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는 일정한 직업이 없이 무위도식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가 꽤 많습니다. 얼핏 떠오르는 단어만 해도 백수, 한량, 룸펜, 놈팡이 뭐 이런 단어들이 있습니다.
어떤 단어는 원래 그 뜻이 괜찮은 의미인 것인데 오용되는 것이라는 말도 있고, 어떤 단어는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겠고, 또 어떤 단어는 욕설에 가까운 호칭인데 저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어선 안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단어가 그러하겠지만 특히 호칭의 경우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백수 白手

1) 백수의 어원
보통 흰 백白자에 손 수手자를 써서 일을 하지 않아 손이 하얀 사람을 백수라고 부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 현대적 의미
백수라는 호칭은 현재에는 가장 많은 계층과 세대에게 거부감 없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단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백수란 미성년이 아닌 사람 중 근로능력이 있으나 명확한 직업이나 수입이 없는 모든 사람을 말합니다.
앞으로 살펴볼 한량, 룸펜, 놈팽이 등등의 호칭들 중에 가장 포괄적인 의미의 단어라 하겠습니다.
보통 남자는 백수, 여자는 백조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무능력하다는 비난의 의미가 강한 부정적인 호칭이지만 부도덕하다거나 비윤리적이라는 느낌은 포함되지 않는 호칭입니다.
2. 한량 閑良

1) 한량의 어원
한량은 본래 조선시대의 무과를 통과한 사람 중에 벼슬을 하지 않은 사람을 말합니다.
문과를 통과하고 벼슬을 하지 않는 사람을 선비라고 하는 것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상당한 존칭이라고 느껴지는 호칭입니다.
조선시대의 생산계층은 모두 중인 이하 평민 계층이었고 사대부, 관직에 있지 않는 양반계층은 선비와 한량으로 양분할 수 있는 것이고 이 들은 실상 직업이 없는 고학력 상류층들입니다. 선비는 지역의 정신적 지도자와 같은 역할로서 성리학 사회에서 지역민들을 결속시킬 수 있는 유일한 민간인 리더였습니다. 한량 역시 선비와 동일하게 국가고시를 통과하고 현재는 관직을 받지 못하였지만 어느 때고 불려 나가 공직을 맡을 수 있는 자격을 확보한 자들이었으므로 비록 선비보다는 못하였겠지만 지역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로서는 충분한 자격을 인정받은 자들이라 하겠습니다.
2) 현대적 의미
요즘에 한량이라 하면 직업은 없으나 돈은 꽤 많은 편이라, 돈 잘 쓰고 잘 노는 젊은 무직자라는 의미가 강합니다.
느낌적으로는 직업의 유무보다는 잘 논다에 더 많은 의미를 두는 호칭입니다.
역시 비생산 계층이므로 부정적인 호칭이며, 유흥에 치중하는 삶을 산다는 의미가 있어 윤리적이지 않다는 뜻도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불법적인 뉘앙스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3. 룸펜 Lumpen

The Unemployed, Beggars, and people who dislike work.
1) 룸펜의 어원
칼 마르크스 Karl Marx가 1850년 발행한 '프랑스 계급투쟁'이라는 책에서 '정상적인 생산 활동을 하지 못하고, 타인을 속여 부유한 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모든 무산 계급'을 '룸펜 프롤레타리아'라고 정의하였습니다. 그 예로서 부르주아에 고용되어 경호원 노릇을 하는 용병, 매춘부, 상인과 노동자의 사유재산을 강탈하는 도적, 범죄자를 들었습니다. 마르크스의 룸펜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적의는 상당해서 룸펜 프롤레타리아를 양산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해야 한다고 공산당 선언에서 주장하였습니다.
2) 현대적 의미
원래의 뜻과 상관없이 우리나라에서 룸펜이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 식민치하의 무력한 지식인들의 자기비하적 표현으로 많이 사용하면서부터입니다.
사회주의와 민족주의 그리고 계몽주의 등 다양한 철학적 이념적 지식을 갖추었으나 식민치하 현실을 극복할 능력은 되지 않고, 독립운동에 투신할 용기나 신념은 부족해 스스로 부르주아에 부역하여 기생하는 룸펜 프롤레타리아에 불과하다 생각하는 빈곤한 지식인들이 당시의 소설에 많이 등장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극좌파들이 강남좌파, 패션 좌파를 비난할 때 룸펜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잉여'를 칭하는 운동권 용어로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4. 기타 (놈팡이, 불한당, 건달)
1) 놈팡이, 놈팽이
- 사내를 낮잡아 이르는 말
- 직업이 없이 빌빌 거리며 노는 사내를 낮잡아 이르는 말
- 여자의 상대가 되는 사내를 낮잡아 이르는 말
이상과 같이 사내를 낮잡아 이르는 비속어입니다.
2) 불한당 不汗黨
한자를 풀어보면 '땀을 흘리지 않는 무리'라는 뜻으로 땀 흘리지 않고 돈을 버는 무리라는 뜻입니다.
보통
-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던 강도 떼
- 파렴치하게 남의 재물을 마구 빼앗으며 행패를 부리는 무리
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비슷한 단어로 무뢰한, 왈짜, 무뢰배, 건달, 조폭 등이 있는 호칭입니다.
불법적인 일을 하는 집단이라는 비난의 뜻이 담긴 호칭입니다.
3) 건달 乾達
힌두교와 불교에서 말하는 건달바(乾闥婆, 간다르바)에서 유래된 말로, 음악을 사랑하며 향기를 먹고사는 자유로운 존재를 일컫는 단어입니다. 이 말이 '일을 하지 않고 빈둥댄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변질되어 놀고먹는 사람을 건달로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폭력을 휘두르며 남을 괴롭히는 사람, 또는 범죄자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조직폭력배, 깡패, 양아치와 유사하게 사용되나 건달들 스스로는 협객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