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만으로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책 한 권이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발견되어 꺼내보았습니다.
'똥의 인문학'이라는 제목에서 기대하였던 것과는 너무도 다른 목차의 내용에 당황하였다가, 그 목차로 인해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빌려왔습니다.
각 분야 연구자 8인의 똥과 관련한 연구논문 모음책. 똥의 인문학입니다.

I. 똥의 인문학
- 제목 : 똥의 인문학 – 생태와 순환의 감각을 깨우다
- 저자 : 김성원, 박정수, 소준철, 오영진, 전혜진, 차민정, 최진석, 한만수
- 출판 : 역사비평사, 2021년 11월 30일 초판 발행
- 분량 : 256쪽
II. 사이언스 월든 프로젝트 Science Walden Project
'사이언스 월든 프로젝트 Science Walden Project'라는 것이 있습니다.
(재)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고 미래창조과학부가 시행하며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주관 연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헨리 데이비스 소로 Henry David Thoreau'의 '월든'과 '과학'을 결합한 프로젝트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사이언스 월든은 과학 기술과 생태의 재결합을 통해 인간과 생명이 화해롭게 공존할 수 있는 세계를 꿈꾸는 작업입니다.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는 '똥본위화폐'로 대변됩니다.
2016년 프로젝트 시즌1의 목표는 '똥본위화폐'개념을 확립하고 시범 운영하는 것이었는데, 시즌1에서는 과학과 예술 간의 융합의 결과물로 '사이언스 월든'이라는 소설을 발표하였습니다.
2017년 발표된 시즌2에서는 인분을 돈으로 사용하는 '똥본위화폐'를 도시와 마을 등 공동체에 적용하기 위해 연구하고 나아가 취약층의 사회복지와 청년층의 기본소득을 지원할 수 있는 대안 시스템으로 적용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습니다.
이 책 '똥의 인문학'은 사이언스 월든팀의 한 분과인 인문사회팀 8인의 연구자가 진행한 각종 학술행사의 성과물 중 일부를 추려 다듬은 것입니다.
8인의 연구자는 각각 문학평론가이자 문화학자, 역사사회학과 도시사회학을 연구하는 사회학자, 문학가이면서 문예창작과 교수, 국문학 박사이면서 의료인문정신분석 학자, 철학자이면서 철학 교사, 철학을 전공한 공간연구실천가, 미술 철학을 전공한 전시 기획자, 그리고 문화평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입니다.
각자 똥과 관련한 전공분야의 주제로 논문형식의 연구결과물을 내놓았고, 그 주제는 역사와 철학과 정신분석학과 과학기술, 그리고 SF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또한 매우 전문적입니다.
'똥의 인문학'이라는 제목에 기대했던 재기 발랄함은 찾을 수가 없는 책이며, 어렵고, 전문적이고, 종잡을 수 없는 주제의 변화가 너무나 재미있는 책입니다.
III. 책의 내용 정리
1) 배설의 신화와 문화 : 르네상스 민중문화에 나타난 똥과 오줌의 이미지
▷ 최진석 – 문학평론가, 수유너머104 연구원
- 르네상스의 이상적 인간상은 휴머니즘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추상화된 인간의 형상에 의거한 것이었다. p24
- 미학적 인간의 성립은, 동시에 추한 인간이라는 부정적 형상을 배제함으로써 탄생하게 된다. p25
- 프랑스 설화작가 프랑수아 라블레의 민중문학 작품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에서 보여준 르네상스의 통상적 이미지의 파괴
2) 1953 ~ 1973년, 서울의 똥
▷ 소준철 – 한국학 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사회학 전공 박사과정 수료
- 해방 후 서울의 똥오줌 수거와 처리의 단일화 노력과 인분의 비료 사용
- 안정적인 비료 수급을 위한 노력과 환경문제
- 기생충과 인분 비료 사용중지
- 해방 이후 서울의 똥오줌이 하수가 되는 역사를 정리
3) '밥–똥 순환'의 차단과 '두엄–화학비료'의 숨바꼭질
▷ 한만수 – 동국대학교 국어국문 문예창작학부 교수
- 조선 후기 비문학 텍스트에서 볼 수 있는 위생 담론
- 1926년에서 39년까지의 단어나 문장 차원에서 '똥'이 언급되는 문학작품에서 확인하는 위생 담론
4) 더러운 똥, 즐거운 똥, 이상한 똥 : 똥의 재사회화에 관한 정신분석적 의미
▷ 전혜진 – 한양대학교 에리카 창의융합교육원 강사
- 일상에서 억압된 똥은 인간의 언어로, 그것도 증식된 의미를 주렁주렁 달고 일상으로 다시 귀환한다. p118
- 현대사회는 똥을 숨기기 위해 다량의 똥을 모아둔 채 망각한다. 집 어딘가에 거대한 똥통이 있어 다량의 똥을 비축해두고 있다는 사실은 1년에 한 번 정화조 청소 청구서라는 흔적으로 불현듯 환기될 뿐이다. p121
5) 똥 – 돈 – 삶
▷ 박정수 –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자
- 정신분석학자의 육아일기
- 항문기의 똥과 자본주의의 똥
- 항문 쾌락의 억압과 '인류애의 정치'
- 도시에서 농사짓기와 똥거름 만들기
6) 수세식 화장실, 그 적정하지 않은 기술
▷ 김성원 – Play AT 생활기술과 놀이멋짓 연구소장
- 세계 각국의 화장실 사정과 변기 기술에 대한 설명
- 거대한 하수 인프라와 과도한 처리 비용
- 동양의 순환적인 분뇨처리 역사와 현대의 적정기술 사례
7) 아이들은 왜 똥을 좋아할까
▷ 차민정 – 수원시 화장실 박물관 '해우재' 학예실 전시 기획자
- 해우재 – 아이들이 똥 박물관 소개
- 아이들이 똥을 좋아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똥은 성장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는 대상이 되고, 또래집단 사이에서 유대를 돈독히 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게다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교육과 놀이 콘텐츠에 빈번히 노출되니 똥에 대해 관심과 긍정적
- 인식이 증가하는 것이다. p214
8) 행성적 차원에서 인간의 배설과 순환을 생각하기
▷ 오영진 – 문화평론가, 한양대학교 에리카 '기계비평' 주관 교수
- SF로 사고실험하기 : 똥오줌을 순환시키는 '스틸슈트' – 개념과 듄 Dune의 사례
- 순환하지 못하는 세계의 사막화 : SF영화 장면과 현실세계의 사막화 현장
- 차폐의 테크놀로지에서 순환의 테크놀로지로 : 사막화가 오기 전에 전 지구적 차원에서 배설물의 순환성에 대해 논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