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싸운 사람들 : 상식과 싸우며 일상을 바꾸려 한 혁명가 10인의 이야기

사전을 검색해보면 "상식 常識 Common Sense'이란 정상적인 일반인이 가지고 있거나 또는 가지고 있어야 할 일반적인 지식을 말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또한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라고도 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상식의 개념을 좀 더 잘 설명하는 것은 나무 위키의 항목인 듯 보입니다. 나무 위키에는 '어떤 사회에 속한 사람이 반복된 문화와 지식을 습득하면 당연히 기본 교양이라고 믿게 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식이란 어떤 사회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봉건 사회에서의 상식이 민주사회의 그것과 크게 다른 것처럼 상식의 변화는 곧 사회 진보의 바로미터라는 생각도 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렇듯 상식이라는 견고한 인식의 틀에 맞서 싸운 혁명가 10인의 이야기를 다룬 '상식과 싸운 사람들'이라는 책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상식과 싸운 사람들 책표지

 

I. 책의 개요

  • 제목 : 상식과 싸운 사람들 – 일상의 혁명가
  • 저자 : 이재광
  • 출판 : 지식갤러리, 2012년 6월 11일 초판 발행
  • 분량 : 319쪽

 

상식이 통하는 사회,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돼?, 상식의 선에서 등등
상식은 일상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수준의 설정값이라 하겠습니다.

상식과 관련한 대부분의 명제는 '상식의 수호'라는 맥락에서 이루어집니다.
상식을 파괴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생각은 공동체의 규범과 질서를 어지럽히는 역외자들이나 할 행동이라는 것 또한 상식이며, 어떤 때에는 상식은 옳고 그름을 떠나 지켜져야 할, 또한 보호되어야 할 절대가치라는 인식까지 엿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 '악 惡'하다거나 '선 善'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상식이라는 개념에 선과 악의 가치판단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상식을 수호하고자 참 많은 희생을 강요하고 감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상식과 싸운 사람들'은 저자 이재광이 한 매체에 기고했던 '역사인물평전 기사'를 '상식과 싸운 사람들'이라는 주제에 맞게 수정·보완·가필하여 펴 낸 책입니다.

책에서 소개하는 10인의 '혁명가'를 책 뒷면의 한 줄 소개로 정리해보았습니다.

  • 최 북 : 신분 질서에 옥죈 사회를 마음껏 조롱하며 광기를 부렸던 조선 후기 대표 화가
  • 김수영 : '가장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상식마저 훌훌 털어버린 자유의 시인
  • 나혜석 : '조선의 스타'로 살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 희생된 국내 첫 여성 화가
  • 유 희 : 우리 것을 천시한 사대주의에 맞서 외롭게 한글을 연구한 국어학자
  • 황 현 : 입신양명을 거부한 채 우국충정으로 임금까지 질책한 조선말 사회비평가
  • 서경덕 : 주류 학계의 흐름과 권력 지향 풍토를 거부하고 독자 학문 체계를 펼친 철학자
  • 김시습 : 시대와 어울리지 못한 채 '5세 시습'으로 평생을 살다 간 조선의 천재
  • 정인보 : 사대주의에 대한 극도의 혐오 끝에 한국사를 통째로 다시 쓰려했던 국학자
  • 최용신 : 여성과 외모에 대한 편견을 딛고 '샘골의 기적'을 일군 일제 치하 젊은 교육자
  • 강 항 : 임진왜란 중 포로로 끌려갔다가 미개한 일본의 문명을 열어준 조선의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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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위 열 명의 간략한 소개와 함께 각 주인공이 일생에 걸쳐 보여주는 상식을 뛰어넘는 기행과 그로 인해 겪어야 했던 사회적·정치적 불이익과 고난, 그리고 작가가 생각하는 현재 시점에서의 간략한 평가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II. 저자 소개

저자 이재광 교수
저자 이재광 교수

저자 이재광은 1961년 생으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6년 고려대학교에서 '19세기 세계체계와 한일 자본주의 편입과정 비교'라는 주제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2007년 '거버넌스, 정책 마케팅, 정책 PR의 관계: 지역개발 정책에 대한 적용 가능성 탐색'이라는 주제로 경희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미국 뉴욕 주립대학교 브로델 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을 지냈으며, 1988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뒤 산업부와 경제연구소 기자를 거쳐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 이 책을 출판하였습니다.
현재는 을지대학교 산학협력단 시니어비즈니스 연구센터장, 외래교수로 근무하면서 연구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재광은 2013년 '이휘용'이라는 필명으로 쓴 '나카마'라는 작품으로 한국소설가협회에서 주관하는 제37회 상반기 '한국소설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소설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2017년 'imi@'라는 단편소설집을 출간한 적도 있습니다.

