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 제1조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여기서 우리는 익숙하지만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공화국(共和國)'이란 단어를 아마도 처음 보게 됩니다.
오늘은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정치 체제인 공화제와 공화제를 채택한 나라를 뜻하는 공화국, 그리고 공화국인 대한민국이 국가명에 공화국(共和國)이 아니라 민국(民國)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I. 공화국의 개념 이해
1. 공화국의 정의
공화국은 '국가의 최고 권력이 국민과 그 선출직 대표에 의해 유지되는 정부의 한 형태'입니다.
공화제에서 국가라는 집단은 통치자의 사적 소유물이나 재산이 아닌 '공공의 것'으로 간주합니다. 즉, 공화국 내 권력의 1차적 지위는 주어진 가족 혈통이나 집단과 같이 종속 지위에 의해 점유되지 않고, 민주주의나 과두정치 또는 독재정치와 혼합된 민주주의를 통해 달성되는 것입니다.
현대의 공화제는 군주제와 상대(相對)되는 정부의 형태를 말하는 것이며, 따라서 현대의 공화국에는 국가원수로서의 군주는 없습니다.
그러나 공화제 자체가 군주가 없다는 것과 동일하냐라고 한다면, 그건 또 틀린 말입니다. 공화제가 정립되었다고 인정받는 시기는 고대 로마 시대인데, 이 시기에도 황제가 있었고, 원로원이 지배하는 과두정치, 중우정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왕을 대체했던 집정관 체제와 평민들을 대변하는 민회 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대 로마 이후에도 현대에 존재했었던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도시 공화국, 현대의 민주주의를 채택한 입헌군주국들도 공화제와 비슷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국가에서는 세습되는 왕조는 존재하지만, 이 왕들이 국가를 사적으로 소유한 것은 아니며,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즉, 공화국의 정의에서 군주의 부재는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은 아니란 뜻입니다.
2. 공화국의 형태
2017년 통계자료를 확인해보면, 세계 206개 주권국가 중 국가명에 '공화국'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국가의 수는 159개 국으로 절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국가들이 선출된 정부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는 것은 아니며, 또한 '공화국'이라는 단어가 선출된 정부를 가진 모든 국가의 이름에 사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공화제를 선택하고 있지만 입헌군주가 있는 입헌군주제공화국도 있고, 의원내각제 공화국, 대통령제 공화국, 사회주의 공화국, 이슬람공화국 등 다양한 정부형태가 존재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공화국은 단일 주권 국가이지만, 공화국이라고 불리거나 본질적으로 공화제로 운영되는 정부를 가진 하위 주권 국가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영어 국가명은 United States of America(U.S.A)이며 한자표기명은 '미합중국'으로 'Republic'이나 '공화국'이라는 표현이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 헌법에는 '모든 주에 공화정 형태의 정부를 보장한다'라고 규정하여 공화제로 운영하는 하위 주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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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IV, Section 4: The United States shall guarantee to every State in this Union a Republican Form of Government, and shall protect each of them against Invasion. 제4조, 제4항: 미국 연합은 모든 주에 공화주의 형태의 정부를 보장하고, 침략으로부터 그들 각각을 보호해야 한다. |
또한 권위주의적이고 극도로 중앙 집권화된 정부에 의해 동등한 권리와 표면적으로 높은 수준의 내부 자치를 가진 자발적으로 통합된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임을 대외적으로 표방한 소련(U.S.S.R)이라는 국가도 있었습니다.
물론 현재의 연방국가인 '러시아 연방'도 마찬가지로 여러 공화국으로 구성된 국가입니다.
아래는 전 세계 국가들을 정부형태에 따라 분류해놓은 지도입니다. 지도와 범례를 비교하여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II. 공화국의 기원
1. 공화제 (Republic)의 기원과 역사
republic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이 사용된 고대 그리스의 정치사상을 뜻하는 단어 politia에서 유래된 만큼 공화정이라는 정치 체제의 철학적 기원은 고대 그리스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화정이 실제로 구현된 국가들은 고대 그리스뿐만이 아니라 고대 문명이 발현되었던 많은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각 지역의 공화국은 아래와 같습니다.
- 고대 아테네와 대부분의 그리스 도시국가들
- 고대 중동지역 및 지중해 인근의 많은 도시들 : 고대 페니키아, 지중해 인근의 아르와드, 판사 시대의 이스라엘
- 고대 인도 지역의 부족국가 : 가싸싸, 콜리야, 말라카스, 리차비스 등
- 930년 노르웨이 통일을 피해 온 난민들에 의해 설립된 아이슬란드 연방
- 중세 말기 유럽의 상업 공화국들

