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엔틱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대접받는 추억의 기계장치, 바로 태엽의 어원과 기원, 그리고 원리와 개념 등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I. 태엽 • 胎葉 • Mainspring
손바닥만 한 스크린 위에서 전 세계 모든 정보를 확인하고 모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 고글 하나로 가상 세계로 진입해 서바이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VR기기, 그리고 목적지만 말해주면 스스로 가장 안전하고 빠른 길을 찾아가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마법처럼 신비한 과학 문명의 놀라움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장치들입니다.
그러나 어릴 적 처음 보았던 이 장치만큼 환상적이고 경이로운 경험은 아직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기계공학을 마법으로 승화시킨 장치였지만 이제는 모터에게 밀려나 시계나 장난감, 그리고 뮤직박스와 같은 장식품들에서만 볼 수 있는 추억의 기계장치, 바로 '태엽'입니다.
II. 태엽 • 胎葉 • Mainspring 이란
태엽은 얇은 띠 모양의 금속을 나선형으로 감은 스프링의 한 종류로서 '나선형 스프링(Spiral Spring)'이라고도 합니다.
노브나 키를 이용해 단단하게 감아서 탄성에너지를 축적하고, 금속 띠가 다시 평평하게 풀리려고 하는 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장치입니다.
태엽은 탄성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해 스프링을 단단하게 감아야 하는데 그때 필요한 동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작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큰 동력을 내는 장치는 찾아보기 힘들고 주로 기계식 시계, 장난감 등의 동력으로 사용됩니다.
현대의 태엽장치에 사용되는 재료는 탄소 0.8~1.3%의 고탄소강의 연마띠강(硏磨帶鋼)이 많이 사용되지만, 고급시계에는 특수한 코발트 합금 등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아래는 기계식 손목시계의 작동원리를 설명해주는 영상입니다. 전체 영상 길이가 3분 남짓이니 한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용두를 돌려 태엽을 감는 것부터 초침을 움직여 시간을 표시하기까지 에너지가 작동하는 순서를 3D 영상으로 구현하여 보여줍니다.
How a watch Works (출처 : Youtube CH 'Bidle Lt')
III. 태엽 • 胎葉 • Mainspring의 어원
태엽은 한자로 '아이 밸 태胎'와 '잎 엽葉'이 합해져서 만들어졌습니다.
태胎는 뱃속 아이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탯줄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사용하였고, 엽葉은 원래 나무(木) 위에 세대(世)마다 풀(䒑)처럼 나는 것. 즉 나뭇잎을 상징하는 글자입니다.
19세기 실학자 이규경(1788~1856)의 책 '오주연문장전산고 五洲衍文長箋散稿'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규경은 조선 후기의 유명한 실학자 이덕무의 손자로 '오주연문장전산고 五洲衍文長箋散稿'은 조선과 청나라의 여러 책들의 내용을 정리하여 편찬한 백과사전과 같은 책입니다.
제목인 '오주연문장전산고"는 이규경의 호인 '오주 五洲'에 거친 문장을 의미하는 '연문 衍文', 문장 형태를 지칭하는 '장전 長箋', 흩어진 원고를 가리키는 '산고 散稿'를 합친 것으로 모두 60권 60 책으로 구성되며, 1천416개의 항목을 고증학적 학문 태도로 기술한 것입니다. 여기에 태엽에 관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태엽 胎鐷', 즉 '잎 엽葉'자에 '쇠 금金'변이 붙어있습니다. 이는 금·동·철 덩어리를 얇게 펴서 잎사귀처럼 만든 것을 뜻하는 글자였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태엽은 기계장치의 뱃속에 있는 탯줄 모양의 얇은 금속판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말이란 것입니다.
원래는 鐷자로 사용하다가 나중에 '쇠 금'변이 생략되어 현재의 胎葉이 된 것입니다.
IV. 태엽 • 胎葉 • Mainspring의 기원과 역사
유럽 기원설, 중국 기원설, 메소포타미아 기원설 등 태엽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유럽에서 시계 부품으로써 개발해서 보급 정착시켰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학설입니다.
15세기 유럽에 스프링으로 작동되는 시계가 처음으로 등장하기 이전에는 추를 달아놓은 밧줄을 기둥에 감아놓고 줄이 풀리는 힘을 이용하여 작동시키는 방식으로 시계를 제작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자물쇠에 스프링이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당시에는 자물쇠 제작자들이 시계를 같이 제작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스프링을 시계에 적용하여 더 작고 휴대하기 편한 제품을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많은 자료들에서 1511년경 뉘른베르크의 시계공 '페터 헨레인 Peter Henlein'이 태엽장치를 이용한 시계를 처음 만들었다고 쓰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사실로, 그 이전에 무게 장치를 이용하지 않는 휴대용 시계에 대한 언급과 스프링 구동 시계가 존재했다는 내용이 15세기 자료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스프링 구동 시계는 뉘른베르크의 게르마니슈 국립박물관에 있는 1430년경 제작된 부르고뉴 공작 필리프 1세를 위해 만들어진 실내 시계라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