현재는 '이휘용'이라는 필명으로 한국소설가협회, 부천소설가협회, 강남문인협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III. 상식과 싸운 사람들

책의 목차와 각 인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의 글을 첨부하였습니다.

1장 | 세상을 조롱한 일상의 테러리스트 최북(崔北)

“작은 예절 따위에 자신을 묶어두지 않았다”

주광화사 酒狂畵師
'술을 좋아하고 광기를 부리는 그림쟁이'란 뜻이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 칠칠 七七 최북에게 늘 붙어 다닌 별칭이다. 그만큼 술을 좋아하고 광기가 있었다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그는 많은 일화를 남겼다. 대부분 그림, 술, 광기에 대한 것이다. 특히 송곳으로 자신의 눈을 찌른 그의 광기는 종종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비교되기도 한다. 그는 신분 질서에 얽매인 조선 사회를 맘껏 조롱하다 갔다. 미천한 출생임에도 스스로를 '천하의 명인'이라 불렀던 그에게 모든 것이 신분에 의해 결정되는 신분 질서와 거기서 비롯된, 사회를 옥죄는 온갖 상식은 그저 웃음거리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2장 | 자유를 짊어진 시인 김수영(金洙暎)

“시여 침을 뱉어라, 누군가가 당신의 얼굴에 침을 뱉기 전에”

룸펜(Lumpen), 이 단어만큼 김수영의 생을 잘 말해주는 것은 없다.
그는 딱히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본 적이 없고, 자기 입 하나 간수하기 위해 돈벌이에 나서본 적도 없다. 그야말로 무책임하게 살다 간 김수영이었다.
가장에게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할 책임이 있다는 상식이 그에게는 버거웠다.
그는 이 상식을 과감히 버렸다. 그가 그토록 원하는 자유를 위해.
심지의 그의 죽음마저도 그에게는 책임이 없었다.
술 한잔 걸치고 비틀거리며 길을 걷다 인도로 뛰어든 버스에 치여 죽었다.
삶에도, 죽음에도 책임이 없었던 사람, 그게 김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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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 시대를 앞선 페미니스트 나혜석(羅蕙錫)

“여자도 인간이외다!”

국내 첫 여성 화가이자 문필가였으며 최초의 여성 운동가였던 '정월 晶月 나혜석'.
그녀가 걸었던 길은 대부분 '국내 여성으로서는 최초'였다. 국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유학길에 올랐고, 국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일주를 했다.
부유한 집안 출신의 나혜석은 여고 시절부터 언론을 탔던 명사였다. 그런 그녀가 행려병자로 사망했다.
그 비참했던 나혜석의 말년과 죽음 이면에는 남성 위주로 구성된 상식의 잔인함이 배어 있다.
당시 사회는 불륜을 저지른 그를 결코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다.

 

4장 | 사대주의를 슬퍼한 국어학자 유희(柳僖)

“언문은 배우기 쉬워 천하다고 한다. 슬프다. 내가 이 글을 쓰면서 무엇을 바라야 한단 말인가”

'영어사전'을 편찬한 영국의 새뮤얼 존슨은 집요한 천재의 전형이었다. 1750년 그는 무려 4만 3,500개의 표제어에 11만 8,000개에 달하는 인용구를 삽입해 사전을 편찬했다. 그의 천재성과 노력은 보상을 받았다. 큰돈을 벌었고 200여 년 후에 발간된 영국인의 자랑, '옥스퍼드 영어사전'편찬에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
비슷한 시대 조선에서 활약했던 서파 유희는 그에 못지않은 천재였다.
태어난 지 1년 만에 말귀를 알아듣더니 몇 개월이 지나자 한자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물명고 物名考' 등 여러 편의 사전을 편찬하며 국내 언어학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하지만 결과는 존슨과 너무 딴판이었다.
그가 쓴 저서 대부분은 그저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사대주의에 빠져 한글을 천시했던 당시 엘리트 사대부들. 그들이 만든 상식에 반기를 들었던 한 천재의 슬픈 이야기이다.

