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BOLS , 세상의 비밀을 푸는 열쇠 – 상징, 기호학, 음모론, 그리고 신비주의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들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상징과 은유 속에 진정한 의미와 철학을 숨겨두고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틈을 보여주는 오만하고 위험한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를 보고 난 후 작가가 너무 궁금해 찾아보았고 기호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학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그 이름 만으로 참 흥미로운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대사회의 온갖 상징과 그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컬러 사진들과 함께 친절히 설명해주는 책, 'SYMBOLS, 세상의 비밀을 푸는 열쇠'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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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MBOLS THEIR HIDDEN MEANING

 

 

I. SYMBOLS  세상의 비밀을 푸는 열쇠

  • 원제 : SYMBOLS AND THEIR HIDDEN MEANING
  • 작가 : T.A. 켄너 T.A. Kenner, 윤상운 옮김
  • 출판 : 서울문화사, 2006년 6월 30일 초판 발행
  • 분량 : 160쪽

 

II. 기호학 記號學 Semiotics

이 책은 기호학과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주제인 상징이 기호학이 다루는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도구인 만큼, 기호학의 개념을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찾아 정리해 보았습니다.


SYMBOLS : 기호학이란 무엇인가 what is semiotics
기호학이란 무엇인가?  what is semiotics?

 

'기호학 Semiotics'이란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호, 즉 어떠한 의미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것에 대한 학문입니다.
이를 위해 기호학자들은 기호의 생성과 작용과정, 소통 등의 개념을 연구합니다.

기호학은 언어의 구조와 그 의미를 연구한다는 의미에서 일반적으로 언어학 분야와 맞닿아 있지만 비언어 기호 체계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철학의 하위학문으로 분류가 가능하며 스위스의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 Ferdinand de Saussure'와 미국의 철학자 '찰스 샌더스 피어스 C.S. Peirce'가 태동시킨 학문입니다. 대표적인 학자로 '롤랑 바르트' 그리고 '움베르토 에코' 등이 있습니다.

오늘날의 기호학은 언어 기호학, 시각 기호학, 건축 기호학, 음악 기호학, 연극 기호학, 문학 기호학, 텍스트 기호학 등 다양한 분야로 발전하고 있는데 삶을 포함하여 인간과 관련된 모든 것은 기호로 이루어져 있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인간들은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으며, 서로 의사를 소통하는데 '상징 Symbols', '도상 Icon', '지표 Index' 등을 이용합니다.
여기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 내는 행위를 의미 작용(Signification)이라고 하고, 의미 작용과 기호를 통해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행위를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라고 하며, 이 둘을 합하여 기호 작용(Semiosis)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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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은 이 기호 작용에 관한 학문입니다.

 

 

III. 이 책은 추천합니다.

이 책을 쓴 'T.A 켄너'는 영국의 저명한 상징 전문가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전혀 찾을 수가 없어 책날개에 소개되어있는 정보만을 기준으로 보자면 그는 런던대학교에서 비교문화를 전공하였는데, 오랜 기간 상징주의와 밀교에 대한 연구와 집필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예술, 디자인, 광고와 심리학과의 관계 등 다방면에 걸쳐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상징주의와 밀교에 대한 연구와 집필을 해오고 있다는 작가의 소개 말, 파라오의 왕권을 보호하는 상징인 '호루스의 눈'을 전면에 내세운 표지 사진, 그리고 책 뒤표지의 홍보문을 보면 이 책의 마케팅 포인트는 신비주의와 음모론인듯합니다.

현대사회 속에 숨어 있는 상징의 기원과 실체를 밝힌다.

  • 반 프리메이슨 집단이 주장하는 워싱턴 D.C. 에 숨겨진 프리메이슨 상징들이란?
  • 엘리자베스 1세의 '펠리컨 초상화'에서 읽을 수 있는 영국 왕실의 의도는 무엇인가?
  •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루벤스가 그린 파리드 메디치 왕비의 초상화에 숨겨져 있는 상징의 정체는?
  • 힌두교 신전 앙코르와트 건물 각 부분에 담겨 있는 상징적인 의미는?
  • 소비에트 연방의 신병모집 포스터는 어떤 상징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았을까?
  • 미국 공화당의 로고인 코끼리는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가?

– 책 뒤표지 홍보문 발췌 –

그러나 실제로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신비주의와 음모론과 같은 선정적인 홍보문구로 가볍게 접근할만한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지구와 현대사회를 기초 상징, 환경, 미술, 건축, 권력, 정체성, 표지, 종교와 신화 등의 카테고리로 분류하였고, 각 영역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상징과 기호들을 찾아내 그 의미와 역사를 상세한 그림과 함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첫번째 주제인 '기초 상징'의 경우 아래와 같은 목차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색 :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과 남색, 보라와 자주, 갈색, 검정, 흰색 등 색깔 별로 종교적·정치적 측면에서 많이 사용되는 의미, 역사·미술작품 등에서 보여주는 상징 등을 설명
  • 숫자 : 0~12까지의 숫자들이 각각 종교·과학·역사·철학적으로 의미하는 것들을 설명
  • 심리학에서의 상징 : 심리학적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프로이트와 융의 이론에서 상징이 차지하는 의미를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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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MBOLS : 펜타곤과 사탄의 오각별 (사진 경향신문)
펜타곤과 사탄의 오각별 (사진출처 : 경향신문)

물론 책 뒷표지의 홍보물이 없는 내용을 써놓은 것은 아닙니다. 분명히 펜타곤의 오각형 건물이 사탄의 오각별을 상징하며 음모론자들이 미국 국방부가 사탄과 결탁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는 내용도 책 내용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적은 분량에 불과하며 국방부의 상식적인 설명과 그리스 신화에서 차용한 5라는 숫자가 가지는 상징성에 대한 내용 등 더 합리적인 내용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각종 건축물과 구조물의 형태에서 상징하는 정치적·신화적 의미, 중세의 초상화와 방패 문장의 각 부분이 상징하는 종교적 의미, 문신과 피어싱 그리고 복식으로 상징되는 집단 정체성 등 흥미로운 내용이 아주 많이 들어있는 책입니다.

수백 장의 컬러사진과 그것보다 조금 많은 글자로 구성되어있는 양장본입니다.

신비주의와 음모론, 많은 사진과 양장본 등의 요소로 인해 편하게 마음먹고 책 읽기를 시작하였으나 사진이 많은 만큼 상징의 숫자도 많고, 사진보다 조금 많은 글로 설명하다 보니 압축된 내용은 부가 설명이 부족하여 다른 자료도 찾아보고 싶게 됩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것들이 원래의 건축가, 화가, 정치가, 철학자가 의도한 상징을 제대로 읽어준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T.A 켄너의 해석과 설명 만으로도 충분히 사놓고 읽어볼 만한 가치는 있는 책입니다.

의외로 가격이 싼 책입니다. 현재는 절판되었는지 온라인 상에서는 구입이 불가능합니다.

알라딘 중고매장이나 온라인 중고서점에서 구입이 가능합니다.

'예스 24' 온라인 중고 가격은 3,500원 정도입니다.

추천드립니다.

 

아래는 2006년 경향신문에 게재된 책 소개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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