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死, Death – 죽음을 가리키는 단어들의 어원
생명의 탄생과 소멸에 관한 표현은 어떤 언어나 문화에서든 가장 기본이 되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히 탄생보다는 소멸에 관한 표현이 훨씬 다양한데, 이는 탄생과는 달리 존재의 소멸에는 그 존재가 가지는 가치가 고려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말에도 '죽었다, 돌아가다, 소천하다, 귀천하다, 별세하다, 사망하다, 작고하다, 운명하다, 영면하다, 골로 갔다, 뒈졌다' 등 '죽는다'라는 뜻을 가지는 표현이 정말 많지만 생명의 소멸은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어는 '죽음'입니다.
오늘은 우리말의 '죽음', 한자어인 死(사), 그리고 영어 표현인 Death의 어원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I. 죽음의 정의
A. 정의
죽음의 사전적 의미는 '생명이 없어지거나 끊어지다'라는 뜻의 동사 '죽다'의 명사형입니다.
생물의 생명활동이 정지되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는 상태로서 생의 종말을 말합니다.
여기서 '생의 종말'이란 생명활동의 중단 만을 의미하며 생명활동의 중단이란 개체를 구성하는 전 조직(全組織) 세포의 생활기능의 정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체의 일부 조직이 괴사 한다거나 활동을 정지하는 것은 죽음이라 할 수 없습니다.
고등동물에 한하여 개체의 전 조직이 활동을 중지하게 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 폐나 심장의 기능이 중단되면서 찾아오는 경우도 있고, 뇌의 죽음으로 인해 호흡과 혈액순환의 정지를 초래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의학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죽음을 판단하는 기준은 심장의 정지, 뇌파와 호흡계의 정지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B. 죽음의 공포

인간이 가지는 가장 일반적인 공포가 바로 죽음에 대한 그것입니다.
죽음의 공포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공포이며 철학, 예술, 종교 등 인류의 심층적인 정신 활동에 큰 동기가 된 것이기도 합니다.
라틴 속담에 '죽음의 공포는 죽음 그 자체보다 훨씬 더 두렵다, Fear of death is worse than death itself'는 말이 있습니다.
보통 죽음의 공포는 '죽음의 고통'으로 인한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고통'에 대한 공포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인간이 죽음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것은 아래와 같은 이유라고 합니다.
-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죽음'이라는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
- 죽음 이후에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미지성'
-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존재와 '분리'된다는 상황 '인생의 무의미'함을 자각하며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되고,
- 마지막으로 '생물학적 생존 본능'에 반하는 상황에 대한 거부와 두려움
그럼 이제 죽음에 대한 우리말, 한자어 그리고 영어 표현의 어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II. 죽다
2003년 '우리말글작가상'을 수상한 장승욱 씨가 쓴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 (하늘연못, 2004)'는 우리 일상과 관련된 의식주, 생활 도구, 언어습관, 자연환경, 사람과 세상살이 속에 깃들여 있는 겨레의 토박이말 4793가지의 어휘와 그 풀이를 정리하여 펴낸 책입니다.
이 책과 '한겨레 말모이'에 의하면 '죽다'의 어원을 '죽을 쑤다'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죽'은 원시시대에 수확한 나물이나 곡물, 고기를 날것으로 먹거나 불에 굽는 것 다음으로 발전시킨 요리의 형태라 하겠습니다.
'죽'의 사전적 정의는 '곡식을 오래 끓여 무르게 만든 음식'이며, '죽'이 된 곡식이나 고기는 이미 생명이 끊어져 회생의 가능성이 없는 상태'인 것입니다.
즉 '죽다'는 '생명 활동이 정지하다'라는 뜻으로 이해가 되는 것입니다.
반면에 고대 국어를 볼 수 있는 용비어천가에 '주기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 단어 몇 개를 재조립하여 '영원히 불태우는 것, 내세로 승천하는 것'을 의미하는 'j (eternity) + ug (to be burned)'에서 유래하였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블로그 : 아리랑 역사와 한국어의 기원)
III. 死
죽음을 뜻하는 한자어 사死자는 '歹(살 바른 뼈 알) + 匕(비수 비)'로 만들어진 회의문자입니다.

위의 그림과 같이 '비수 비匕' 자는 손을 모으고 있는 사람을 형상화한 글자이고, 歹 자는 죽어 누워있는 시신을 표현한 것입니다.
갑골문에 나온 死 자를 보면 '사람 인人' 자와 歹 자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시신 앞에서 애도하고 있는 사람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IV. Death
Death는 Proto-Germanic 즉 게르만 조어(祖語) dauþuz에 근원을 두고 있는 고대 영어 dēaþ에서 유래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죽는 과정, 죽는 행위 그리고 죽음의 조건 등을 뜻하는 dauþuz는 인도유럽 조어(祖語) dheu-를 어간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죽음의 또 다른 명사형으로는 '떠나다, 죽다'라는 뜻의 라틴어 decedere의 현재 능동 분사인 decedens에서 유래한 decedent (디시던트)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