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는 비가 오는 시기, 내리는 모양, 계절, 시간, 기상 상태 등에 맞는 비를 가리키는 명칭들이 있습니다.
간혹 지금 내리는 비를 설명해야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답답할 때가 있어 한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소나기, 폭우, 이슬비, 보슬비, 안개비, 가랑비, 여우비, 진눈깨비 그리고 소나기와 스콜 등 다양한 비의 종류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참고로 봄비, 밤비 따위의 명칭에서 명확하게 이해가 되는 것들은 제외합니다.
1. 소나기 • (Rain) Shower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곧 그치는 비를 말합니다. 특히 여름에 많으며 번개나 천둥, 강풍 따위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곧 그치는 비'라고 하였는데 보통 갑작스럽게 굵은 빗방울이 1~2시간의 짧은 시간 동안 내리는 것을 말합니다.
소나기는 영어로 Shower 또는 Rain Shower라고 합니다.
2. 스콜 • Squall
열대지방에서 나타나는 세찬 소나기를 말합니다. 번개, 천둥, 강풍 따위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 스콜의 단어적 의미는 갑작스럽게 부는 바람인 돌풍을 의미하는 것인데, 보통 갑작스러운 비나 뇌우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현상을 가리켜 스콜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스콜이 항상 비를 동반하는 것은 아니며, 비가 없는 경우를 'White Squall 화이트 스콜', 먹구름이나 비를 동반하는 경우를 'Thunder Squall 뇌우 스콜'이라고 합니다.
적도 주변 열대기후 지역에서는 강한 햇볕으로 인해 대류현상이 활발하여 거의 매일 발생하며, 이러한 이유로, 지리학에서 스콜은 우리에게 익숙한 의미인 '열대기후 지역에서 매일, 주로 오후 시간에 발생하는 대류성 소나기'를 지칭하기도 합니다.
|
※ 소나기와 스콜의 차이 소나기는 '온대기후'에서 불규칙적으로 내리는 것으로 낮 동안 달궈진 공기가 상층부에 있는 차가운 공기와 만나면서 만든 비구름으로 인해 내리는 것입니다. 비가 내린 후에는 기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콜은 '아열대 기후'에서 발생하며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내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무더운 날씨로 데워진 공기가 상층부에 구름을 형성하면 발생하는데, 태양이 떠 있는 늦은 오후에 자주 발생하고, 비가 내린 후에도 열기가 쉽게 꺾이지 않습니다. |
3. 집중호우 • Torrential Rain • Severe Rain Storm
짧은 시간에 좁은 지역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현상으로, 시간과 공간적으로 집중성이 매우 강하여 집중호우라고 합니다.
매우 강한 바람과 함께 내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산사태나 홍수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중호우에 대한 기준은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호우주의보 및 경보에 대한 기준을 참고할 수 있는데, 보통 3시간 동안 60mm 이상 또는 12시간 동안 110mm 이상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될 때 호우주의보를 발표하고, 3시간 동안 90mm 이상 또는 12시간 동안 180mm 이상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될 때 호우경보를 발표합니다.
집중호우는 영어로 Torrential Rain (토렌셜 레인) 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torrential은 '양동이로 들이붓듯이 앞이 안 보이게 내리는'이라는 뜻입니다.
4. 폭우 • Heavy Rain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폭우라고 합니다. 이때 짧은 시간 동안 좁은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 '집중호우'라고 하고, 반드시 단시간에 한하지 않고 총강수량이 많은 경우 '호우'라고 합니다.
한반도의 호우는 주로 여름철 장마전선 상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태풍이 왔을 때도 호우를 동반합니다. 또한 봄철에 발달한 저기압이 한반도를 통과할 때도 많은 비가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폭우는 영어로 Heay Rain이라고 합니다.
5. 폭풍우 • Rain Storm
몹시 세찬 바람이 불면서 쏟아지는 큰비를 폭풍우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폭우와 함께 바람이 많이 부는 걸 말합니다.
기상학적으로는 강한 바람과 비로 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기상상태를 말하며, 최대 풍속 14m/sec이상이면 폭풍주의보, 최대 풍속 21m/sec 이상이면 폭풍우 경보가 발표됩니다.
한반도 부근에서 폭풍우가 되는 것은 발달한 온대저기압이 통과할 때, 태풍이 내습할 때, 그리고 겨울철 북서계절풍이 불 때라고 합니다.
폭풍우는 영어로 Storm 또는 Rain Storm이라고 합니다.
6. 장맛비 • Monsoon Rain
장맛비는 '장마' 때에 오는 비를 말합니다.
여기서 장마는 6월 하순에서 7월 하순의 여름철 동아시아에서 습한 공기가 전선을 형성하여 남북으로 오르내리면서 많은 비를 내리는 동아시아 지역 특유의 기상 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시기를 장마철이라고 하고 한자로는 '오랠 구久'자를 써서 '久雨 구우'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East Asian Rainy Seas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장마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온도차로 인해 생긴 '장마전선'이 한반도 위에 머물면서 시작됩니다.
