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정 시대의 절대자를 뜻하는 단어들의 정의와 어원 : 왕, 임금, 황제, King, Emperor, Kaiser 등

왕, 임금 그리고 황제는 절대 왕정시대의 국가를 지배하고 운영하는 권력자의 직책을 칭하는 단어입니다.

각각의 명칭이 뜻하는 바도 어느 정도 알 수 있고 이러한 명칭이 분류되는 방식도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그 명칭의 정확한 정의나 어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힘들어 찾아보았습니다.

오늘은 옛날 왕정시대의 절대 권력을 부르는 호칭의 명확한 정의와 어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왕-임금-황제-king-emperor의-어원

 

I. 왕 • 王 • King

1. 왕의 정의

'왕 王'의 사전적 정의는 '군주국가 君主國家'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우두머리'라고 되어 있습니다.

소규모 지역 집단의 수장을 귀족이나 부족장이라 한다면 왕은 이러한 부족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국가'로 만들어 각 부족장들의 대표자로서 내세운 자로서 '국왕'이라고도 합니다.

 

2. 왕(王)의 어원

'왕 王'은 임금을 뜻하는 한자입니다. 그러므로 왕의 어원은 한자 왕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임금 왕王'자의 자원(字原)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의견이 갈라지고 있습니다.

 

1) 상형문자 ・ 象形文字

王은 권력의 상징을 글자로 표현한 '상형문자'라는 주장입니다.

아래와 같이 갑골문에 나온 王자는 '한 일一'자 위에 '큰 대大'자가 얹혀있는 형태로 마치 '설 립立'자와 비슷한 형태로 그려져 있습니다.

왕(王)의 상형문자 과정
왕(王)의 상형문자 과정

임금왕-갑골문-금문
하지만 이것은 고대에 권력의 상징이었던 도끼의 일종을 그린 것으로 청동기 시대에 주조되거나 새겨진 문자인 '금문 金文'에서는 도끼가 좀 더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금문의 형태가 좀 더 단순해지면서 현재의 글자 모양이 된 것입니다.

 

 

 

2) 지사문자 ・ 指事文字

'임금 왕王'자는 하늘과 땅과 사람을 각각 하나의 가로획으로 표현하고, 이를 꿰뚫는 세로획을 그어 앞의 세 가지를 두루 다스리는 지배자로서의 존재를 표현하는 글자라는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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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King의 어원

일본 학자 고이즈미 마키오의 책 '흥미진진 영어를 둘러싼 역사와 문화, 지식의 향연'이라는 책에 소개된 'King'의 어원을 보면 King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고대 영어인 Cyning(혈연관계의 자녀)이라고 합니다.

'Cyn'은 '혈연', '~ing'은 '관련 있는 것들'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부족의 장자'에서 '왕'으로 의미가 변화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현대 영어에서도 동일한 어원의 활용을 볼 수가 있는데, Cyn은 '혈족, 친족'의 의미를 가진 'kin'으로 변형되어 kind의 어원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친절'하게 대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II. 임금

1. 임금의 정의

임금은 '왕 王'과 동일한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군주국가 君主國家'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우두머리라는 것입니다.

 

2. 임금의 어원

임금은 '왕'의 순우리말 단어입니다.

임금의 어원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이야기가 있으며 국립국어원에서도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임금의 어원에 관해서는 아래와 같은 설說들이 있습니다.

  • 고려-여진어로 군주를 뜻하는 말이 '님금/링쿰'이라는 이야기
  • 고대 영웅의 이름에 '님'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었고 그가 '왕'과 같은 권위를 가지게 되면서 '님'이 곧 '왕'을 의미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 단군왕검처럼 고조선에서 지도자를 뜻하는 표현이던 '왕검'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는 이야기
  • 태양신 니마와 태음 신 고마의 합성어로 보는 이야기
  • 군주를 뜻하는 '금'에 높임말 '님'이 결합한 것으로 보는 이야기

 

그중 신라 시대의 군주를 나타내는 명칭인 '이사금 尼師今'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설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습니다.

<이사금 ⇨ 잇금(닛금) ⇨ 임금>으로 변했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이사금'이란 명칭의 어원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찾아보면 '삼국사기'에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신라 제2대 왕인 남해왕이 세상을 떠난 후 당시 태자였던 유리왕이 덕망이 있던 탈해에게 왕위를 양보하려 하였습니다.

