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라는 개념의 역사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경제이념은 자본주의입니다. 

공산주의 국가들과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하였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우월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으나 사실 이는 자본주의가 상대적으로 개인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낫다는 것 말고는 증명된 것이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자본주의'라는 체제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자본주의의 정확한 개념을 정립하는 글을 참조하여 정리해 보겠습니다.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조지프 케플러가 그린 만화 <의회의 보스들>(1899) 19세기 말 이미 대자본가들이 미국의회를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조지프 케플러가 그린 만화 '의회의 보스들' (1899) – 19세기 말 이미 대자본가들이 미국의회를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I. 서양사 개념어 사전 by 김응종

서양사 개념어 사전 책표지자본주의에 대해 짧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글이 있어 참조하여 발췌합니다.

충남대학교 사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김응종 교수의 저서인 '서양사 개념어 사전 (살림출판사, 2008)'은 가격혁명, 계몽사상부터 헬레니즘, 휴머니즘까지 가나다 순으로 서양사의 주요한 주제어를 각 2~4페이지 정도로 요약하여 소개하는 백과사전 형식의 책입니다.

책을 쓴 김응종 교수는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학사, 프랑스 낭트대학교 석사, 프랑스 프랑쉬콩테대학교 박사학위를 받고, 1988년부터 충남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연구자입니다.

이 책에 정리된 '자본주의'에 관한 다양한 정의를 살펴보겠습니다.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에 대응하는 경제체제의 개념일 뿐이며 민주주의나 사회주의와는 조금의 접점도 없습니다.

마치 자본주의가 공동체의 이익을 중시한다거나 자유로운 사회 및 정치 활동을 보장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인간의 욕망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본인의 수고와 성과를 분배하는 공산주의를 패퇴시켰고, 자본가들은 이제 경제체제를 넘어 정치사회 체제로 영역을 확장한 자본주의로 민주주의를 소멸시키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공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II. 자본과 자본주의의 유래 ∙ The Origin of Capital & Capitalism

자본(capital)은 ‘머리’를 뜻하는 라틴 어 ‘카푸트’에서 유래했다.
이 말은 12~13세기경에 나타나는데, 당시에는 자금, 상품, 스톡, 많은 액수의 돈, 이자를 가져오는 돈의 뜻으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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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capitalist)라는 말은 17세기에 처음 등장한다.
루소는 1759년에 그의 친구에게 “나는 대귀족도 아니고 자본가도 아니네. 나는 가난하지만 행복하다네.”라고 했다.
18세기말에 자본가는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이용하여 더 많은 돈을 벌려는 사람’이라는 나쁜 평판을 받았다.

1790년 국민 의회 연단에서 퀴스틴 백작은 “모든 종류의 귀족제를 깨부순 우리 국민 의회가 자본가들이라는 귀족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인가?
자본가들이란 단지 그들의 부를 늘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조국이라고 생각하는 코즈모폴리턴이 아닌가?”라며 ‘자본가’를 비판했다.

‘자본주의’라는 용어는 리샤르의 『불어 신어휘』(1842)에서 처음 등장한다.
1850년에 사회주의자인 루이 블랑은 “어느 한편의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고 자본을 독점하는 것이다.”라고 자본주의를 정의했다.
프루동은 “자본이 소득의 근원이지만 일반적으로 자신의 노동을 통해서 자본을 움직이게 만드는 사람들이 그 자본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회적, 경제적인 체제다.”라고 정확히 정의했다.
흥미롭게도 『자본론』의 저자인 마르크스는 ‘자본가적 생산 양식’이라는 말은 사용했지만 ‘자본주의’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사회주의자들이 자주 사용하던 이 말은 베르너 좀바르트의 『근대 자본주의』(1902)와 함께 학문 세계에 들어왔다.
마르크스가 사용하지 않았던 이 말은 마르크스주의 모델에 흡수되어, 마르크스가 구분한 역사 발전 단계를 노예제, 봉건제, 자본주의라고 부르게 됐다.

‘자본주의’ 표제어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는 1926년에, 아카데미 프랑세즈 사전에는 1932년에 등재됐다.
‘자본주의’는 치열한 학문적 논란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오염되었기 때문에 정의하기가 어려운 용어이다.
너무 남용되어서 학술 용어로는 배제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III. 자본주의의 정의

자본주의를 정의한 몇 가지를 소개하면 경제학에서 파악하는 자본주의란 생산 요소가 사유화되고 생산을 위한 자원의 배분과 소득의 분배가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경제를 지칭한다.
시장에서의 교환은 합리적인 계산에 기초한 사적인 영리 추구의 결과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자본주의는 시장 경제와 동일한 개념으로 통용된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자본가적 생산 양식은 생산 수단으로부터 분리된 노동자가 시장에서 자기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판매하는 제도이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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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적 사회의 경제 구조는 봉건 사회의 경제 구조에서 성장해 나왔다. 후자의 해체는 전자의 요소들을 해방시켰다. 직접 생산자인 노동자는 그가 토지에 결박되지 않고 또 타인의 노예나 농노이기를 멈춘 후에야 비로소 자기의 몸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었다. 또한 그가 노동력의 자유로운 판매자가 되어 자기의 상품(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그것을 가지고 갈 수 있기 위해서는 길드의 지배에서, 도제와 직인에 대한 길드의 규약에서, 그리고 길드의 구속적인 노동 규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하여 생산자를 임금 노동자로 전환시키는 역사적 과정은 한편으로는 농노적 예속과 길드의 강제로부터 그들이 해방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우리의 부르주아 역사가들은 이 측면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해방된 사람들은 그들의 모든 생산 수단을 박탈당하고, 또 종래의 봉건제가 제공했던 일체의 생존 보장을 박탈당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데, 이 수탈의 역사는 피와 불의 문자로써 인류의 연대기에 기록되어 있다.’

‘자본주의라는 용어가 학문적으로 널리 보급되는 데 기여한 좀바르트는 ‘정신’을 강조한다.
좀바르트에 의하면 자본주의는 영리주의와 경제적 합리주의에 의해서 최대 이윤을 추구하는 정신이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상관관계에 주목한 막스 베버도 기본적으로는 좀바르트와 마찬가지로 ‘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은 시장 경제와 자본주의를 별개의 영역으로 파악했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 교환이 이루어지는 시장 경제는 자본주의 성립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자본주의는 시장 위에서 시장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영역이다. 시장 경제의 원리가 경쟁이라면 자본주의의 원리는 독점이다. 독점이 무너지면 자본가들은 시장에 내려와 시장 경제의 경쟁 원리를 따르지 않고 다른 부분에서 독점을 추구한다. 자본가들은 독점을 통해 ‘최대 이윤’을 모색하는 것이다.”

 

브로델에 의하면 '자본주의는 상업 자본주의 → 산업 자본주의 → 독점 자본주의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독점 자본주의였다.

브로델의 독특한 견해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의 근본은 시장 경제라고 말할 수 있다.
시장 경제가 있어야만 자본주의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경제의 원리는 자유 경쟁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자유주의가 자본주의의 이념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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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종. ‘서양사 개념어 사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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