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 다중우주론의 산물, 13층과 매트릭스

멀티버스, 다중세계, 다중우주론, 가상현실 등 마블의 어벤져스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개념을 주제로 한 SF명작 영화 두 편을 소개합니다. 매트릭스와 13층입니다.

 

멀티버스를 배경으로 하는 13층과 매트릭스 포스터

 

 

I. 간략한 영화 정보

매트릭스, The Matrix (1999)

  • 감독 : 워쇼스키 형제 (앤디 워쇼스키, 래리 워쇼스키)
  • 출연 :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쉬번, 캐리 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 정보 : 액션, SF /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 136 분 / 1999-05-15

 

13층, The Thirteenth Floor (1999)

  • 감독 : 조셉 러스넥
  • 출연 : 크레이그 비에르코, 그레첸 몰, 아민 뮬러-스탈, 빈센트 도노프리오, 데니스 헤이스버트
  • 정보 : SF, 판타지, 스릴러 / 독일, 미국 / 100 분 / 1999-11-27

 

1999년 가상현실을 소재로 한 두 개의 영화가 6개월 간격으로 개봉합니다. (이하 개봉일은 한국 개봉일을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5월에 개봉한 매트릭스가 상당히 역동적이고 시각적인 영화였다면, 11월에 개봉한 13층은 그에 비해 정적이고 철학적인 느낌이 강한 영화였습니다.
제작사, 감독, 출연진, 그리고 흥행성적까지 굉장히 상반된 두 영화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II. 흥행 기대작과 저가형 영화,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매트릭스 The Matrix

matrix 포스터워쇼스키 형제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워너브라더스와 파트너쉽 관계를 형성한 호주의 유명 제작사 '빌리지 로드쇼 픽쳐스'가 제작하였습니다.

제작자는 조엘 실버가 맡았고, 감독은 역시 워쇼스키 형제가 담당하였습니다.

총 6,300만 달러를 투입하여 글로벌 박스오피스 4억 6350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얻었습니다.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한 화려한 액션이 주를 이루는 영화라 새로운 촬영기법과 CG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었습니다.

'스피드'로 흥행배우의 반열에 올라선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을 맡았고 글로벌스타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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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반에 기독교와 고대 신화의 다양한 상징과 메타포 Metaphor를 배치하여 익숙한 서사구조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88%로 85%의 관객점수보다 평론가 점수가 아주 조금 더 높습니다. Spybreak가 포함된 OST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13층 The Thirteenth Floor

13층 포스터
13층 포스터

1960년대 SF 소설인 대니얼 갤로이의 '시뮬라크론 3'를 원작으로 감독인 조세프 러스넥이 시나리오를 작업하였습니다.

가상현실과 접목된 스릴러물의 형식이라 액션보다는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주인공의 동선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롤랜드 에머리히가 제작을 맡았고, 총 1,600만 달러의 상대적으로 낮은 제작비를 투입하여 최종 박스오피스 1,856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렸습니다. 전 미 수익은 1,180만 달러로 제작비 대비 적자였습니다.

특별히 미래사회의 현실에 대한 설명은 없지만 줄거리상 디스토피아의 암울한 미래상은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는 30%로 혹평을 받았지만 관객점수는 64%로 조금 나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III. 철학적 배경

매트릭스와 13층은 공통된 물리학적, 철학적 아이디어를 바탕에 두고 만들었습니다.

​마블의 어벤저스 시리즈로 인해 저변이 확산된 '다중우주론 多重宇宙論, multiverse'이란 이론이 있습니다.

다중우주론은 '우주란 여러 가지 일어나는 일들과 조건에 의해 통상적으로 시간과 공간에서 갈래가 나뉘어, 서로 다른 일이 일어나는 여러 개의 다중 우주(multiverse)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무한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가설입니다. 즉,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하나인가? 우주에 끝은 있는가? 우주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러한 고민에서 발생한 하나의 가설로서 기본적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와 같은 또 다른 우주가 우주의 경계에 존재한다는 이론입니다.

이러한 다중우주론을 주장하는 학자들 중에서 '맥스 테그마크'라는 MIT 물리학 교수가 우리에게 익숙한 '평행우주'라는 논문에서 분류/정리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다중우주의 분류

1단계 :

관측범위 밖에 우주가 여전히 존재하며, 하나하나가 관측범위 내에서 독립된 우주를 구성한다는 주장입니다.
물리법칙은 우리 우주와 동일하며, 우주가 무한이거나 충분히 크다면 이 우주들 속에 우리의 도플갱어도 발견할 수 있다는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기초적인 평행우주론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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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

우리 우주와 다른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는, 우리와 전혀 다른 다중우주가 존재한다는 이론입니다.

 

3단계 :

양자역학에 나오는 다세계 해석입니다.
우주는 양자의 파동함수에 따라 끊임없이 갈라진다고 합니다.
세계는 지금 이 순간도 양자역학적 결정에 따라 무수히 많은 서로 다른 우주로 갈라지고 있다는 가설로 그 안에 사는 우리는 그저 하나의 우주만을 보고 있을 뿐이라는 얘깁니다.

 

4단계 :

4단계가 바로 시뮬레이션 다중우주입니다.
정보에 의해 구축된 우주는 상상 가능한 모든 형태를 띌 수 있으며, 이들이 독립된 다중우주를 구성한다는 것이고 심지어 창조해 낼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매트릭스와 13층은 다중우주론 중에서 '시뮬레이션 다중우주론'에 기반을 둔 상상의 산물입니다.

시뮬레이션 다중우주론은 '수학이 곧 물리적 우주와 같다고 보아서 상상할 수 있는 어떤 물리법칙이 지배하는 우주라도 만들 낼 수 있다.'라고 설명합니다. 즉, 우리가 지각하는 모든 물리적 실체는 단지 수학적 구조로 해석할 수가 있으며 컴퓨터 속에서 그대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철학적으로는 일상의 현상들과 존재하는 사물들의 본래의 모습은 초월적이며, 완전한 원형이 있으며, 우리가 인지하는 물질세계의 현상과 사물들은 불완전한 복사체라는 플라톤주의의 급진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주 가끔은 이런 과학적 배경도 인지하시고 영화를 다시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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