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은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자신의 혈액을 기부하는 인도적 행위입니다. 인공혈액 기술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급한 환자에게 필요한 혈액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인류의 다양한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에 필요한 재료를 수급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러한 헌혈의 정의와 역사, 헌혈의 종류, 절차와 순서, 헌혈을 할 수 있는 자격조건 그리고 헌혈의 장단점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I. 헌혈의 정의와 역사
1. 헌혈의 정의
헌혈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 제공되는 혈액이나 각종 의료용 필요에 사용될 혈액을 아무런 대가 없이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자로는 '바칠 헌獻' 字를 써서 피를 무상으로 주는 것, 기부하는 것을 말합니다. 영어로도 Blood Donation이라는 직관적인 용어로 사용됩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초반까지, 그리고 현재에도 일부 후진국의 경우에 금전을 받고 혈액을 판매하는 '매혈 賣血, Selling Blood'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혈액관리법 제3조 (혈액 매매행위 등의 금지)'와 '18조 (벌칙)'에 의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매혈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2. 헌혈의 역사
헌혈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헌혈과 수혈은 각기 다른 역사를 가졌다는 것을 먼저 정리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수혈 (Blood Transfusion) 즉, 한 생명체의 혈액을 다른 생명체에게 주입하는 행위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는 17세기 동물 실험 기록 등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16세기 잉카를 정복한 스페인 침략자들의 기록에 당시 잉카족이 수혈 행위를 하는 것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과학의 시대 이전부터 수혈이 의료행위로 시행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665년 2월, 영국의 왕립학회의 의사 '리처드 로어 Richard Lower'는 혈액순환에 대한 연구와 함께 두 마리의 개로 수혈을 하는 실험을 최초로 성공하였습니다. 이후 프랑스 루이 10세의 주치의 '장 밥티스트 데니 Jean-Baptiste Denys'는 다양한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성공한 후 1667년 6월, 양의 피를 15세 소년에게 수혈하는 실험을 성공하며 최초의 인간 수혈에 성공하게 됩니다.
이후로도 많은 동물과 사람 간의 수혈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패로 끝나게 됩니다. 이는 앞서의 수혈 성공이 과학적 근거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혈된 혈액의 양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정도로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추론을 하게 합니다.
1818년 영국의 산부인과 의사 '제임스 블런델 James Blundell'은 출산 도중 많은 산모들이 출혈로 사망하는 것을 보고 수혈이 적절한 치료법이라는 생각에 일련의 동물실험을 한 후 인간 대 인간 수혈을 시도하게 됩니다.
주사기를 이용해서 환자 남편의 팔에서 4온스의 피를 뽑아 환자에게 수혈에 성공하는 성과를 얻은 후, 5년 동안 10건의 수혈을 시도하였고 5건을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때까지도 인간 혈액형에 대한 개념이 없었습니다. 어찌 보면 이때까지의 성공한 수혈은 모두 '운'이 좋았던 겁니다.
1901년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이자 의사인 '칼 랜드슈타이너 Karl Landsteiner'가 ABO 타입의 혈액형 분류 시스템을 개발하고 나서야 제대로 된 인간 수혈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이렇듯 중세 이전부터 이어지는 수혈의 역사와는 달리 헌혈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수혈은 부상당한 병사들을 치료하는데 필수적인 수단이 되었고, 이후 미국의 의사인 '찰스 리처드 드류 Charles Richard Drew'가 수혈분야를 연구하여 혈액 저장 기술을 발전시켰고, 이를 바탕으로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 대규모 혈액은행을 통해 수천 명에 이르는 연합군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면서 헌혈 캠페인이 전방위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일반 대중들에게 '지금 헌혈하십시오' '당신의 혈액이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와 같은 표어가 널리 퍼지게 되고 대중을 향한 호소는 큰 호응을 얻게 됩니다.
그 결과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서만 약 1300만 리터정도의 혈액이 헌혈로 모였고, 런던에서도 26만 리터 이상의 혈액이 헌혈을 통해 모인 것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이렇게 헌혈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수많은 부상자들의 목숨을 구하면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II. 헌혈의 종류
헌혈은 크게 혈액 전체를 채혈하는 '전혈'과 필요한 성분만을 채혈하는 '성분 헌혈'로 구분됩니다.
