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회를 구성하는 아주 많은 숫자의 보통의 사람들을 지칭할 때 서민, 시민, 국민, 민초, 민중, 대중, 백성 등과 같은 단어를 사용합니다.
각각의 단어들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뉘앙스를 나타내는 것들로, 자주 사용되는 단어이다 보니 대략의 뜻을 두리뭉실하게 설명할 수는 있겠으나, 정확하게 정의를 내리기엔 확신이 부족한 단어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러한 보통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들에 대해 그 뜻과 어원을 한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I. 보통사람이란 무엇인가?
보통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를 알아보려면 우선 '보통사람'이란 무엇을 뜻하는지 정리해야 하겠습니다.
보통사람은 보통의 사람이고, 여기서 보통이라 함은 '넓을 보 普'와 '통할 통 通'을 합한 것입니다.
부사로 사용될 때는 '일반적으로', '흔히'라는 뜻을 가지고, 명사로는 주로 특별하지 않고 평범한 것을 나타낼 때 사용합니다. 즉, 보통사람이란 일반적인 사람,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으로 정의하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아래와 같은 사람들을 보통사람이라고 지칭합니다.
- 공공이 인정할 만큼 절대적으로 많은 권력을 가졌거나, 높은 지위를 가지지 아니한 사람.
- 공공이 인정할 만큼 절대적으로 높은 학식을 가졌거나, 많은 재산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
- 공공이 인정할 만큼 유별나게 뛰어난 외모를 가졌거나, 우월한 신체조건을 보유하지 아니한 사람.
이렇듯 보통의 일반인이 인식하는 '보통사람'이란 절대적으로 우월한 조건을 갖춘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을 포괄하는 집단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는 보통사람이라는 개념을 사용할 때에 상대적으로 열등하거나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갖춘 계층을 분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나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사회적 계층도 보통사람으로 포괄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이는 보통의 개념이 절대다수의 보통사람과 극소수의 상위층을 양분하는 형식으로 많이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보통이라는 단어와 비슷하게 사용하는 것은 '평범하다'라는 개념입니다.
우리는 스스로가 '보통'이고 '평범'한 존재임을 자임할 때 자기 비하의 감정이나, 최소한 겸양의 태도를 담아 넣어 사용합니다.
그럼 이제 보통사람을 가리키는 단어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II. 서민 • 庶民 • Commoner
1. 의미
- 아무 벼슬이나 신분적 특권을 갖지 못한 일반 사람
- 경제적으로 중류 이하의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
- 권력 기관에 있지 아니한 모든 평민들의 계급
- 경제적 관점에서 계층을 분류할 때 서민계층(서민층)은 '상류층> 중산층> 서민층'으로 나열이 가능한, 정부의 각종 지원 혜택이 필요한 빈곤층을 말합니다.
2. 어원
- 서민은 본래 벼슬을 독점하던 문무 양반을 아우르는 '사대부 士大夫'에 대응하는 말이었습니다.
- '서민 庶民'은 '무리 서庶'와 '백성 민民'이 합해진 단어입니다.
- 여기서 '무리 서庶'는 '집 엄广', '스물 입卄', '불 화灬'가 합쳐진 글자로, 많은 사람들이 불을 때며 모여 사는 모습을 가리키는 한자입니다. 즉 평범한 사람이란 뜻을 갖게 되어 '백성 서' 또는 '여러 서'로도 불리게 되었습니다.
III. 민초 • 民草
1. 의미
- 백성을 질긴 생명력을 가진 잡초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 여기저기에 그 수가 많고, 하찮게 여겨지지만 밟혀도 죽지 않고 일어나는 잡초와 같은 민중들의 특성을 강조할 때 주로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 '서민'이 경제적인 기준으로 설명하는 단어라는 느낌이 있다면, '민초'는 정치적·사회적 기준으로 설명하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2. 어원
- 국립국어원에 의하면 어원은 불명이나 1999년판 표준국어대사전에 처음 수록된 이후 쭉 사전에 등재되고 있습니다.
- 일본어 단어 중에 民草(たみぐさ, 다미구사)라는 단어가 있어, 이를 두고 일본식 한자이므로 쓰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지만 중국어에도 비슷한 단어가 있습니다.
- '논어 論語'의 '안연편 顔淵篇'에는 '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 必偃 군자지덕풍 소인지덕초 초상지풍 필언'이라 하여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습니다.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바람에 쓸려 따르게 마련이지요'라는 뜻입니다.'라는 뜻입니다.
-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아서 백성은 모두 그 풍화를 입는다는 말로, 바람이 불면 풀이 그 방향으로 눕듯이 윗사람의 행동은 곧 아랫사람이 행동하는데 표본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즉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의 솔선수범과 신중함을 일깨우는 문장입니다.
- 여기서도 백성을 초草에 비유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민초와 풀이 약자, 즉 민중을 의미하는 것은 오래된 인식인 것 같습니다.