2. 진정한 공화제의 시작
그러나 서양사(西洋史)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공화국은 역시 로마 공화국입니다.
기원전 509년 로마의 귀족들은 에트루리아인 출신의 제7대 왕 타르퀴니우스를 추방하고 왕정을 종식시킨 다음 공화국을 세웠습니다.
왕이 가지고 있던 권한은 민회에서 1년 임기로 선출하는 집정관에게 넘겼는데, 집정관은 2명을 선출하여 상호 견제하여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도록 하였습니다.
로마 공화정은 국가 비상시에는 두 명의 집정관 대신 한 명의 독재관을 임명하였는데, 카이사르가 바로 그 독재관이었습니다.
근대에 이르러 영국은 올리버 크롬웰이 1649년 국왕 찰스 1세를 처형하고 세운 국가가 바로 공화국이며, 프랑스에서는 1789년 대혁명 이후 1792년 제1공화국이 만들어졌습니다.
III. 공화국의 어원 (Republic • 共和國)
1. Republic과 공화(共和)의 어원
군주제(君主制)와 상대(相對)되는 개념으로 국가를 시민권자들이 협의하여 공동으로 소유하는 정치 체제를 공화제(Republic)라고 하고, 공화제를 채택한 국가를 공화국이라고 합니다.
공화국 또는 공화정을 뜻하는 Republic이라는 단어는 '일, 것, 사물'을 뜻하는 라틴어 Res와 '공공의'라는 뜻의 Publica의 합성어입니다. 즉, 공화제라는 것은 공공의 것, 공공의 일을 의미하며 국가 전체를 가리키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res publica라는 단어의 기원은 그리스어 politia의 라틴어 번역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라틴작가들 중 키케로(Cicero, BC106~BC43)는 politia를 res publica로 번역하였고, 르네상스 학자들에 의해 '공화국'이라는 명칭으로 사용된 것입니다.
그리고, 동양에서 Republic을 공화라고 사용하는데, 이 말은 주나라 '려왕(厲王)'의 폭정으로 반란이 일어나(국인폭동) 왕이 도피하자 일부 제후들과 재상들이 왕을 대신하여 집정하던 시기인 '공화 시대'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IV. '대한민국 大韓民國'의 어원
1. 대한민국은 왜 '공화국'이 아니라 '민국(民國)'인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국가명에 공화국이라는 표현을 넣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에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북한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독일은 독일 연방 공화국, 프랑스는 프랑스 공화국이라고 하는 것처럼 공화제를 채택한 대부분의 국가는 한자어로 번역한 국가명에 '공화국'을 붙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공화국'과 '민국'은 다른 체제인 것은 아닙니다. 단지 번역의 주체에 따라 달라진 것뿐입니다.
2. 민국과 공화국의 차이
처음 Republic이라는 서구의 용어가 동양으로 유입되어 들어오던 때에 중국의 학자들은 군주가 통치하던 나라를 '군국(君國)'이라 하고, 공화제를 채택한 나라를 '민국(民國)'이라 하였습니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민국' 대신에 '공화국'이라고 번역하였는데, 이때 공화라는 말은 앞서 언급한 대로 주나라 '려왕(厲王)'의 폭정으로 반란이 일어나(국인폭동) 왕이 도피하자 일부 제후들과 재상들이 왕을 대신하여 집정하던 시기인 '공화 시대'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아무튼 이후 전반적으로 '민국'보다는 '공화국'이라는 표현이 더 득세하면서 '민국'이란 단어는 현재 대한민국과 중화민국(대만)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 사어(死語)처럼 된 것입니다.

3. 대한민국의 국호의 기원

대한민국이 공화국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게 된 것은 임시정부 시기입니다.
임시정부 건국 시 한반도에서 조선을 잇는 국가의 국호는 '대한제국'이었습니다.
그럼 '대한'은 어떻게 만들어진 국호일까요?
임시정부의 주요 요인들은 임시정부의 국호를 가지고 많은 논의를 하였으나 신석우 선생(1894~1953)은 아래와 같은 말로 국호에 대한 의견을 냈다고 합니다.
대한(大韓)으로 망했으니, 대한(大韓)으로 흥하자
이 의견이 많은 지지를 얻어 임시정부의 국호는 '대한'으로 정해진 것입니다.
이어 새로운 국가는 황제가 다스리는 제국(帝國)이 아니라 백성이 주인인 민국(民國)이므로 '민국'을 사용하게 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이 나라는 그렇게 이름지어진 것입니다.
건국론자, 극우 뉴라이트 세력들이 중국과 소련과 같은 사회주의・공산주의의 지원으로 독립운동을 했기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난민정부',
한민족의 내재적 노력이 아니라 미국의 원자폭탄 덕분에 독립을 이루었다고 폄하하는 어부지리로 얼떨결에 독립한 국가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이름 '대한민국'은 무기력한 황실과 부패한 매국노를 배제하고 인민이 주인인 국가를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하던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뜻이 담긴 이름입니다.
대한민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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