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 손잡이와 어처구니의 어이없는 어원이야기 (영화가 만든 황당한 논쟁)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믿고있는 '맷돌 손잡이'와 '어이', 그리고 '어처구니'라는 단어의 어원에 대해 정확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어이없네 썸네일
영화 '베테랑' 중에서

 

 

I. 어이는 맷돌 손잡이가 아니다!

기사님 맷돌 손잡이 알아요?
맷돌 손잡이를 어이라고 해요. 어이!
맷돌에 뭘 갈려고 집어넣고 맷돌을 돌리려고 하는데! 손잡이가 빠졌네?
이런 상황을 어이가 없다고 그래요.
황당하잖아~ 아무것도 아닌 손잡이 때문에 해야 될 일을 못하니까!
지금 내 기분이 그래, 어이가 없네~

– 영화 베테랑 중에서 –

KOBIS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1,341만 명의 관객수를 기록한 2015년 흥행작 베테랑의 유명한 대사 일부분입니다.

엄청난 흥행을 거둔 영화 때문인지 대한민국의 절대다수는 맷돌의 손잡이를 '어이' 또는 '어처구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베테랑'의 감독 유승완은

'조태오(유아인)가 틀린 말을 해도 주변에서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고, 조태오에게는 그것이 맞고 틀리고가 중요한 것이 아닌 안하무인의 인물이기 때문에 일부러 틀린 이야기를 대사에 집어넣는 설정을 하였다'

고 말하였습니다.

영화적 장치로 사용된 대사가 너무도 뛰어난 연기와 작품의 흥행으로 인해 잘못 인식된 사례라 하겠습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잘 못 알고 있는 어이와 어이없다, 어처구니 그리고 맷돌의 어원에 대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II. 어이

'어이'의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이라는 뜻
  2. 주로 '없다'와 함께 쓰여, 뜻밖이거나 한심해서 기가 막힘을 이르는 말.
  3. 비슷하거나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로 '어처구니'가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알려주는 '한민족 언어정보'에 따른 '어이'와 '어이없다'의 어원은 아래와 같습니다.

‘어이없다’는 16세기에 ‘어히없다’(순천김씨묘출토간찰 順天金氏墓出土簡札)로 나온다.

16세기는 물론 근대국어의 얼마까지도 ‘어히없다’가 우세하게 쓰였다.

‘어히없다’는 제2음절의 모음과 모음 사이에서 ‘ㅎ’이 탈락하여 ‘어이없다’로 변한다. ‘어이없다’는 19세기 문헌에서 발견된다. ‘어히없다’는 일단 ‘어히’와 ‘없다’로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어히’의 의미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어히’는 한 단어가 아니라 주격의 ‘-이’를 포함한 주격형일 가능성이 있다. ‘없다’를 포함하는 ‘그지없다’나 ‘_이없다’ 등의 ‘그지, _이’와 같은 조어 유형으로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히’라는 주격형을 통해 ‘*엏’라는 명사를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엏’라는 명사는 문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보낼 길히 업거든 어_ 어흐로 보내리”(순천김씨묘출토간찰)에 보이는 부사 ‘어흐로’를 통해 그 존재를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부사 ‘어흐로’가 ‘수단으로’, ‘방법으로’ 등의 의미를 보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히없다’는 ‘방법이 없다’, ‘도리가 없다’의 뜻이다. 어찌할 도리나 방법이 없으니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 그러한 상태를 바로 ‘어히없다’로 표현한 것이다.

‘어히없다’와 함께 16세기에 ‘어없다’도 보이는데, 이는 ‘엏없다’에서 ‘ㅎ’이 탈락한 예로 간주된다. 그런데 현대국어에서 ‘어이가 없다’라는 표현이 가능한 것이, ‘어이’가 본래 주격형이었다는 주장을 펴기 어렵게 만든다.