1. 전혈 헌혈 (全血, Whole Blood)
전혈 헌혈은 우리가 헌혈이라고 생각하면 떠올리는 보통의 헌혈을 말합니다.
전체 헌혈 중 약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백혈구를 제외한 혈액을 말합니다.
직접적인 채혈 시간은 10분 안쪽이며, 문진부터 채혈 후 휴식까지 포함하여 40분 이내의 짧은 시간 내에 종료되는 헌혈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혈 헌혈을 하고 나면 8주간 헌혈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을 정도로 대량의 혈액을 빠른 시간 내에 채혈하기 때문에 신체적 부담이 큰 방식입니다.
2. 성분 헌혈 (成分, Apheresis)
성분 헌혈은 필요한 성분만을 여과하여 채혈하는 방법으로, 전체 헌혈 중 약 25~30% 정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일정량을 채혈하여 기계에서 필요한 성분만을 여과한 후 나머지 성분은 생리식염수에 섞어 다시 헌혈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입니다.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보통 50분에서 8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전혈 헌혈과는 달리 만 17세 이상부터만 성분 헌혈이 가능합니다.
성분 헌혈은 남자의 경우 몸무게 50kg 이상, 여자는 45kg 이상이어야 하며, 수축기 180, 이완기 100 이상의 고혈압인 사람은 헌혈할 수 없습니다.
채혈 성분에 따라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1) 혈소판 성분 헌혈
- 자격 : 만 17세 ~ 만 59세
- 채혈량 : 약 250ml
- 소요시간 : 약 60 ~ 90분
2) 혈장 성분 헌혈
- 자격 : 만 17세 ~ 만 69세 (단 65세 이상의 경우 60~64세 때 헌혈 경험이 있어야 함)
- 채혈량 : 약 500ml
- 소요시간 : 약 30 ~ 40분
3) 혈소판혈장 성분 헌혈
- 자격 : 만 17세 ~ 만 59세
- 채혈량 : 혈소판 약 250ml, 혈장 약 300ml
- 소요시간 : 약 60 ~ 90분
III. 헌혈의 절차와 자격조건
1. 헌혈 과정
헌혈은 최초 헌혈기록 카드, 즉 문진서류를 작성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각 단계별 세부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헌혈기록카드 (전자문진) 작성
홈페이지, 레드커넥트 앱(헌혈 앱)으로 참여 가능
전자문진 참여 내역은 3일간 유효함
🄱 헌혈 상담
신분증 확인, 혈액정보관리시스템에서 헌혈 경력 조회
혈압, 맥박, 체온, 혈색소 등 헌혈 전 검사 및 문진 실시
헌혈 적격 여부 판정
🄲 채혈
전혈 헌혈 : 약 20분 소요
혈소판(다종) 성분 헌혈 : 약 60분 ~ 90분 소요
혈장성분 헌혈 : 약 30 ~ 40분 소요
🄳 헌혈증서 수령
2022년 9월 24일부터 발행된 헌혈증서는 재발급 가능
🄴 휴식
2. 헌혈 자격 조건
헌혈을 하기 위해서는 꽤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합니다. 아래에 간략하게 표로 정리된 것과 함께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서 배포하는 '헌혈기록카드 문진항목 판정기준'을 첨부로 올려드리니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은 자료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2022_헌혈기록카드 문진항목 판정기준 다운로드
| 분류 |
세부 내용
|
| 나이 |
전혈헌혈 : 만 16 ~ 69세
혈장성분헌혈: 만 17 ~ 69세 혈소판성분헌혈, 혈소판혈장성분헌혈 : 만 17 ~ 59세 65세 이상인 자의 헌혈은 60세부터 64세까지 헌혈한 경험이 있는 자에만 가능함 |
| 체중 |
남자 50kg 이상
여자 45kg 이상 |
| 건강진단 |
혈압(mmHg) : 수축기 90~179, 이완기 100 미만
체온(℃) : 37.5℃ 이하 맥박(회/분) : 50~100 |
| 헌혈간격 |
전혈헌혈 : 8주 경과
혈장성분헌혈, 혈소판성분헌혈, 혈소판혈장성분헌혈 : 14일 경과 |
| 헌혈횟수 |
전혈헌혈 : 최근 1년 이내에 전혈헌혈횟수 최대 5회
혈소판성분헌혈, 혈소판혈장성분헌혈 : 최근 1년 이내에 성분헌혈횟수 최대 24회 |
| 외국여행 |
외국을 여행한 경우는 귀국 후 1개월 경과
|
| 질병 |
감염병 완치 후 일정기간 경과
기타 질병 완치 후 일정기간 경과 |
| 약물 |
