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군가(軍歌, War Song) 모음

인간이 집단을 이루고 생활을 한 이후로 집단 간에 다툼은 반드시 있어왔습니다.

수렵과 채집으로 생활하던 선사시대에도, 농경사회에도, 부족사회에도, 국가가 성립된 이후에도, 그렇게 전쟁이라는 것은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해 또는 내가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인간이 행하는 가장 적극적인 생존활동이라 하겠습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오래된 방편 중에 하나로 소리를 통해 사기를 진작시키는 방법은 고대로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방식입니다.

그것이 바로 '군가 軍歌 War Song'라는 것이 생긴 이유라고 하겠습니다.

오늘은 현재의 서양 음악이 들어오기 전, 조선시대에 우리 '군 軍'에서 부르던 조선시대의 군가에 대해 찾아보았습니다.

 

조선시대의-군가 war song in joseon

 

I. 조선시대의 군가(War Song)

원래부터 군가의 형태가 현대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르고 있는 것과 같은 4박자의 행진곡풍 노래였던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그 시대의 전통 리듬과 음률이 반영되었을 것이고, 가사 또한 시대 정서를 반영하였을 것입니다.

 

현재 기록으로 남아있는 조선시대의 군가를 알아보기 전에 조선시대에는 군가가 어떠한 용도로 사용되었는지를 먼저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현대 군대에서 군가는 당연히 훈련 중, 그리고 이동 중에 사용됩니다.

여기서 훈련 중이라 함은 병기나 전술 훈련과 같은 교육 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구보나 유격과 같은 체력단련 훈련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행군 등 장거리 이동 시 또는 제식훈련과 같은 훈련에서 사기 진작을 위해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선시대의 군가는 교육용 자료!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지금과는 그 목적이 많이 달랐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의 군가 가운데 병사들이 가장 많이 불렀던 노래는 신호체계 암기를 위한 노래였습니다.

옛날 전투에서는 전투 도중 전술의 변화를 알리는 방법으로 깃발을 많이 활용하였으므로 병사들은 깃발을 통한 명령체계를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추천글 ▶︎  낭만(浪漫)과 낭만주의(Romanticism)의 어원과 정의 그리고 차이

또한 훈련 중에 북을 쳐 신호를 주면 전진과 후퇴를 하는 움직임을 익히기 위해 노래로 만들어 부르게 했다고 합니다.

즉, 조선시대의 군가는 사기진작보다는 교육용 자료로 활용된 것입니다.

그럼 조선시대에 사용되어 기록으로 남아있는 군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II. 고진금퇴가 鼓進金退歌

조선 세종(1418~1450) 이후 '삼군 三軍'의 '좌작진퇴 坐作進退'의 순서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게 한 것입니다.

'고진금퇴'라는 것은 북을 치면 전진하고 징을 치면 후퇴하라는 뜻으로 그 용례는 아래와 같습니다.

鼓一構兵 二結陣 고일구병 이결진

북 한 번에 벌여 서고, 두 번째에 결진하며,

 

鼓三前進 四疾行 고삼전진 사질행

세 번째에 전진하고, 네 번째는 빨리 걷고,

 

鼓五急走 仍急鬪 고오급주 잉급투

다섯 번엔 급히 달려 바로 급히 싸우나니,

 

三軍之進 同一情 삼군지진 동일정

삼군의 전진함이 모두 같은 방법이요.

 

金一緩鬪 二止鬪 금일완투 이지투

첫쇠를 치면 싸움을 늦춰, 두 번 칠 때 그치고서,

 

金三回背 四退行 금삼회배 사퇴행

세 번째에 등을 돌려, 네 번째는 물러서서,

 

金五急退 還就陣 금오급퇴 환취진

다섯 번엔 급히 달려 본진으로 돌아오니,

 

