 해서, 노골적이고 외설적인 성적 표현으로 인해, 또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금지곡으로 지정되는 경우가 이 사전 심의 제도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민주주의 최고의 덕목으로 꼽는 미국의 경우 '사전 심의'라는 것은 당연히 법제화가 불가능한 제도였습니다. 그러나 개별 방송국에서 판단 심의를 거쳐 '방송 금지' 조치를 취한 노래들은 있었습니다.
오늘 들어볼 노래는 반복되는 가사가 선동적이라는 이유로 방송금지를 당했지만 발표된 지 30년 만에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된 디스코 명곡, The Trammps의 Disco Inferno입니다.
I. The Trammps
Disco Inferno를 부른 '더 트램프스 The Trammps'는 1960년대 중반부터 필라델피아를 기반을 두고 활동하던 보컬리스트, 세션 연주자들이 모여 만든 Disco･Soul 밴드입니다.
1972년 보컬을 맡은 '지미 앨리스 James T. "Jimmy" Ellis', 드러머이자 베이스 보이스를 담당한 '얼 영 Earl Young', '해롤드 닥 웨이드 Harold 'DOC' Wade', '스탠리 웨이드 Stanley Wade' 형제 등 11명의 멤버로 시작한 이들의 첫 번째 녹음은 Went the Strings of My Heart라는 곡입니다.
1943년 주디 갈런드가 녹음한 곡을 리메이크한 곡으로 그해 R&B 차트 17위, 팝 차트 64위에 오르며 화려하게 데뷔하였습니다.
이후 1974년 R&B차트 44위에 오른 Hold Back the Night를 포함한 다수의 음반을 발매하였습니다.
1975년 중반 트램프스는 아틀란틱 레코드로 터전을 옮기고 Hooked for Life와 Where the Happy People Go라는 곡을 발표하였는데, 이 곡들은 밴드의 가장 크게 히트한 POP 장르 곡이 되었고, 꾸준히 사랑받는 곡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트램프스 최고의 히트곡은 역시 1976년 12월 발매된 Disco Inferno라고 하겠습니다.
디스코 인페르노는 1977년 그래미를 수상한 영화 Saturday Night Fever의 사운드트랙으로 수록되면서 1978년 5월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1위에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트램프스는 1984년까지 9개의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하였고, 그 후에도 2019년까지 15개의 컴필레이션 앨범, 그리고 43개의 싱글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라인업을 달리 한 두 개의 팀이 공연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창단 멤버인 얼 영은 여전히 녹음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트램프스의 히트곡 영상에서 특유의 Soul 창법으로 노래를 부르는 리드 싱어 Jimmy Ellis는 2012년 3월 8일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함께 창립멤버로 활약한 멤버 중에서 베이스를 담당했던 '로니 베이커 Ronnie Baker', 기타의 '노먼 해리스 Norman Harris', 키보드의 '론 커시 Ron Kersey', '로저 스티븐스 Roger Stevens', 그리고 '스탠리 웨이드 Stanley Wade' 등이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멤버가 되었습니다.
II. Disco Inferno
디스코 인페르노는 1978년 12월 28일 동명의 스튜디오 앨범에 수록되어 발매되어 1977년 초 미국 빌보드 댄스 클럽 차트 1위에 오른, 꽤나 인기를 얻은 노래였습니다.
그 인기 탓인지 1977년 12월 개봉한 영화 '토요일 밤이 열기 Saturday Night Fever'의 사운드트랙 앨범에 수록되면서 1978년 빌보드 핫 100 11위에 오르는 등 그야말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곡의 가사를 첫 소절을 보면, 이 노래는 1974년 개봉한 스티브 맥퀸과 폴 뉴먼 주연의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 '타워링 The Towering Inferno'의 옥상 화재 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앞부분 가사
| 놀랍게도, 100층 높이의 사람들이 풀려나 옥상에 내려앉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어 통제 불능이야 부기가 터지자마자 너무 재미있었어. 누군가 말했어 (불을 지펴라 태워버려라) 디스코 지옥 같은 곳에서! (불을 지펴라 태워버려라) 그녀를 태워버려! (불을 지펴라 태워버려라) 디스코 지옥 같은 곳에서! (불을 지펴라 태워버려라) 그녀를 태워버려! |
The Trammps – Disco Inferno (Long Version)
위 영상은 1976년 앨범에 수록된 최초 발매 버전은 11분짜리 Long Version입니다. 후에 라디오 방송을 위해 3분 35초짜리의 편집본이 발매되었습니다.