구격형이 포함된 ‘그지없다’나 ‘_이없다’가 ‘그지가 없다’나 ‘가이가 없다’로 쓰이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의심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어이없다’의 ‘어이’는 얼마든지 명사로 오인될 수 있다고 본다. ‘관계없다, 분수없다, 엉터리없다’ 등과 같이 명사와 ‘없다’가 결합된 구조의 단어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 단어에 이끌려 ‘어이없다’를 ‘어이’와 ‘없다’가 결합된 어형으로 잘못 이해한 뒤 이를 근거로 ‘어이가 없다’라는 표현을 새롭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어이가 없다’라는 표현이 19세기 문헌에서 발견된다. 주격형 ‘어이’가 명사로 굳어진 뒤에야 ‘어이’가 ‘어처구니’와 대등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 그러므로 ‘어이’를 ‘어처구니’와 무조건 같은 단어로 간주하는 것은 곤란하다. 더군다나 ‘어이’를 ‘어처구니’의 준말 정도로 이해하는 것은 전혀 터무니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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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길고 어려운 문장이 머리아프게 씌어있지만 어디에도 맷돌 같은 단어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즉, '어이'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든 어원적으로든 맷돌 손잡이와는 완전히 무관한 말이고 어원적으로도 어처구니와 연관성은 없다고 합니다.

위 글이 내용은 '어이없다'는 '어이가 없다'라는 말이 아니라 '어이없다' 자체가 방법이 없다 또는 도리가 없다라는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III. 어처구니

그럼 우리가 '어이'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는 '어처구니'는 무슨 뜻이며 맷돌과는 연관이 있는 단어일까요?

국립국어원이 '어처구니'의 어원에 관하여 인용하여 밝힌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조항범 著, 2004)'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현대국어 사전에서는 ‘어처구니’를 ‘상상 밖의 엄청나게 큰 물건이나 사람’의 의미로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어처구니’가 주로 ‘없다’와만 통합하여 쓰이고 독자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없어 그 의미를 실제 용례를 통해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다만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에 나온 사전의 의미 기술이나 20세기 초의 몇 안 되는 실제 용례를 통해 ‘어처구니’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의미를 추출할 수 있을 뿐이다.

19세기 말의 “한영자전”(1897)에는 ‘어쳐군이’로 표기되어 나오며, ‘돈을 주조하는 데 쓰이는 놀랄 만한 기계’라고 기술되어 있고, 20세기 초의 “조선어사전”(1938)에는 ‘키가 매우 큰 사람의 별칭’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리고 20세기 초에 나온 소설류에서는 엄청나게 큰 기계를 ‘어처구니 기계’, 엄청나게 큰 굴뚝을 ‘어쳐군이 굴둑’으로 표현해 놓았다. 그리고 어떤 소설에서는 ‘어처구니’가 ‘증기기관’과 같음을 특별히 지적하고 있다.

이로 보면, 20세기 초까지도 ‘어처구니’가 ‘엄청나게 큰 기계나 물건, 그리고 그와 같은 사람’을 지시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큰사전”(1957)에서 ‘어처구니’를 ‘상상 밖에 엄청나게 큰 물건이나 사람’이라고 기술한 것이다.

물론 ‘어처구니’를 ‘바윗돌을 부수는 농기계의 쇠로 된 머리 부분’, ‘맷돌을 돌리는 나무막대로 된 손잡이’, ‘궁궐이나 성문 등의 기와 지붕에 있는 사람이나 갖가지 기묘한 동물 모양의 토우’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어처구니없다’의 유래를 설명한다. 가령, 맷돌을 돌리려고 하는데 정작 중요한 도구인 손잡이(즉 ‘어처구니’)가 없어 맷돌을 돌릴 수 없게 되어 허탈해짐으로써 ‘어처구니없다’라는 말에 ‘어이없다’는 의미가 생겨났다는 식이다.

