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는 무수히 많은 '동음이의어 同音異義語'가 있습니다. 한자문화권이다 보니 우리말과 한자가 같은 소리를 가지는 것이 흔한 일이긴 합니다만 그런 경우가 아닌데 같은 소리를 가진 단어들도 꽤 있습니다.
오늘은 어쩌다 생각나서 찾아보게 된 우리말 동음이의어 중의 하나인 팽이(팡이)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놈팡이(놈팽이), 좀팽이(좀팡이), 곰팡이(곰팽이), 지팡이(지팽이), 팽이버섯과 어릴 적 가지고 놀던 팽이는 어떤 어원을 가지는 것인지 확인해보겠습니다.

I. 놈팡이 • 놈팽이의 어원

1. 사전적 의미
- '사내'를 낮잡아 이르는 말.
- 직업이 없이 빌빌 거리며 노는 사내를 낮잡아 이르는 말
- 여자의 상대가 되는 사내를 낮잡아 이르는 말
2. 놈팡이의 어원
- 놈팡이는 19세기 말 사전에 등장하는 오래된 우리말입니다.
- 현재 표준어는 '놈팡이'이지만 현실에서는 '놈팽이'로 훨씬 많이 쓰입니다.
- 놈팡이의 '놈'은 요즘도 많은 말에서 쓰이고 있는 '남자' 또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인 바로 그 '놈'입니다.
- 원래 '놈'은 15세기에는 남자를 지칭하는 평칭이었으나, 16세기 들어 그 가치가 하락해 비칭화 한 단어입니다.
- 놈팡이의 '팡이'는 비하하는 의미를 더하는 접미사입니다. 비슷하게 사용되는 것으로 다음에 설명할 '좀팡이'가 있습니다.
- 그러니까 '놈팡이'는 '놈'을 더 낮잡아 호칭하는 것으로 '정말 형편없는 놈'을 부르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II. 좀팽이 • 좀팡이의 어원
1. 사전적 의미
- 몸피가 작고 좀스러운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말
- 자질구레하여 보잘것없는 물건
- 즉, 도량이 좁은 사람을 부르는 말입니다.
2. 좀팽이의 어원
- 좀팽이는 놈팡이와는 다르게 '좀팽이'가 표준어입니다.
- 현대 국어 '좀팽이'의 옛말이 '좀팡이'이며 이것은 19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나고 있으며, 팡이가 팽이가 되는 것은 단모음 'ㅓ', 'ㅏ' 등이 후행하는 모은 'ㅣ'의 영향으로 'ㅐ', 'ㅔ'가 되는 'ㅣ'모음 역행 동화 현상이라고 합니다.
- 좀팽이의 '좀'은 '보잘것없이 작다', 또는 '도량이 좁고 옹졸한 데가 있다'는 뜻의 '좀스럽다'에서 사용되는 바로 그 '좀'입니다.
- '좀스럽다'의 '좀'은 먼지다듬이의 사촌 격인 '좀벌레'에서 나온 말입니다.
- '좀팽이'의 팽이는 '놈팡이'의 '팡이'와 마찬가지로 비하의 뜻을 가진 접미사로, 좀팽이는 '도량이 좁고 옹졸하기 그지없는 사내'를 낮잡아 부르는 말입니다.
III. 곰팡이 • 곰팽이의 어원
1. 사전적 의미
- 몸의 구조가 간단한 하등 균류를 통틀어 이르는 말
- 곰팽이는 곰팡이의 방언입니다.
2. 곰팡이의 어원
- 아래는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조항범 교수의 기고문에 따른 곰팡이의 어원에 관한 설명입니다.
- 곰팡이의 '곰'은 명사로서 15세기 문헌에도 등장하지만 그 어원은 알기 어려운 것으로, '곰팡'의 그것과 동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19세기 문헌에 나타나는 '곰팡'은 동사 어간 '곰피~'와 접미사 '~앙'이 결합된 단어 '곰피앙'이 줄어든 어형입니다.
- 동사 '곰피다'는 명사 '곰'과 동사 '피다(發)'가 결합한 어형으로, '곰팡이가 피다'는 뜻으로 지금도 쓰이는 표현입니다.
- '곰팡'에 접미사 '~이'가 결합한 어형 바로 '곰팡이'이며, 이 '곰팡이'가 '곰팡'과 함께 19세기 문헌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 '곰팡'을 이어 나타난 것이니, '곰팡이'와 관련된 단어 가운데 가장 늦게 등장한 것입니다.
- 즉, '곰팡 + 이 = 곰팡이'이며, '곰팡 = 곰피 + 앙'이고, '곰피 = 곰 + 피다'인 것입니다.
IV. 지팡이 • 지팽이의 어원
1. 사전적 의미
- 걸을 때에 도움을 얻기 위하여 짚는 막대기
- 표준어는 '지팡이'이고 지팽이는 '지팡이'의 방언입니다.
2. 지팡이의 어원
- '지팡이'는 동사 어간 '짚~'에 접미사 '~앙이'가 결합된 어형입니다.
- 동사 어간 '짚~'은 '바닥이나 벽, 지팡이 따위에 몸을 의지하다'라는 뜻의 동사 '짚다'를 말하는 것입니다.
- 접미사 '~앙이'는 작은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앙이'가 붙는 우리말 단어로는 '고양이', '부지깽이', '아지랑이', '조랭이', '무말랭이' 등이 있습니다.
V. 팽이버섯의 어원
1. 사전적 의미
- 송이과의 버섯
- 지름이 2~8cm인 갓을 가지고 겉은 누런 갈색, 둘레는 옅은 누런색이다. 주로 뽕나무, 포플러 따위의 등걸이나 고목에 속생하는데, 전 세계에 분포한다.
2. 팽이버섯의 어원
- 팽이버섯의 이름은 말라죽은 팽나무 고목에서 많이 자란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말로 '팽나무버섯'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한자로 쓸 때도 '팽나무 팽彭', '버섯 이茸'를 사용하여 '彭茸(팽이버섯)'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VI. 팽이의 어원
1. 사전적 의미
- 둥글고 짧은 나무의 한쪽 끝을 뾰족하게 깎아서 쇠구슬 따위의 심을 박아 만든 아이들의 장난감
2. 팽이의 어원
- 팽이의 옛말은 '핑이'이며, '핑'과 '핑'의 여린 말인 '빙'은 모두 회전의 의미를 갖는 말입니다.
- 빙글빙글, 핑글핑글, 빙빙, 핑핑, 빙그르르, 핑그르르 등에서 사용되는 그 의미입니다.
- 팽이는 도는 모양을 나타낸 의성·의태어인 '팽'과 명사형 접미사인 '이'가 붙어 이루어진 말입니다.
- 즉, '팽팽 도는 물건'이라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