IV. 시민 • 市民 • Citizen
1. 의미
- 국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나라 헌법에 의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가지는 자유민을 말합니다.
- 정치적 관점에서 시민은 민주주의적 자치를 통치의 기본질서로 하는 특정한 정치공동체에서 그 공동체가 보장하는 모든 권리를 완전하고도 평등하게 향유하는 개별 구성원을 가리킵니다.
- 또한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을 가진 공화정의 구성원으로서, 국가의 공동 소유자로서 권리와 의무를 가지며,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공공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사람, 즉 참정권을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2. 어원
- 시민의 개념은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 공동체와 고대 로마의 공화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스의 폴리스 공동체에서 정치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계층은 시민권을 가진 사람에 한하였고, 이 전통은 로마의 공화정으로 전승되어 공동체의 정치권력적 주체로서 시민이라는 개념이 강화되었습니다.
- 이후 18세기 시민혁명에 들어서면서 시민의 권리로 민주주의적 자결권이 연결되면서 왕조국가체제를 타도하는 이념으로까지 작용하게 된 것입니다.
- 즉, 시민은 도시의 거주민이라는 단순한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都市國家 공동체의 시민市民개념이 현대로 전승되어 온 것입니다.
V. 국민 • 國民 • Nation
1. 의미
-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 또는 그 나라의 국적을 가진 사람이라는 법적 기준에 의한 명칭입니다.
- 국적을 가진 사람이므로 해외 거주 한국 국적인, 한국으로 귀화한 외국인 등을 포함합니다.
2. 어원
- 국민이라는 단어는 조선왕조실록에도 여러 번 등장하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단어입니다.
- 조선왕조실록에서 '국민'을 검색해보면 태조실록 6권(태조 3년)부터 언급이 됩니다. 여기서 국민은 우리가 이해하는 '백성'과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이는 봉건국가에서 군주를 제외한 모든 구성원을 하나의 공동체로 통괄하여 지칭하는 것으로, 현재의 인권 개념과 세계시민으로서의 개인의 자주성 및 주체성을 고려하였을 때는 시대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개념인 것은 맞습니다.
VI. 대중 • 大衆
1. 의미
수많은 사람의 무리
대량 생산, 대량 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의 사람. 엘리트와 상대되는 개념으로 수동적·감정적·비합리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2. 어원
- 대중은 '큰 대大'와 '무리 중衆'이 합하여 만들어진 단어로, 말 그대로 큰 무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 '무리 중衆'은 '회의문자'로 '피 혈血'자가 부수로 사용되지만 피와는 상관이 없는 단어입니다.
- 원래 갑골문자에서 유래된 한자로 태양 아래 세명의 사람이 일을 하고 있는 형상을 표현한 것입니다.
- '피 혈血'자는 '날 일日'자가 변형된 것입니다.
VII. 인민 • 人民 • The People
1. 의미
- 국가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 대체로 지배자에 대한 피지배자를 이르는 말입니다.
-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자연인을 이르는 말입니다.
2. 어원
- 원래 중국 고전에 자주 등장하는 말로 우리나라에서도 굉장히 자주 사용된 한자어입니다.
- 국민이나 백성과 마찬가지로 조선왕조실록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대한제국에서도 사용되었으며, 홍길동전에도 등장하는 등 아주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단어입니다.
- 본래 고대에서는 사람 인人과 '백성 민民'은 별개의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 人은 성 안에 살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고, 民은 성 밖에 살던 야인들을 뜻하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人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자, 民은 지배를 받는 민초를 가리키는 것으로, 人民이라 함은 군주를 제외하고 국가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VIII. 민중 • 民衆 • The People
1. 의미
원래 한자의 뜻은 '많은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국가나 사회를 구성하는 일반 국민'을 말하며, '주로 피지배 계급으로서의 일반 대중을 가리키는 말'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고정된 계급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며, 역사 속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파악되는 유동적인 계급 및 계층의 연합입니다. 따라서 계급·계층·시민 등 여러 개념을 포용하는 상위 개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인민'의 뉘앙스를 가진 '대중'의 뜻을 가진 단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2. 어원
- 전두환 신 군부 이후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자본가와 특권 계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습니다. 한국 현대 정치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조어입니다.
-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등 좌파 성향의 문서에서 의도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며 현재에도 피지배 계층으로서의 시민 대중 집단을 지칭할 때 주로 사용된다 하겠습니다.
IX. 백성 • 百姓
1. 의미
- 나라의 근본을 이루는 일반 국민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 예전에, 사대부가 아닌 일반 평민을 이르던 말
- 조선왕조실록에도 자주 등장하는 단어로 조선시대에는 공역을 부담하는 양인들을 이르는 말로 천민을 제외한 사농공상을 포함하는 계층을 말합니다.
2. 어원
- 한자어를 그대로 풀어 이해하면 '백 가지 성씨'를 말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