그런데 이들 ‘어처구니’에 결부된 여러 의미는 사전적 의미와는 지나치게 거리가 있다. 따라서 ‘어처구니’라는 말에 여러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처구니없다’라는 말의 ‘어처구니’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어처구니’의 의미는 어느 정도 드러났어도 ‘어처구니’의 어원은 좀처럼 알기 어렵다. ‘어처군’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어처군’이 무엇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19세기 말의 어떤 사전에서는 ‘魚採軍(어채군)’으로 쓰고 있으나 이는 단순히 한자의 음을 이용한 표기에 불과하다.

그런데 ‘어처구니’가 지역에 따라 ‘얼척’이나 ‘얼처구니’로 쓰이는 것을 보면 본래 어형은 ‘얼척’에 가깝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나 ‘얼척’의 어원도 설명하기 어렵다. ‘얼척’에 접미사 ‘-우니’가 붙어 ‘얼처구니’가 되고 ‘ㅊ’ 앞에서 ‘ㄹ’이 탈락하여 ‘어처구니’가 된 것이 아닌가 한다. ‘볼따구니(볼때기)’, ‘철따구니(철딱서니)’ 등에서도 접미사 ‘-우니’를 확인할 수 있다.

20세기 초에서도 ‘어처구니’는 단독으로 쓰이기보다는 주로 ‘없다’와 어울려 ‘어처구니가 없다’ 또는 ‘어처구니없다’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와 통합하여 어떻게 ‘어이없다’와 같은 뜻을 갖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20세기 초의 ‘어처구니’는 ‘엄청나게 큰 기계나 물건, 그리고 그와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여서 ‘어처구니가 없다’나 ‘어처구니없다’는 ‘엄청나게 큰 기계나 물건이 없다’ 또는 ‘엄청나게 큰 사람이 없다’의 뜻이 되어 ‘어이없다’, ‘기가 막히다’의 뜻과는 영 관련이 없어 보인다.

이렇게 보면 ‘어처구니’의 어원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또 ‘어처구니’와 ‘없다’가 어울려 어떻게 ‘어이없다’의 뜻을 갖게 되었는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말았다. 다만 ‘어처구니’가 20세기 초에만 해도 ‘엄청나게 큰 기계나 물건’, ‘엄청나게 큰 사람’을 실제 뜻하고 있음을 확인했을 뿐이다.

– 출처: 조항범,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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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의 내용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은

  1. '어처구니'의 어원은 맷돌의 손잡이와는 전혀 무관하며,
  2. 20세기 초까지 '엄청나게 큰 기계나 물건, 그리고 그와 같은 사람'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는 '어이'와 같은 의미입니다.
  3. '어이'없다가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은 어원적 발전으로 현재의 '어이없다'로 발전하였으므로, 애초 '어이'와 같은 의미를 가졌던 '어처구니'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어이없다'와 같은 뜻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 아닌가 추정할 수는 있겠습니다.

 

 

IV. 맷돌과 맷돌 손잡이, 맷손

그럼 우리가 잘못알고 사용해왔던 맷돌의 손잡이의 명칭과 형태 등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맷돌의 구성은 그림으로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어이없고 어처구니 없는 맷돌 사진 맷돌의 구조

맷돌 사진 맷돌의 구조 맷돌은 곡식을 가는 데 사용된 도구로 그 기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맷돌이라고 말하는 '손 맷돌'은 위의 그림과 같은 형태로서 숫맷돌을 갈 판으로 두고 곡식을 넣는 구멍을 가진 암맷돌을 위에 얹어 돌려 두 돌의 마찰로 곡식을 갈아 내는 도구입니다.

'맷돌'이라는 말은 '매'와 '돌'의 결합어입니다. 즉 '돌로 만든 매'라는 것인데 여기서 '매'는 한자 '갈 마磨'가 변한 말입니다.

'돌로 만든 가는 도구'라는 아주 직관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우리가 흔히 '어이', '어처구니'로 잘못 알고 있는 맷돌의 손잡이는 '맷손'이라고 하는 정확한 명칭이 있습니다.

'맷손'의 사전적 의미는 '매통이나 맷돌을 돌리는 손잡이'라고 되어있습니다.

 

맷손을 보고 어이라고 말하며 자랑스러워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이제는 없어야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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