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세력 간의 충돌이나 계층 간의 갈등이 폭발하면서 국가의 지배체제나 통치이념에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 경우를 우리는 보통 혁명(Revolution)이라고 합니다.
4・19혁명부터 2017년 촛불혁명까지, 8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대한민국의 현대사에는 유난히 혁명이라 이름 붙은 정치행위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중에는 후일 혁명이 아니라 쿠데타(Coup)라는 역사적 평가와 함께 사법적 처벌을 받은 인사들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혁명이고 싶어하는 쿠데타가 있었다는 것이고, 이는 모든 혁명이 선(善)하지는 않지만, 혁명 그 자체 만으로 역사적 당위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오늘은 역사 변혁을 위한 가장 궁극적인 정치행위, 혁명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I. 혁명의 정의

1. 사전적 의미
-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 기초, 사회 제도, 경제 제도, 조직 따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
- 이전의 왕통을 뒤집고 다른 왕통이 대신하여 통치하는 일 = 유교사회의 역성혁명
-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
2. 철학
이제까지의 사회체제를 폐기하고 새로운, 한층 고도의 사회 체제를 세움으로써 사회생활에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오는 것을 말합니다.
혁명은 계급사회 발전에 필연적인 현상으로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간의 계급투쟁의 최고 형태를 말합니다. 혁명을 통해 역사는 한층 높은 단계에 도달하게 되며, 혁명 계급이 정치권력을 장악함으로써, 사회의 기초인 경제 관계를 변혁함과 아울러 상부구조의 변혁이 진행되는 것입니다.
3. 정치학
정치권력과 정치조직의 근본적이고 갑작스러운 변화이며, 일반적으로 강압적인 독재정치 또는 정치적 무능력에 대한 시민의 저항으로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혁명의 결과로 인한 문화, 경제, 사회, 정치제도 등의 주요 변화를 포함하는 표현입니다.
즉, 민중의 참여로 권력의 근간 자체를 바꾼다는 것이고 아래와 같이 요약정리할 수 있습니다.
- 혁명은 전체 또는 일부 국민이 집권 정부를 불신하는 과정
- 혁명은 무력의 사용 또는 위협에 의하여 기존 정부를 교체하는 사건
- 정치권력의 교체 후 새로운 정치 지도력에 의해 추진되는 사회 제도와 정치 제도의 일관성 있는 변화 개혁
- 변동의 결과 새롭게 수립된 정치 지도력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신화
최근 몇 세기 동안의 주목할만한 혁명으로는 청교도 혁명(1642~1653), 명예혁명(1688), 미국의 독립전쟁(1775~1783), 프랑스혁명(1789~1799), 아이티 혁명(1791~1804), 중국 공산당 혁명(1927~1949), 1948년 유럽 각국의 계급혁명들, 러시아 10월 혁명(1917), 쿠바 혁명(1959), 문화 대혁명(1966~1976), 이란 혁명(1979), 1989년 유럽 혁명 등이 있습니다.
II. 혁명의 어원

1. Revolution
혁명의 영어단어인 Revolution은 라틴어 Revolutio를 어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회전하다' 또는 '선회하다', '대변혁'이라는 뜻에서 나온 것으로, 원래 천문학에서 별이 궤도를 한 바퀴 돌고 난 뒤 처음의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는 '회귀'와 '반복'을 가리키는 천문학 용어였습니다.
코페르니쿠스는 천체운행론(De revolutionibus orbium coelestium)에서 Revolution을 이러한 의미로 사용하였습니다.
서양사에서 Revolution이 정치사상의 용어로 처음 사용된 것은 영국의 찰스 2세 때였습니다. 1660년 영국으로 돌아간 찰스 2세는 영국혁명을 두고 상황을 평가하면서, 영국이 그동안 '여러 번의 큰 Revolution을 겪었다'라면서 정치적 변화를 겪었다는 사실을 가리킨 가치중립적인 단어로 사용한 것입니다.
이때까지는 단지 변화를 나타내는 의미로만 사용되던 Revolution은 후에 Turgot(튀르고)와 Voltaire(볼테르)가 Revolution에 진보의 의미를 넣어 사용하면서 근대성을 획득하였고, '위대한 변화'라는 의미로 자리를 잡은 것은 미국의 독립운동과 프랑스혁명에서였습니다.
2. 革命 • 혁명
'혁명 革命'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는 기록은 주역(革掛·象傳 혁괘·상전)입니다.
天地革而四時成, 湯武革命, 順乎天而應乎人, 革之時大矣哉
천지혁이사시성, 탕무혁명, 순호천이응호인, 혁지시대의재天地(천지)가 變革(변혁)하여 四時(사시)가 이루어지며 湯(탕)·武(무)가 革命(혁명)을 하여 하늘에 순하고 사람들에게 應(응)하였으니, 革(혁)의 때가 크도다
위의 말 중 湯武革命(탕무혁명)이 바로 그것입니다.
탕무혁명이란 湯王(탕왕)과 武王(무왕)이 하늘의 뜻, 즉 백성의 바람에 부응해 하나라의 傑王(걸왕)과 은나라의 紂王(주왕)을 멸한 것을 말합니다. 이로써 고대에 천자가 天命(천명)을 부여받았지만 백성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그것은 하늘의 뜻이라고 보고 왕조를 바꾸는 것을 일러 命(명)을 革(혁)하는 것, 즉 天命(천명)을 바꾸는 것을 가리키게 되었고, 이를 '혁명'이라고 한 것입니다.
III. 쿠데타 • Coup d’État