三軍之退 同一情 삼군지퇴 동일정

삼군의 물러옴이 모두 같은 방법이라

조선시대 군가 war song 고려시대부터 조선 선조 때까지 함경도에서 활약한 장군들의 행적을 엮은 ‘북관유적도첩(北關遺蹟圖帖)’ 중 ‘야전부시도(夜戰賦詩圖)’. 이 그림에는 현대의 A텐트와 비슷한 천막이 등장한다. 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 동아일보DB
고려시대부터 조선 선조 때까지 함경도에서 활약한 장군들의 행적을 엮은 ‘북관유적도첩(北關遺蹟圖帖)’ 중 ‘야전부시도(夜戰賦詩圖)’. 이 그림에는 현대의 A텐트와 비슷한 천막이 등장한다. 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 동아일보DB

 

III. 각경가 角警歌

각경가는 조선 초 '정도전 鄭道傳'이 군사들로 하여금 진법을 쉽게 익히도록 할 목적으로 지은 노래로서 여기서 '각경 角警'은 신호용 뿔나팔을 말합니다.

즉 뿔나팔로 진법의 내용을 익히도록 만든 교육용 군가입니다.

角初五聲 乃警衆 각초오성 내경중
각이 처음 다섯 번 울리면 경고 신호요

角後五聲 復收兵 각후오성 복수병
각이 뒤에 다섯 번 울리면 집합 신호다

間以金鼓 整部伍 간이금고 정부오
금고를 간간이 울리면 대오를 정비하나니

進退之節仔細聽 진퇴지절 자세청
나가고 물러남의 신호를 자세히 듣거라

 

 

IV. 오행출진가 五行出進歌

역시 정도전이 진법의 운용을 묘사하여 지은 노래입니다.

前衡中軸爲守兵 전형중축위수병
전형과 중축이 수병되어

按列不動如陵岡 안열부동여능강
선채로 산처럼 움직이지 않네.

後衡居後爲正兵 후형거후위정병
후형은 뒤에서 정병이 되어

先出致敵勇莫當 선출치적용막당
먼저 나아가 치는 용맹 당할 수 없네.

左翼右翼爲奇兵 좌익우익위기병
좌익과 우익은 기병이 되어

旁出突擊如雷霆 방출돌격여뢰정
벽력같이 옆으로 나가 찌르는구나.

守兵家計備敗走 수병가계비패주
수병의 계획은 참으로 치밀하여

雖散復合敗不亡 수산복합패불망
아무리 패하여도 망하지 않네.

接戰以正勝以奇 접전이정승이기
정병으로 싸우고 기병으로 승리하여

臨時操縱無常形 임시조종무상형
시기에 따라 변화 무궁하다네.

추천글 ▶︎  Desperado & Cancion del Mariachi : 떠돌이 악사의 마을청소이야기

 

 

V. 기휘가 旗麾歌

기휘가는 삼군으로 하여금 깃발을 이용한 부대의 '좌작진퇴지절 坐作進退之莭'을 외우도록 하기 위해 암송하면서 부르도록 한 것입니다.

麾色有五旗亦五 휘색유오 기역오
휘는 오색이요, 기도 역시 오색이라

指揮以麾應以旗 지휘이휘 응이기
휘로 지휘하고, 기로서 답하네.

中黃後黑前則赤 중황후흑 전측적
중앙에는 황, 후미에는 흑, 전방에는 적이라

左靑右白各隨宜 좌청우백 각타의
좌에는 청이니, 우에는 백이라, 모두가 조화롭구나.

東西南北視麾指 동서남북 시휘지
동서남북 사방의 휘를 보아라

擧則軍動伏止之 거즉군동 복지지
들면 출동이요, 내리면 정지로다.

揮則騎步皆戰鬪 휘즉기보 개전투
휘두르면 기병보병 모두 싸워라

或徐或疾將所期 혹서혹질 장소기
느리고 빠른 것은 장수에게 있나니.

將不知此棄其兵 장부지차 기기병
이것을 모르는 장수는 그 병사를 버림이요

兵不知此亦失時 병부지차 역실시
이것을 모르는 사병은 역시 때를 놓치나니.

多多益辦非他事 다다익판 비타사
많을수록 더 잘 아는 것은 다름 아닌

細聽金鼓明旗麾 세청금고 명기휘
자세히 금고를 듣고 기휘를 분명히 보는 것 뿐일세.

 

 

※ 같이 보면 좋은 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