물론 탈해는 사양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서로 양보가 오가는 과정에서 합의안으로 도출된 것이 연장자가 왕위에 오르자는 것이었는데, 이때 연장자를 구분하는 방법으로 떡을 깨물어 이빨 자국이 많은 사람을 연장자로 정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유리왕의 이빨 자국이 더 많았기 때문에 유리왕이 제3대 왕위에 올랐고 이후 신라 제4대 왕으로 탈해왕이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1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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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일화 역시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학설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럴싸하다고 생각하고 인용하고 있지만 오히려 민간설화처럼 재미있게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III. 황제 • 皇帝 • Emperor or Kaiser

1. 황제의 정의

왕이나 제후를 거느리고 나라를 통치하는 임금을 왕이나 제후와 구별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즉, '제국 帝國'의 세습 군주 또는 이념상 최고의 세속 권력자의 존칭을 말합니다. 이에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황제를 통상적으로는 식민지 또는 제후국을 보유한 국가의 최고 권력자를 칭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왕'과 같은 뜻으로 '임금을 이르는 말'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왕'과 '황제'는 제후국의 보유여부와는 무관하게 국가의 최고 권력자를 말하는 것이며, 황제는 아래에 나올 '황제의 어원'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빛나는 우주의 주제자'로서, 왕보다 한 차원 높은 절대자의 위치를 가진 자로 이해됩니다.

구한말 제후국이 없는 조선이 '황제국 皇帝國'으로서 '대한제국 大韓帝國'이라 선포한 것을 위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2. 황제 皇帝의 어원

황제는 기원전 221년 진秦이 천하를 통일하고 새로이 황제라는 칭호를 제정한 것에서 시작된 호칭입니다.

황제는 '삼황 三皇'과 '오제 五帝'를 한 단어로 줄인 이름이라는 설도 있으나, '황황 煌煌한 상제 上帝', 즉 '빛나는 우주의 주제자'의 의미로 새로 만든 칭호입니다.

황제라는 칭호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군주를 가리키는 호칭은 '왕' 또는 '천자 天子'였습니다.

왕은 '훌륭한 사람'의 의미이고, 천자는 '상제의 아들'로서 "천명 天命'을 받은 자'라는 의미를 가진 것입니다.

그러나 위의 두 명칭은 모두 초월적 의미는 내포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황제는 '우주 만물을 주재하는 초월적인 절대신'의 의미를 가진다고 합니다. 현재의 군주가 이 같은 의미의 칭호를 사용한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지상에 출현한 상제 바로 그 자체라고 스스로 인식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황제란 전 세계의 영토와 인민을 일원적으로 혹은 직접적이고 개별적으로 지배하는 유일한 권력의 원천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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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개념이 중국의 천하통일 이후에 출현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3. Emperor와 Kaiser의 정의

유럽에서 황제는 Emperor 또는 Kaiser라고 말합니다.

위의 황제의 어원에서 설명한 황제의 개념과 서양에서 황제를 부를 때 말하는 Emperor나 Kaiser는 완전히 동일한 개념은 아닙니다.

동양의 황제 개념이 좀 더 철학적이라면 서양의 황제 개념은 제후국이나 번국을 거느린 제국의 통치자를 뜻하는 것에 더 가까운 정치적인 개념이 좀 더 강하다 하겠습니다.

 

이러한 황제의 어원은 로마제국의 원수를 말하는 칭호 imperator(임페라토르, '명령하다'를 의미하는 라틴어 imperare에서 유래) 또는 시저(Ceasar)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로마 황제는 동방의 전제 군주와 같이 신적인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또한 이집트의 파라오나 중국의 천자처럼 신이나 하늘의 아들도 아니었습니다.

로마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는 기원전 27년 전권을 장악하였고 원로원에서는 그에게 존엄한 자라는 Augustus라는 존칭을 바치고 황제로 추존하였습니다.

아우구스투스의 전체 이름은 Imperator Julius Caesar Augustus입니다. 즉, '로마군의 사령관이자 율리우스 카이사르 집안의 존엄한 자'라는 뜻이었습니다.

이후 모든 로마 황제의 이름 앞에는 Imperator, Caesar, Augustus라는 말이 붙게 되었습니다.

이는 각각 아래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 Imperator : 원로원 의원들이 개선장군에게 바치던 존칭. 군단의 최고 통수권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 현재의 황제를 뜻하는 Emperor가 이 말에서 유래하였습니다.
  • Caesar : 율리우스 씨족 중에서 카이사르 가문을 뜻하는 단어로써 황제를 상징하는 칭호로 굳어진 것입니다. 독일의 황제인 카이저(Kaiser)와 러시아 황제인 차르(Czar)가 이 말에서 유래하였습니다.
  • Augustus : '존엄한 자'라는 뜻으로 직접적으로 황제라는 의미는 없지만 우회적으로 소위 말하는 '최고 존엄'과 같은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아우구스투스가 추구하는 지배체제와 가장 어울리는 호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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