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가 아닌 것들 : 가짜·짜가·짝퉁·구라·사쿠라·돌팔이·사이비의 어원과 정확한 의미

어느 시대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우리는 정보와 물건과 사람까지, 진실된 것을 골라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 방증인 듯 우리말에는 가짜, 짜가, 짝퉁, 구라, 사쿠라, 돌팔이, 사이비와 같이 거짓된 자들이나 물건을 일컫는 단어들이 여러 개 있습니다.

모두 비슷한 의미일 테지만 어디서 시작된 단어인지 그 유래와 어원이 궁금하였고, 단어 사이에 미묘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그 정확한 의미를 알아보고자 이것저것 찾아 정리하였습니다.

 

가짜 사이비 짝퉁의 어원fake_things

 

I. 가짜

가짜의 사전적 의미는 '거짓을 참인 것처럼 꾸민 것'입니다.

'가짜'라는 명사 단독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없으며 '가짜 양주' '가짜 애국자' '가짜 뉴스'와 같이 명사의 앞에서 참인 것처럼 꾸민 무엇을 지칭하는 형태로 사용됩니다.

가짜의 반의어는 진짜이며, 한자어로 '거짓 가假 + 짜', '참 진眞 + 짜'로 구성된 단어입니다.

진짜와 가짜에서 사용된 '짜'의 어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가 있는데 유력한 것은 아래 두 가지입니다.

  1. 가假(진眞) + 자者
    • '놈 자者'자가 붙어 가자假者(진자眞者)에서 유래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된소리로 변하여 '짜'가 되었다는 주장입니다.
  2. 가假(진眞) + 어조사 적的
    • '진실의, 실재의, 확실한'이라는 뜻을 가진 '진적眞的'의 중국 발음 '찐떠'가 우리말로 들어오면서 '짜'로 변했다는 주장입니다.

 

 

II. 짜가

원래 청소년들이 단어의 어순을 바꿔 사용하는 언어유희의 하나로 시작한 가짜의 비속어로 1990년대 초반경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하였습니다.

1992년 외제품과 가짜상품을 소재로 다룬 KBS의 청소년 드라마에서 대사로 처음 등장하면서 공중파에서도 사용될 정도로 흔하게 사용되었으며, 1993년 신신애의 '세상은 요지경'에 가사로 사용되면서 그야말로 대중적인 단어가 되었습니다.

그 의미와 용례는 가짜와 동일하겠습니다.

 

 

III. 짝퉁

가짜의 비속어인 '짜가'가 '짝'으로 변화하고 여기에 '퉁 同'이라는 중국어 발음을 더해 만들어진 한국식 조어라는 주장이 있고, '짝'에 의미 없는 낮춤말 '퉁'이 결합되어 만들어졌다는 주장도 있으나 비속어에 대한 어원은 공인된 문서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고 정확한 어원을 증명하기도 힘들어 유래는 불분명하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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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미와 용례는 가짜와 동일하겠습니다.

 

IV. 구라

사전에 등록된 구라의 뜻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거짓말'을 속되게 이르는 말.
  2. '이야기'를 속되게 이르는 말.
  3. 거짓이나 가짜를 속되게 이르는 말.

구라의 어원에 대하여 많은 이들이 일본어에서 유래된 외래어라 생각하고 있으나 학계의 공식적인 견해는 일본어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지금도 (모습을) 감추다, 속이다라는 뜻을 가진 '구라마스 くらます'라는 도박판에서 사용하는 일본 은어에서 유래되었다는 자료가 블로그에서 검색되는데 이 역시 정확한 근거 없이 2010년대에 들어서 인터넷상에 처음 등장한 주장입니다.

어찌 보면 식민지 근대화론과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 시대의 영향력이 아직 현대의 대한민국에 많이 남아있음을 주장하고자 하는 세력의 장난질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불교의 설법에 자주 등장하는 '가라구라충'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는 주장도 있으나 역시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정확한 유래에 대한 설명은 없으나 현재까지 우리 학계에서는 공식적으로 일본 유래설은 부정하고 있으므로 일제의 잔재라는 인식은 하지 않는 것이 옳겠습니다.