 

5장 | 임금에게도 욕을 한 매서운 사회비평가 황현(黃玹)

“귀신 나라의 미치광이 속에서 무엇을 하라는 말인가…”

격동의 조선 말기를 살다 간 사회비평가이자 시인 '매천 梅泉'
그는 망국의 소식을 듣고 세 덩어리의 아편을 삼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어가면서 그는 아편을 먹기 전 수차례 망설였다며 부끄러워했다.
부패가 역병처럼 창궐하고, 주변국들이 야수가 되어 잡아먹겠다고 덤벼드는 그 나라를 걱정하다, 함께 나랏일을 하자는 말에 "귀신 나라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며 유혹을 뿌리쳤다.
입신양명이 상식이던 시절 초야에 묻혀 지내던 그는 나라가 망했다는 소리에 그렇게 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이름 앞에는 애국과 우국, 순국이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6장 | 스승도 주류도 거부한 외골수 서경덕(徐敬德)

“우리 동방(東邦)에도 학자가 나왔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도록 하라”

화담 서경덕은 조선의 주류 철학계와는 단절된, 아주 독자적인 철학 체계를 펼쳤다.
배타적인 우리 학계에 보기 드문 특이한 인물이었다.
그의 '이기론 理氣論'은 이론의 발생지 중국에서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독창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독창성 때문에 중화사상에 찌든 조선 학계는 철저히 그를 외면했다. 게다가 그는 '수 數'에 능했고 수를 연구했다. 이는 중인이나 할 일이었지 사대부가 할 일은 아니었다. 조정의 부름도 외면했다. 권력이 무상하다는 의미였을 게다.
이래저래 주류로부터는 한참 떨어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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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 성(聖)과 속(俗)을 넘나든 주변인 김시습(金時習)

“나이 오십에도 자식이 없으니 여생이 진실로 가련하구나”

'5세김시습지묘 五歲金時習之墓'
무량사에 있는 김시습의 '부도 浮屠, 고승의 뼛가루나 사리를 묻어둔 돌탑'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5세 김시습이 잠든 곳'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그에게 '5세'는 중요했다.
8개월 만에 글을 깨우쳤고 세 살 때 한시를 지었다는 그다.
다섯 살 때 임금에게 자신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자랑한 후 그에게는 늘 '5세 시습'이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5세 시습'은 그만큼 화려했다. 그러나 '50세 시습'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병들고 지친 몸뚱이였지만 누구 하나 돌봐주는 사람이 없었고 어느 한 곳 따뜻하게 쉴 데가 없었다.
단 한 번 부귀영화를 누린 적 없이 술 맛, 고기 맛, 여자 맛을 모두 알아버린 '돌중'이 되고 말았다.
세상은 어떻게 조선조 최고 반열의 이 천재를 이렇게 파멸시킨 것일까?

 

8장 | 조선의 역사를 부정한 국학자 정인보(鄭寅普)

“수백 년 조선의 역사는 텅 비고 거짓된 역사였다”

'경산공 經山公 정원용'의 4대손으로, 10대 후반부터 한학과 양명학의 대가로 이름을 날렸던 위당 정인보.
많은 후학들은 한국학의 전통을 세우고 사라질 뻔했던 조선 양명학을 전수했다는 데에서 그의 가치를 평가한다.
그는 성호 이익과 다산 정약용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교열에서 해제까지 붙여가며 실학의 원전들을 출간했다. 이들의 사상을 한국학의 기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민족의 '얼'을 매개로 5,000년 한민족 역사를 재구성하려 했던 주체적 사학자이기도 하다.
그에게 조선은 텅 비고 헛된 거짓의 역사에 불과했다. 조선의 역사란 중국을 모방하는 것에 그쳤다는 것이다.

 

9장 | 외모 컴플렉스 딛고 샘골의 기적 일군 신앙인 최용신(崔容信)

“이제 곧 약혼자와 함께할 텐데 살아나지 못하면 어찌하나…”

최용신.
분명 그녀는 죽은 지 5개월 만에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여주인공 채영신으로 다시 태어났고 지금까지 영생을 누리고 있다.
'상록수' 출간 이후 최용신은 '소설 속 여주인공의 실제 모델'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용신이 '상록수'에서 얻은 영생은 편치 않아 보인다.
최용신과 채영신은 발음만큼 가깝고 표기만큼 멀기 때문이다.
최용신을 채영신으로부터 구분해내는 것, 그것이 실제 최용신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실제의 최용신은 여성과 외모에 대한 사회의 상식을 극복한 인물이다.

 

10장 | ‘일본 성리학의 아버지’가 된 전쟁 포로 강항(姜沆)

“왜놈의 이 땅, 도대체 어인 일이란 말인가”

포로로 끌려간 사람이라면 목숨이라도 부지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때로는 오히려 큰일을 이룬 사람도 있다.
포로로 끌려가 일본에 주자학을 전수했다는 조선 선비 '수은 睡隱 강항'.
그는 전쟁 포로의 상식을 깨고 아시아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연 것이다. 일본 근세의 지배 이념을 평범한 조선 선비가 만들어줬다고?
진실 여부를 떠나 일본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명제다. 그래서 수은은 한일 역사학계에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 아니다를 따지는 학자들 간의 정면충돌은 없다.
나름대로의 근거를 대며 국내 학계는 '그렇다'쪽으로, 일본 학계는 '아니다'쪽으로 기울어지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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