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진한 소울이 느껴지는 발라드로, 누군가에겐 브리티시 락으로, 누군가에겐 노란 타이즈를 입은 우마 서먼이 일본도를 휘두르는 장면으로, 또 누군가에겐 만주 대평원을 달리는 말과 함께 생각나는 노래가 있습니다.
1964년 처음 소개된 이래로 180개 이상의 커버 버전이 발표된 노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입니다.
오늘은 다양한 영화에 삽입되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노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의 다양한 커버곡과 가수들에 대해 정리해볼까 합니다.
I.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The Good, The Bad, The Weird (2008)
2008년 개봉한 이 영화는 당시로는 꽤 파격적인 스토리에 엄청난 스타급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송강호, 이병헌 그리고 정우성이 공동 주연으로 출연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는 특이한 제목의 이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사람은 달콤한 인생, 장화 홍련, 반칙왕으로 꽤 영화를 잘 만드는 흥행감독으로 이름 높은 김지운 감독이었습니다.
원래 김지운 감독은 1983년 서울예전 연극과에 입학했지만 중퇴하고 10년 가까이 연극 무대에서 배우와 연출부로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러다가 1997년 제1회 씨네 21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조용한 가족'이 당선되면서 감독 데뷔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지운 감독은 이 영화 이전에 공포, 코미디, 액션 누아르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수준급의 연출력과 흥행성적을 보여줬던 감독으로 이 영화로 국내외 29개 영화제 33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고 그중 청룡영화상 감독상, 디렉터스 컷 어워즈 올해의 감독상, 시체스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특수효과상을 수상하였습니다.
2008년 국내 박스오피스 1위 작품으로 66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였으며 월드 박스오피스 최종 수익은 4천426만 달러입니다. 현재 환율로 따지면 611억 8천만 원가량이 됩니다.
이 영화는 보통 '놈놈놈'이라고 줄여서 부르는데 현상금 사낭꾼으로 등장하는 '좋은 놈'은 '정우성', 마적단 두목으로 생김새부터 '나쁜 놈'인 '이병헌', 그리고 코믹 캐릭터로 어딘가 모르게 모자란듯한 '이상한 놈' '송강호'가 보물지도를 놓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내용입니다.
영화의 음악은 삐삐롱스타킹의 멤버였다가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로 영화음악에 입문한 달파란과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가 맡았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적 떼와 일본군, 그리고 세 사람이 오토바이와 말을 타고 달리는 대평원의 추격씬으로 기억됩니다. 이때 나왔던 음악이 바로 오늘 이야기해볼 노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라는 곡입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대평원 추격전 (2008)
Don't Let Me be Misunderstood는 7분 25초부터 나오기 시작합니다.
II.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원래 이 노래는 1964년 Bennie Benjamin, Horace Ott, Sol Marcus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피아니스트인 '니나 시몬 Nina Simone'을 위해 만든 노래입니다.
호레이스가 여자 친구인 글로리아와 일시적으로 사이가 틀어진 상태였을 때 생각난 멜로디와 가사를 모티브로 건네준 초안을 벤자민과 마커스가 완성하였다고 합니다.
저작권에는 Horace Ott 대신 Gloria Caldwell이 올라있는데 Gloria는 Horace의 당시 여자 친구였고 나중에 아내가 된 여성입니다.
당시 호레이스가 소속된 BMI의 작편곡자들은 ASCAP 멤버인 벤자민과 마커스와의 협업이 금지됐었기 때문에 본인의 이름 대신 여자 친구인 글로리아의 이름을 등록한 것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이 노래는 1964년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곡과는 천양지차의 느린 발라드 곡으로 빌보드 차트 인에는 실패하였습니다.
Nina Simone –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1964)
1965년 영국 출신의 5인조 밴드인 The Animals는 여러 가수의 노래를 R&B 스타일로 커버하였는데, 1965년 1월 29일 발매된 싱글 앨범인 By the Animals에 니나 시몬의 노래를 록 버전으로 리메이크하여 발표하게 됩니다.
이 곡이 영국 싱글 차트 3위, 미국 팝 싱글 차트 15위, 캐나다 차트 4위에 오르는 등 북미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R&B와 잉글리시 록의 놀라운 조합 A Striking Combination of R&B and English-Rock Touches'이라는 평을 얻은 이 노래는 2004년 롤링스톤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500곡 중 322위에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The Animals –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1965)
Don't Let Me be Misunderstood는 Secondhandsong.com 기준 현재까지 10여 개 언어로 모두 180개의 커버 버전이 등록되어 있으며 가장 최근작으로는 2022년 3월 발매된 Cedella Marley의 레게 버전이 있습니다.
세델라 말리는 우리가 익히 아는 레게의 전설 '밥 말리 Bob Marley'의 딸입니다.
Cedella Marley –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2022)
III. Santa Esmeralda
2000년대 들어 'Don't Let Me be Misunderstood'이라는 노래를 우리에게 익숙하게 만들어준 것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 빌 Kill Bill'이 되겠습니다. 킬빌에 삽입된 산타 에스메랄다 버전의 곡이 영화와 함께 인기를 얻으면서 80년대 디스코풍으로 발매되어 크게 히트했던 버전을 잘 알지 못하는 세대에게도 이 노래는 많이 알려지게 됩니다.
Kill Bill Vol.1 Black Mamba vs O-Ren Ishii. Fight Scene (15"~)
산타 에스메랄다는 1977년 결성된 프랑스계 미국인들의 5인조 디스코 그룹입니다.
1977년 프랑스의 프로듀서 '니콜라스 스콜스키 Nicolas Skorsky'와 싱어송라이터 '장 마누엘 Jean Manuel de Scarano'이 자신들의 노래를 불러줄 가수를 배출할 목적으로 레이블을 출범시키면서 만들어진 밴드입니다.
리로이 고메즈, 장 클로드 쁘띠, 호세 수크, 슬림 페진, 크리스티안 파도반으로 구성된 밴드는 디스코와 라틴 팝 장르의 노래를 발표하였는데 이들의 데뷔 앨범이 바로 Don't Let Me be Misunderstood이었습니다.
산타 에스메랄다의 버전은 미국 디스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였고, 빌보드 핫 100에서 15위까지 올랐습니다.
산타 에스메랄다는 1987년까지 애니멀스의 유명한 곡인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을 댄스곡으로 편곡하여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 Another Cha-Cha, C'est Magnifique를 히트시키기도 하였습니다.
Santa Esmeralda –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Santa Esmeralda – The House of the Rising Sun
Santa Esmeralda – Another Cha-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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