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의 음식과 비용, 주막의 풍경 소개 : 참고문헌 포함

나그네가 머물 수 있도록 길거리에서 술과 밥을 팔고 잠자리도 제공한 곳이 바로 주막입니다.
현대적 개념으로 구분하면 술집과 식당 그리고 여관업을 겸하는 영업장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극에서 볼 수 있다시피 주막이 시골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도회지에서도 많이 있어 ‘주막거리’라는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보통 장터가 열리는 곳, 큰 고개 밑의 길목, 나루터나 광산촌 등에 ‘주막거리’가 생기고 주막이 많이 분포되어 있었는데 당연히 유동인구가 많고 외지인들이 모여드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주막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김홍도의 주막 그림 (단원 풍속도첩, 국립중앙박물관)
김홍도의 주막 그림 (단원 풍속도첩, 국립중앙박물관)

 

 

I. 주막 ・ 酒幕

경기도 주막거리 (경기문화재단)
경기도 주막거리 (출처: 경기문화재단)

주막은 한자로 ‘술 주酒’자와 ‘장막 막幕’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여기서 ‘장막 막幕’자는 ‘겨우 비바람 따위를 가릴 정도로 임시로 간단하게 지은 집’을 말합니다. 따라서 ‘주막’이라 함은 ‘임시로 간단하게 지어 술을 파는 장소’쯤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주사 酒肆’, ‘주가 酒家’, ‘주포 酒舖’라고도 불렀으며, ‘숯 탄炭’자를 써서 ‘탄막 炭幕’이라는 다른 이름도 있었는데 조선시대에 주막이 많기로 유명했던 곳으로는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지역으로 서울이 당연히 가장 많았습니다. 더불어 서울과 인천의 중간쯤인 소사・오류동에도 주막이 많았는데 이는 서울에서 이른 아침에 출발하면 점심때쯤에 도착할만한 거리로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영남에서 서울로 가는 문경새재에도 주막촌이 있었고, 천안 삼거리 역시 교통의 요지로 주막이 번성하던 곳이었습니다. 기타 경상도와 전라도의 길목인 섬진강 나루터의 화개, 전주 등이 주막이 많았던 곳으로 손에 꼽힙니다.

주막의 시초로 현재 문헌으로 남아있는 것은 신라시대 경주에 있던 ‘천관 天官’의 술집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유신이 말 위에서 자고 있는 틈에 애마가 혼자 찾아갔다는 천관녀가 있던 바로 그 집을 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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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표시등 (문경투데이)
주막표시등 (출처: 문경투데이)

주막의 간판이자 표식은 ‘술 주酒’자를 문짝에 써붙이거나 창호지를 바른 등이 있으며 따로 상호를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자주 찾는 손님이나 단골들이 오가며 오동나무집, 우물집, 혹부리집 등으로 불렀습니다.

 

주막의 주인은 ‘주모 酒母’라 하였고, 시중드는 남자아이를 ‘중노미’라고 하였는데 이들은 주로 안주를 굽거나 공짜 안주를 먹는 사람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 밖에 규모가 있는 주막의 경우 허드렛일을 하는 여인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주막은 오가는 행인들에게 술이나 요기할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숙박처를 제공하는 공간입니다.

주막은 많은 사람들은 모이고 술과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보유통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장소였고, 양반부터 평민까지 다양한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문화의 전달처 구실을 하는 장소였으며, 술과 유흥을 즐기는 오락장의 구실도 하는 곳이었습니다.

 

II. 주막을 소개하는 책들

아래는 후기 조선의 우리나라를 여행하고 다양한 문화를 소개한 책들과 책에서 소개하는 주막의 이야기들입니다.
당시 조선의 문화를 잘 알 수있는 책들이니 도서관에서 잠깐 빌려보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1.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

1894년 후기 조선을 포함한 아시아 각지를 여행하고 기록을 남긴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조선을 여행할 때 지방의 주막을 묘사한 기록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 이사벨라 버드 비숍 지음, 이인화 옮김. (살림출판사, 1994)

  • 무섭게 생긴 검은 돼지와 으르렁거리는 누런 개, 어슬렁거리는 닭들, 아이들, 조랑말들, 마부들, 그리고 나그네의 짐들로 아수라장을 이루는 곳이다.
  • 주막의 한쪽 면 혹은 양쪽 면에는 마구간이 있고, 주막의 방 온도는 평균 33 º이상이다.
  • 대부분의 주막에서 일행은 밥과 계란, 야채 반찬, 국과 국수, 말린 미역요리 등을 먹을 수 있었고 약과와 같은 것도 살 수 있었다.
  • 마시는 차는 따로 제공되지 않고 식용하는 물은 끓인 물을 제공해 주었다.
  • 주막의 숙박 요금은 터무니없이 싼 편이어서 지방에서는 술과 음식을 사 먹으면 숙박료는 따로 받지 않았다.
  • 주막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은 경우 따로 요리를 해 먹고 숙박료를 낼 수도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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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선견문록

구한말 선교사로 한국에 온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의 아내인 ‘릴리어드 호튼 언더우드’ 여사는 아래와 같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견문록’ 릴리어스 호튼 언더우드 지음, 김철 옮김. (이숲출판사, 2008)

 

  • 거의 모든 주막에는 알리바바 이야기에 나오는 흉악한 도적들도 쉽사리 숨을 만한 2~4피트 높이의 지름 2~3피트 정도의 커다란 칠 항아리들이 담장을 따라 죽 놓여있고,
  • 그 안에 갖가지 곡식과 절인 음식, 보리술, 과실주, 김치 등이 들어 있다.
  • 마당에는 개, 고양이, 닭, 돼지, 오리 따위가 득시글거리고,
  • 종이로 바른 방문 바로 밖에서는 황소와 조랑말들이 사람이 자는 곳과 똑같은 지붕 아래에서 요란스럽게 여물을 먹고 있다.
  • 잠을 좀 자려면 꿀꿀, 꽥꽥, 꼬꼬댁, 푸푸, 멍멍 소리가 뒤범벅된 소리를 들으며 잘 각오를 해야 하니 잠은커녕 도무지 편안히 쉴 수조차 없었다.
  • 대부분의 주막에는 안방이 오직 하나뿐이고 그곳만이 여자가 머물기에 적당한 곳이다.
  • 조수와 가마꾼들, 마부들, 다른 여행자들은 사랑방에 들었는데, 꼭 통 속에 빽빽이 들어찬 것 같았다.

3. 조선풍속집

마지막으로 1908년 충청북도 경찰부장으로 부임하며 조선에 온 일본인 ‘이마무라 도모’의 ‘조선풍속집’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있습니다.

‘조선풍속집’, 이마무라 도모 지음 (민속원, 2011년)

  •  도회지의 주막은 음식점 전문이지만, 시골에서는 여인숙을 겸하는 것도 있다.
  • 전국에서 그 수가 가장 많고, 어떤 산간벽지에도 없는 곳이 없다.
  • 주막을 출입하는 데는 아무런 계급 구별이 없다.
  • 주막에서 제공하는 술은 탁주(濁酒)가 대부분이다.
  • 제공되는 음식은 밥과 부식물, 고기 등으로 밥값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 밥값은 가장 싼 것은 3~4전부터, 가장 비싼 것도 20전 안이다.
  • 숙박을 하려 해도 별도로 침구를 제공하지 않으며, 다만 기름칠을 한 목침 1개를 준다.
  • 숙박료는 받지 않고 술값과 음식값만 받는다.
  • 주막의 주인인 주모(酒母)는 누군가의 첩(妾)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소자본으로 비교적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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