冒頭(모두)에 말한 것처럼 우리 현대사의 다사다난했던 기록 중에 혁명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전두환 시대까지만 해도 혁명이라고 교과서에 기록되어 있던, 박정희를 비롯한 정치군인이 제2공화국을 폭력적으로 무너뜨리고 정권을 잡은 5·16은 이제 '5·16 군사정변'으로 공식적인 명칭이 정해졌습니다.
정변은 쿠데타(Coup d'État)를 말하는 것입니다.
1. 정의
쿠데타는 특정 정파, 정치인, 군부 등의 세력이 무력에 기반하여 정권을 전복하고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통치권의 장악을 시도하는 기습적인 정치활동을 말합니다.
사전적으로 쿠데타를 정의하면 아래와 같이 되어 있습니다.
"무력으로 정권을 빼앗는 일. 지배 계급 내부의 단순한 권력 이동으로 이루어지며, 체제 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혁명과는 구별된다."
쿠데타는 동일 체제 내에서 지배자의 교체를 목적으로 하며, 혁명과는 달리 민중의 지지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보통 은밀하게 계획되고 기습적으로 감행되는 것이 특징이며, 반대파의 체포·탄압, 정부요인의 불법 납치·감금·암살, 군사력의 강압 등을 배경으로 하거나, 의회를 강점하고 주요 정부기관이나 언론기관을 탈취·점령하는 등 갖가지 불법적인 방법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쿠데타의 예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1922년 10월 무솔리니의 로마 진군에 의한 정권 획득
- 1933년 3월 히틀러의 나치 정권 획득
- 1940년 F페탱의 비시 정부 수립
- 1961년 박정희의 5·16 군사정변
- 1967년 그리스의 군부 쿠데타
- 1979년 전두환의 12·12 군사 반란
- 1997년 8월 훈센의 캄보니아 쿠데타
- 2014년 5월 프라윳짱오차의 태국 쿠데타
- 2015년 2월 마흐디 알 마샤트의 예멘 쿠데타
- 2021년 9월 마마디 둠부야의 기니 쿠데타
- 2022년 1월 다미바의 부르키나파소 쿠데타
2. 어원
Coup d'État(쿠데타)는 말 그대로 Stroke of State, Blow of State, 즉 국가에 대한 일격 또는 타격 등으로 번역 가능한 프랑스어입니다.
여기서 État(에타)는 소문자가 아니라 대문자로 사용되는데 절대적 권력을 지닌 정치적 독립체를 의미합니다.
쿠데타 행위와 그 개념은 고대에도 많이 등장해왔지만, 쿠데타라는 단어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19세기 이전의 영어 문서에는 프랑스어 번역을 출처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등장하지 않으며, '국가 내 기존 행정부에 대한 타격'이라는 뜻을 가지는 간단한 문구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영어 문서에 쿠데타라는 말이 처음 발견되는 것은 1802년 1월 7일 London Morning Chronicle(런던 모닝 크로니클) Editor's Note에 실린 '나폴레옹이 프랑스에서 체포되었다'라는 보도 내용에서였습니다. 해당 기사에는 '어제 프랑스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보도가 있었다'라는 표현이 발견됩니다.
쿠데타는 현대의 영어회화에서는 보통 Coup [ku:, 쿠우]라고 사용됩니다.
쿠데타는 일반적으로 우리말에서도 쿠데타로 사용하지만 한자어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군사정변(軍事政變)이라는 표현으로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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