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사바의 유래와 어원, 사바세계, 분신사바, 날개잃은 천사까지

조항범 충북대학교 국문과 교수가 쓴 책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2009)에 의하면 2000년대 초반 네티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우리말 어원이라는 주제로 인터넷 설문 조사를 한 결과 1위를 차지한 단어가 '사바사바'였다고 합니다.

사바사바의 사전적 의미는 '뒷거래를 통하여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짓'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왜색이 짙은 속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바사바'는 1999년 표준국어 대사전에도 오른 단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바사바'라는 말은 협잡질이라는 뜻 외에 여러 가지 표현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영혼을 부르는 죽음의 주문이라는 공포영화 '분신사바', 불교의 '사바세계', 그리고 룰라의 예전 노래에 나오는 여흥구 '싸바싸바 싸바싸바'까지…
오늘은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되는 '사바사바'라는 말의 유래와 쓰임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바사바란 무엇인가?

 

 

I. 사바사바

'뒷거래를 통하여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것'이라는 사바사바의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습니다.

SBS 방송기자 출신의 작가 장승욱이 쓴 '우리말은 재미있다'에는 아래의 3가지 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 고등어 설

사바는 일본어로 고등어를 뜻합니다.
일본어로는 サバ 또는 さば (사바)라고 쓰고 한자어로 '청어 청 鯖'자를 씁니다.
일제강점기엔 꽤나 비싼 생선에 속한 고등어 한 손을 들고 일본인 순사를 찾아가면 '사바사바 (고등어다 고등어)'하고 반기며 후다닥 민원을 처리해 주었다고 합니다.

또한 일본어에는 '고등어를 세다 (사바오 요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고등어를 셀 때 속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 말은 '수량을 속여 이익을 탐한다'라는 뜻의 숙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알아보는 '사바사바'가 여기서 나온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바로 '고등어 설'입니다.

 

2. 불교 용어 유래설

불교에서 속세를 뜻하는 말 '사바 娑婆'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사바세계의 무질서와 혼란, 부정한 수단과 방법을 '사바사바'로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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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수레 설

우리의 고수레처럼 밥을 먹기 전에 아귀에게 한술 떠주는 밥, 즉 뒤탈을 없애기 위한 밥을 가리키는 일본어 '사바 散飯·生飯'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의 다양한 기원과는 달리 요즘 '사바사바'는 뒷거래라는 뜻보다는 '윗사람이나 상대방의 마음에 들도록 말하고 행동하는 약삭빠른 처세술' 정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사바사바'를 잘해서 뒷거래로 일을 성사시키는 것이라고 확대해석 할 수도 있겠으나, 분명히 어감이나 용도가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gettyimagesbank.com 에는 이러한 뜻의 '사바사바'를 잘 표현해 준 삽화들이 많습니다.

사바사바 삽화 모음 (출처 gettyimagesbank.com)
사바사바 직장인 처세술 삽화 모음 (출처 : gettyimagesbank.com)

 

 

II. 사바세계

불교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사바 娑婆'라고 합니다.
이 말은 '견디다'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sahā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대로 음역 하여 '사하 沙河'·'색가 索訶'라 하기도 하고, 의역하여 '감인토 堪忍土'·'인토 忍土'라고도 합니다.

원래 사하는 대지를 의미하는 것인데 석존이 이 대지 위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석존의 세계', '이 세'의 의미가 되었다고 합니다.

일반에게는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라는 주문과도 같은 문구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 말은 천수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천수경은 '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대다라니경'이라는 긴 정식 명칭을 가진 경전으로 그 뜻은 '한량없는 손과 눈을 가지신 관세음보살이 넓고 크고 걸림 없는 대자비심을 간직한 큰 다라니에 관해 설법한 말씀'이라는 뜻입니다.
천수경은 불가에서 하는 모든 의식에 널리 사용되는 경전으로 많은 불자가 독송하는 데 쓰는 경전입니다. 이 천수경의 도입부에 세 번 반복되는 문구가 바로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修里修里 摩訶修里 洙修里 沙波訶'입니다.

 

BBS 불교방송 '영인스님 천수경 독경'

 

그 말은 원래 산스크리트어를 소리 나는 대로 그대로 쓴 것으로, 그 뜻은 '길상존이시여 길상존이시여 지극한 길상존이시여 원만 성취하소서'라는 뜻입니다. 즉,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의 '사바하 沙波訶'는 '원만 성취'라는 뜻으로 사바세계의 '사바 娑婆'와는 글자부터 뜻까지 전혀 다른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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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분신사바

분신사바는 공포영화로도 제작되어 더 널리 알려진 '귀신을 부르는 주술'입니다.

참가자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손을 올려놓고 회전할 때까지 기다리는 형태의 강령술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양에서 Table-Turning이라고 부르는 이 행위는 사람들이 천천히 알파벳을 소리 내어 말하면, 탁자가 적절한 글자에 이르렀을 때 기울어지면서 단어나 문장을 만들어 내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었습니다.

일부 성직자들의 비난 속에서도 1850년대 영국 전역에서 행해졌던 이 놀이는 1884년 일본 앞바다에 표류한 미국 선원에 의해 일본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본에서는 '콧쿠리상 こっくりさん'이라는 이름의 강령술로 발전하였는데 참가자가 동전 위에 손을 얹고 일본어 오십음도 위에서 움직이며 단어나 문장을 완성하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이 콧쿠리상이 일제강점기 시절에 조선으로 유입된 것이 바로 '분신사바'라고 합니다.

강령술의 이름이기도 한 분신사바라는 말은, 이 강령술을 행할 때 읊조리는 주문에 나오는 말입니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잇데 구다사이 分身さま、分身様御出でください'라는 주문은 '분신님 분신님, 와주세요'라는 뜻입니다.
분신사바는 '분신님 分身様'이라는 '분신사마'의 변형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IV. 싸바싸바 싸바싸바

1995년 발표된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에는 신나는 여흥구로 '싸바싸바 싸바싸바'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 곡의 가사를 쓴 분은 '이건우 작사가'입니다.
이건우 작사가의 작품으로는 1982년 전영록의 '종이학'으로부터, 수와 진 파초, 양수경 사랑은 차가운 유혹, 김건모 스피드, 룰라 날개 잃은 천사, 디바 왜 불러, DJ DOC 미녀와 야수, 김연자 아모르파티, 태진아 사랑은 아무나 하나 등 수많은 히트곡이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날개 잃은 천사의 가사를 검색하면 '샤바 샵사바'로 나옵니다.
네이버 검색에서 제공되는 가사는 네이버의 음원 서비스 VIBE에서 제공받는 것입니다.
반면 멜론에서 제공되는 가사는 '사바 사바 사바'로 되어 있습니다.

그럼 이 노래에 사용된 사바사바는 무슨 뜻인 걸까요?

2020년 5월 11일 방송된 MBC FM4U '두 시의 데이트 뮤지, 안영미입니다'에 게스트로 나온 작사가 이건우 씨는 날개 잃은 천사의 가사 "'사바사바'는 왜 넣은 거냐?"라는 DJ 뮤지의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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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사바는 이상민 씨가 넣었다. 저는 중요한 부분만 썼다. 요즘은 저작권료를 나누는데 예전에는 어쩔 수 없이 제 이름으로 많이 나갔다. 랩 부분은 이상민 씨가 많이 썼다. 그때 저작권을 못 나눈 게 있어서 제가 이상민 씨를 만날 때마다 '술 한잔할래' 물어본다"

아무래도… 그냥 의미 없는 여흥구였나 봅니다… 

룰라 – 날개잃은 천사 (1995,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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