장마전선은 남쪽과 북쪽의 고기압 세력에 따라 남북을 오르락내리락하게 되는데, 장마 초기에는 보슬비가 계속 내려 저온현상이 나타납니다. 그 뒤에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커지면서 장마전선이 한반도에 상륙하게 되면 강한 비가 내리기도 합니다.
장맛비는 하루가 내리든 여러 날 계속해서 내리든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내리는 비'를 말하며, 계절과 관계없이 '오랫동안 계속해 내리는 비'를 일컫는 말로도 사용합니다.
장맛비는 영어로 Monsoon Rain이라고 하면 됩니다.
7. 보슬비 • Drizzle • Fine Rain
바람이 없는 날 가늘고 성기게 조용히 내리는 비를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빗방울이 가늘고, 조용하게 내린다는 것입니다.
농업용어사전에는 '직경이 0.5mm 이하의 매우 작고 균등한 물방울의 가랑비'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많은 노래 가사나 문학작품에서 보슬비는 촉촉하면서 한적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단어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보슬비는 영어로 Drizzle (드리즐) 또는 Fine Rain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It is Drizzling.' 이라고 하면 '보슬비가 내린다'라는 뜻입니다.
8. 가랑비 • Light Rain or Drizzle
가랑비의 '가랑'은 매우 작은 것을 뜻하는 우리말입니다. 다른 말로는 '가늘 세細'를 써서 '細雨 세우' 또는 '실비'라고도 하며, 이슬비보다 굵고 보통 비보다는 가늘게 내리는 비를 말합니다.
빗줄기는 약하지만 꾸준히 내리는 비를 말하며, 느낌상으로 지면을 완전히 적시지만, 물이 고이는 곳은 거의 없는 정도를 말합니다.
가랑비의 강도는 0.0mm/h 이상 3.0mm/h 미만, 1분간 강수량은 0.02~0.05mm, 1시간 강수량은 1~5mm, 1일 강수량은 5~20mm 정도를 말합니다.
가랑비는 영어로 Light Rain이라고 하거나 앞서 설명한 보슬비처럼 Drizzle이라고 해도 됩니다.
9. 이슬비 • Drizzle
이슬비는 아주 가늘게 내리는 비. 이슬처럼 슬며시 내리는 비를 말합니다.
이슬비는 순 우리말이며 보통의 비에 비해 입자가 너무 작어서 기상 레이더에 잘 잡히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안개가 짙을 때 내리기도 할 정도라고 합니다.\
이슬비는 영어로 Drizzle이라고 하면 됩니다.
10. 안개비 • Misting Rain
안개비는 입자가 매우 가늘어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보이는 비를 말합니다.
사전에 유의어로 가랑비, 보슬비, 실비 등이 있다고 표시되는 만큼 명확한 구분이 쉽지는 않습니다. 모두 단어로 설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같고 느낌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름이 0.2~0.5mm 정도인 작은 빗방울이 거의 같은 세기로 내리는 비로 언뜻 보면 물방울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보통 두꺼운 층운에서 내리며 매우 강한 이슬비의 경우에 1시간에 약 1mm 정도의 강수량을 보일 정도로 매우 적은 우량입니다. 대부분 물방울이 지표면에 닿기도 전에 증발하는 경우가 많아서 강수량 측정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안개비는 영어로 Misting Rain 이라고 합니다.
11. 여우비 • Sun Shower
해가 떠 있는 맑은 날에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를 말합니다.
여우라는 동물이 행동이 민첩해서 금방 눈앞에 나타났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리는 것에 빗대어, 햇볕이 난 날에 잠깐 흩뿌리다가 마는 비를 말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이야기에서는 여우를 짝사랑한 구름이 여우가 호랑이에게 시집가는 것을 보고 울어서 오는 비가 여우비라고 하였습니다.
여우비는 빗방울이 땅으로 떨어지기 전에 비구름이 소멸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비구름이 소멸하거나 이동하는 이유는 대기가 높은 곳에서 강한 돌풍이 몰아치기 때문입니다. 비구름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으나 강한 바람으로 인해 빗방울이 구름이 끼지 않은 맑은 곳까지 오는 것입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여우비가 내리는 것을 '여우가 시집간다'라고 하거나 '호랑이 장가간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해가 떠 있을 때 오는 비라서 영어로는 Sun Shower라고 합니다.
12. 진눈깨비 • Mixed Rain and Snow Sleet
비와 눈이 섞여서 내리는 기상현상입니다.
비가 내리다가 얼어서 눈이 되거나, 눈이 내리다 녹아서 비가 되면서, 두 입자가 섞여서 내리는 경우를 말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0℃의 면은 고도가 낮으므로, 비가 내리다 지표면 가까이에서 얼면서 진눈깨비가 됩니다.
보통 눈·비가 오다가 진눈깨비가 되거나, 진눈깨비가 오다가 눈·비로 변하는데, 진눈깨비가 계속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불안정한 상태의 강수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용한 새벽, 아무도 없는 공원, 쏟아지는 빗소리 ASMR (출처: Youtube 피스풀모닝 Peaceful 모닝 채널)
※ 같이 보면 좋은 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