음악적으로 'Disco Inferno'는 4/4박자와 디스코 음악에서 흔히 사용되는 전형적인 16비트 리듬을 가지고 있습니다.
브라스 섹션과 일렉트릭 기타, 드럼, 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가 화려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사운드를 탄탄하게 구성하고 있습니다.
곡의 구성 중 음악적으로는 도입부에 나오는 베이스 리프를 들 수 있겠습니다.
원곡 이후 수많은 가수들이 이 곡을 리메이크하고 리믹스하였는데 그럴 때마다 가장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부분도 역시 베이스 리프였습니다. 그리고 곡의 전반에 반복되어 등장하는 가사 'Burn Baby Burn' 역시 아주 강력한 흥행 요소 중의 하나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곡은 바로 이 가사 때문에 '방송 금지' 처분을 받게 됩니다.
1965년, 경찰 공권력에 대항하는 흑인들의 저항으로 시작되었다가 6일 동안 L.A 와츠 (Watts) 지역을 불바다로 만든 와츠 폭동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일부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이 노래를 방송 금지시켰던 것입니다.
이 폭동은 무려 34명의 사망자와 4천만 달러 이상의 재산 피해를 낸 대형 소요사태로, 1992년 비슷한 원인과 양상으로 발생한 '로드니 킹' 폭동이 있기 전까지 최악의 소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당시 방송국의 반응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1977년 초 디스코 차트와 블랙 싱글 차트 등에서 상위권에 올랐지만 빌보드 핫 100에서는 53위로 마감된 데다가,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방송 금지까지 되면서 이제 잊히는가 했던 이 곡은, 1977년 12월 '토요일 밤의 열기'의 사운드트랙에 11분짜리 전곡이 수록되면서 그야말로 폭발하게 됩니다.
1978년 봄, 빌보드 핫 100에서 11위로 정점을 찍으며 트램프스 최고의 히트곡으로 자리를 잡은 후, 많은 가수와 DJ들이 커버와 리믹스 버전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2005년 9월 19일, 'Disco Inferno'는 뉴욕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댄스 음악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되었습니다.
이날의 시상식에는 원년 멤버들이 25년 만에 모여 공연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원래의 가사를 조금 비틀어 Bern, Baby, Bern으로 바꿔 '버니 샌더스' 민주당 후보의 선거 송으로 사용하여 다시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III. Cover & Remix Ver.
디스코를 대표하는 곡이면서, 지미 엘리스의 Soul 한 창법이 돋보이는 곡이며, 반복되는 기타 리프가 매력적인 곡이지만 원곡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인지 커버나 리믹스가 명성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닙니다.
Secondhandsongs.com 에는 50여 개의 커버 곡이 등록되어 있는데 이 곡 중 추천하는 것을 몇 곡 링크합니다.
Tina Turner – Disco Inferno Rockamarica Remix
개인적으로는 The Trammps를 제외하고 이 곡을 가장 살린 가수가 티나 터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록앤롤의 여왕'이라는 별명처럼 강렬한 무대매너가 돋보이는 그녀는 1993년 처음 이 곡의 커버를 발매한 후 많은 공연에서 다양한 리믹스 버전을 공연하였습니다.
Cyndi Lauper – Disco Inferno (1998)
신디로퍼의 이 노래는 1998년 개봉한 미국의 코미디 영화 A Night at the Roxbury에 삽입되었습니다.
디스코 인페르노라는 제목이 신디 로퍼의 자유분방함과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DJ Claudio Mix – Disco Inferno (Disco Mix, 2019)
아르헨티나의 DJ Claudio Mix가 2019년 발표한 버전입니다.
유튜브나 사운드 클라우드에 가시면 훨씬 더 다양한 클럽 믹스 버전을 들을 수 있습니다.
The Trammps – Disco Inferno (DeeM Remix) – Hell's Club Version (2018)
※ 함께 보면 좋은 글들
- Début de Soirée – Nuit de Folie : 80년대 말 유럽을 휩쓴 프랑스 유로댄스 원히트 원더
- 대도시에 대한 동경이 만든 원히트 원더 Funkytown, 펑키타운!
- Chess, One Night in Bangkok 그리고 Murray Head
- 감각의 제국과 아이 노 코리다(Ai no Corrida, 愛のコリーダ)
- One Way Ticket : Eruption, Neil Sedaka & 날 보러 와요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 손금 바꾸는 방법 (손금 개요, 손금보는 법, 손금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