어쩌면 고대 백제나 신라에서 건너간 단어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V. 사쿠라 · 사꾸라

1960년~80년대 정치판에서 군사정권의 반대세력에 몸담고 있으면서 집권세력의 프락치처럼 활동을 하는 정치인들을 비하하는 단어로 사용되면서 나중에는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는 정치인들을 싸잡아 부르는 단어로 의미가 확장된 단어입니다.

사쿠라의 어원을 흔히 '벚꽃'에서 유래하였다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여기의 사쿠라는 '말고기 さくらにく(사쿠라니쿠)'를 뜻합니다. 일본에서 말고기를 쇠고기로 속여 파는 것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단어이고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VI. 돌팔이

돌팔이의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떠돌아다니며 기술, 물건 따위를 팔며 사는 사람
  2. 제대로 된 자격이나 실력이 없이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돌팔이의 어원은 돌아다니며 파는 사람이라 하여 '돌다 + 팔다 + 사람'이라는 주장, 학문이나 기술 또는 예술 같은 것을 오직 돈벌이로만 써먹으려고 애쓰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인 '돈팔이'에서 변형된 말이라는 주장, '돌다'라는 동사와 무당이 섬기는 바리데기 공주를 가리키는 '바리'가 합쳐져서 된 '돌바리무당'이 어원이라는 주장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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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500가지'에서 박숙희 작가는 위의 돌아다니는 무당이라는 '돌바리'어원설이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돌바리는 각양각색의 사람을 만나고 갖가지 사건을 통해 여러 가지 잡다한 지식을 갖게 되고, 웬만한 환자를 보기도 하고 간단한 처방도 내리는 등 서툰 기술을 가지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지식이나 기술을 파는 자들로 여겨지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니면서 무업을 하는 선무당을 '돌바리' '돌무당'이라 불렀으며 그것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돌팔이로 변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현대에서 돌팔이는 위의 사전적 의미와는 반대로 '제대로 된 면허나 자격증이 있으면서 실력이 부족하고 미숙한 전문인'을 뜻하는 단어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돈만 바라보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수임료만 받아먹는 변호사, 그리 힘들지 않은 수술을 하면서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의료인, 의료현장에서 활동하기보다 쇼핑몰이나 방송에서 상품을 팔아먹는 쇼닥터들 같은 부류의 인물들이 여기에 속한다 하겠습니다.

 

VII. 사이비 · 似而非

사이비는 같을 사似, 말이을 이而, 아닐 비非가 모여 만들어진 말로서 사전적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듯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아주 다른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孔子曰惡似而非者  /  공자왈오사이비자  /  '공자(孔子)'가 말하길 나는 같고도 아닌 것을 미워한다

라는 '맹자(孟子)'의 말에서 유래하였으며, '맹자'는 사이비에 대하여 '비난할 것이 없고, 공격할 것이 없으며, 시대의 흐름에 함께 휩쓸리며 더러운 세상과 호흡을 같이 하여, 충실하고 신의가 있는 것 같으며, 청렴하고 결백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함께 참다운 성현의 길로 들어갈 수 없는 자들이다. 그래서 덕德의 적敵이라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풀이하였습니다.

사이비와 돌팔이는 가짜 행세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유사하다 하겠으나 그 속을 살펴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사이비는 겉으로는 비슷하나 속은 완전히 다른 것을 말하는 것으로 '사이비 종교'와 같이 겉으로는 신성한 종교처럼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실상은 사리사욕을 위해 그럴듯한 글과 말로 사람을 속여먹는 사기행위의 형태와 같은 것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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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팔이나 사이비나 진짜가 아님은 같다 하겠으나 그 어원에서 받는 느낌은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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