건선 치료제 복용 후 3년 경과(일부는 영구 헌혈금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복용 후 4주 또는 6개월 경과 탈모증 치료제 복용 후 4주 경과 여드름 치료제 복용 후 4주 경과 기타 헌혈금지약물 복용 후 일정기간 경과 ※ 혈액관리법 제7조에 따라 운영중인 DDIIS(혈액사고방지 정보조회시스템)를 통해 제공받은 헌혈금지약물 처방 정보는 상기 약물(태아 영향)을 복용하는 것과 동일하게 판정됩니다. |
| 예방접종 |
인플루엔자, A형간염, 일본뇌염 등 예방접종 받은 후 24시간 경과
B형 간염 예방접종 받은 날로부터 2주 경과 홍역, 유행성이하선염, 풍진(MMR)의 혼합백신, 수두 등 예방접종 받은 날로부터 4주 경과 |
| 진료 |
수혈 후 1년 경과
기타 진료 후 일정기간 경과 임신 중인자, 분만 또는 유산 후 6개월 이내인 자는 헌혈에 참여하실 수 없습니다. |
| 검사결과 |
과거 헌혈검사(B형간염, C형간염, 매독검사 등) 결과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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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고 |
장애가 있는 경우 장애등급에 관계없이 헌혈기록카드 문진항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헌혈이 가능함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는 경우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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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
문진결과 헌혈 적합에 해당되는 경우 헌혈가능
헌혈참여 시 반드시 기본 신분증 지참 필요기본 신분증의 정의 헌혈기록카드의 실명확인 방법에 있는 신분증으로 사진이 부착되어 있는 주민등록증, 여권, 그 밖의 신분증명서를 말하며 공공기관 및 법인등이 발급한 사진이 부착되어 있는 그 밖의 신분증을 말함 (고교생의 경우 사진 및 이름이 표시된 학생증) |
IV. 헌혈의 장단점
1. 헌혈의 장점
- 헌혈 증서 : 우리나라에서는 헌혈증서를 제시하면 추후 수혈을 받게 될 경우 혈액제재 한 단위에 해당하는 본인부담금을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단, 헌혈증서는 매매가 불가능하며 무상기부는 가능하므로 위급할 때 지인들에게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 작은 금전적 이득 : 영화관람권, 제휴 상품권, 간단한 위생도구나 기념품 등을 제공받습니다.
- 무료 건강검진 : 채혈한 피가 수혈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사하고 그 결과를 헌혈자에게 통지하게 됩니다. 이때 본인의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되므로, 무료 건강검진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체내의 과량의 철을 헌혈을 통해 배출하면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적혈구의 양이 줄면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암발생률도 낮추어 준다고 합니다.
- 주기적인 헌혈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주어 심혈관 질환 발생률을 낮춥니다.
- 자원봉사 시간 인정 : 헌혈의 종류와 상관없이 헌혈 1회당 4시간씩의 봉사시간 인정이 이루어집니다. 단 전혈은 연간 5회까지, 성분 헌혈은 연간 24회까지 자원봉사 시간을 인정합니다. 이는 1년 간 할 수 있는 헌혈 횟수와 동일하므로 할 수 있는 한 모든 헌혈 활동을 봉사로 인정해 준다는 겁니다.
-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생명을 구하는데 나의 혈액을 기부하였다는 자긍심과 공동체의식의 고양이 가장 큰 장점이 되겠습니다.
2. 헌혈의 단점
- 헌혈 후 일시적으로 체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 헌혈 후 출혈이나 혈액전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헌혈 후 일정 기간 동안은 운동을 자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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